영업환경 변화로 설계사 이탈 가속생보사 11곳 전년 대비 2293명 줄어업황악화로 인력 줄여…GA로 옮겨가

국내 주요 생명보험(생보) 설계사가 감소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주요 15개 생보사 중 11개사의 설계사 수가 줄어들었으며 1개사는 변동이 없었고 3개사만이 늘어났다.

한때 보장자산을 필수로 하는 국내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보장성 보험에 대한 다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생명보험 판매 실적을 높인 설계사들이 급증했던 바 있다. 고액 연봉의 인력으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던 생보 설계사가 줄어든 배경을 살펴봤다.

생보 설계사 이탈 확산

15개 생보 설계사 총 인원수는 7월 말 기준 11만4175명으로 지난해 동기 11만6468명에 비해 2293명(2.0%) 감소했다. 이 중 한화생명 교보생명 ING생명 미래에셋생명 DGB생명 NH농협생명 흥국생명 동부생명 KB생명 하나생명 동양생명 순으로 설계사 수가 줄어들었다.

설계사가 가장 많이 감소한 한화생명은 지난해 2만3233명에서 올해 2만1702명으로 2293명(6.6%)이 줄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5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해 각각 300여 명, 540여 명이 한화생명을 떠났다.

생명보험설계사가 가장 많이 감소한 한화생명 사옥 전경.
교보생명은 1년 새 2만380명에서 1만8974명으로 1406명(6.9%)을 줄여 감소폭 2위에 올랐다. 지난해 6월 업황악화와 성과부족 등을 이유로 한 구조조정으로 480여 명이 교보생명을 떠났으며, 이외의 창업휴직제를 신청한 100여 명 중 상당수가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은 지난해 5684명에서 올해 4969명으로 549명(12.6%)이 줄어 교보생명의 뒤를 이었다. 2013년 12월 ING생명을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당시 "인위적 구조조정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지난해 7월 말 전체 직원의 30%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권유해 논란을 빚었다.

4위를 차지한 미래에셋생명은 올해 4585명으로 지난해 5134명에 견줘 549명(10.7%)이 퇴직했다. 지난해 10월 만 45세 이상이거나 20년 이상 재직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지난해부터 점포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설계사의 수 또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DGB생명(전 우리아비바생명)은 1년 간 1138명에서 694명으로 444명(39.0%)이 감소해 5위에 올랐다. 지난해 NH농협금융으로 인수됐다가 5개월 만에 DGB금융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희망퇴직한 임원들이 독립보험법인대리점(GA)을 설립해 영업 조직이 집단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6위인 NH농협생명은 지난해 2762명에서 2468명으로 294명(10.6%)이 줄어들었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NH농협그룹의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라 만 57세가 넘는 직원들이 임금피크제와 희망퇴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서 희망퇴직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됐다.

NH농협생명의 뒤를 이어 ▦흥국생명 130명(-2.8%) ▦동부생명 112명(-3.4%) ▦KB생명 88명(-19.2%) ▦하나생명 39명(-78.0%) ▦동양생명 8명(-0.2%)이 감소세를 보였다. 이들 중소형사들은 저금리ㆍ저성장으로 인한 불황에 구조조정으로 비용절감에 들어갔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편 현대라이프생명은 올해 1773명으로 지난해와 변동이 없었다. KDB생명과 신한생명, 삼성생명은 업계의 설계사 감소 추세 속에서도 각각 328명(8.8%), 352명(3.4%), 2343명(7.8%) 늘어 이목을 끌었다.

"GA로 몰려가는 중"

생보 설계사 급감에는 몇 가지 요인이 겹쳤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2013년 4월부터 이연한도(계약 체결 시 선지급하는 수수료 비율)가 100%에서 50%로 낮아지며 설계사들의 대거 이탈이 발생한 것으로 꼽았다.

이전에는 계약이 체결되면 설계사는 수수료를 한꺼번에 받았지만, 현재는 계약 체결 시 수수료의 50%를 받고 나머지는 분할해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선지급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자 이연한도의 제약을 받지 않는 GA(독립법인대리점)로 옮겼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더 나은 영업 환경을 위해 전속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기존과는 다른 채널을 찾는 것 또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온라인다이렉트, 홈쇼핑,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 등의 부상으로 인해 경쟁력이 감소되자 다양한 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GA로 이적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설계사 조직이 GA로 많이 몰려 왔다"며 "시장 상황은 어려워지는데 본사에서는 실적 압박을 하니까 다양한 보험 상품을 판매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GA가 경력 설계사들에게 한동안 인기를 끌 듯하다"고 전했다.

연 1%대의 초저금리도 생보 설계사를 감축시킨 요인이다. 경기 불황과 저금리가 장기화되자 생보사들이 월납 초회보험료를 낮추면서 설계사들의 생산성이 줄어드는 결과가 발생했고, 결국 보험 판매를 포기하는 설계사들이 속출했다.

앞선 관계자는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경쟁 심화로 설계사들의 수익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그렇다 보니 온라인같이 새로운 보험판매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설계사들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보사들이 소속 설계사들에게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 또한 설계사의 감소를 가중시키고 있다. ING생명의 경우 올초부터 설계사들의 전문성 향상을 장려하는 HELLO MDRT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교보생명은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설계사 채용 절차에서 적성검사와 면접을 강화했다.

이에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아줌마는 옛말이 돼 버렸다"며 "과거에는 인맥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생보사들이 대졸자들을 대상으로 인턴십을 진행하면서 장기간 교육시키고 이들을 우대하다보니 기존 설계사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