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게이트' 소송전…승소 미지수

법무법인 바른 하종선 변호사가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바른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운전자 38명을 원고로‘매매계약 취소 및 매매대금 반환청구’2차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무법인 바른, 국내 집단 소송 본격 진행
5일 기준 약 500명 의뢰…각 3000만원 손해배상 청구
매주 의뢰인 늘어… 대규모 소송으로 번지나
법조계 승소 전망 엇갈려…미국의 재판 결과 영향 줄 듯
폭스바겐코리아 사과 나서며 사태 진화 중

전 세계를 강타한 폴크스바겐 발 '디젤게이트'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한 소송이 시작됐다. 법무법인 바른은 지난달 30일,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소송 사실이 보도된 후부터 바른에는 소송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어 향후 의뢰인의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의 소송 전망은 엇갈린다. 매매대금을 전부 다 돌려받는 것은 어렵다는 것. 그러나 세계적 자동차 기업이 대대적으로 배출가스량을 조작했다고 시인한 만큼 소비자들은 손해배상을 일부 받을 수 있을 것으론 보고 있다. 폴크스바겐 소송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원하는 만큼 보상을 얻어낼 수 있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봤다.

법무법인 바른 "매주 집단소송 낼 것"

법무법인 바른은 지난달 30일,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브랜드의 경유차를 소유한 2명을 원고로 폴크스바겐그룹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국내 딜러사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바른 측은 소장을 통해 "피고들의 가망행위(속임수)가 없었다면 원고들은 제작차 배출허용 기준을 준수하지 못한 자동차를 거액을 지불하고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라 밝혔다. 소비자들은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차량대금을 돌려 달라 주장하고 있다.

이번 소송을 시작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폴크스바겐 관련 소송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에 따르면 이미 5일 기준으로 소송을 의뢰한 사람들은 500명 정도가 된다. 바른 측은 소송인 규모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 보고 있다. 매주 의뢰인들을 업데이트해 추가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지난 6일, 바른 측은 운전자 38명이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중 29명은 차량을 구입한 경우, 9명은 장기렌트 차주이다. 원고들은 각 3000만원씩 손해배상을 예비 청구했다.

바른 하종선 변호사는 "1차 소송을 낸 후 약 1000건의 문의가 들어왔다. 자동차 등록증과 선임계약서 등 소송 서류를 보낸 사람은 500여명"이라 밝혔다. 하 변호사는 향후 13일 3차 소송을 제기한 후 매주 한 차례씩 추가 소송을 할 것이라 설명했다. 하종선 변호사는 <주간한국>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국내에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소비자가 12만명에 해당된다고 발표됐기 때문에 추가 소송 규모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바른 측은 소송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폴크스바겐 본사가 배출 가스 조작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 변호사는 "이번 사태는 본사가 대대적으로 배기 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초유의 사태'로 중대한 위법 행위"라 지적했다. 기존 자동차 관련 연비 소송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단 대대적으로 매매대금을 다 돌려받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는 것. 만약 매매대금을 돌려받는 게 어려워진다면 손해배상 쪽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이번 폴크스바겐 사태의 핵심은 소비자들의 안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차체 결함이 아니라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손해배상과 연결 지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법무법인 고우의 고윤기 변호사는 "손해배상은 원고가 실질적으로 어떻게 손해를 입었는가를 증명해야 한다.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이 구체적으로 소비자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하는 게 손해배상의 관건이 될 것"이라 지적했다. 중고차값 하락과 품위 손상 또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부문이다. 기업전문 변호사인 법무법인 예율의 손수혁 변호사는 "원고가 손해배상을 입증하기 위해선 사건 발생 후 중고차값이 얼마나 하락했는지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자동차는 품위유지 상품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폴크스바겐 소유주들은 품위손상을 문제 삼을 수도 있으나 이러한 사안은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이외에도 손해배상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법조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장기전이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 내 판결에 국내 재판이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질문에 법조인들은 큰 영향은 없으나 미국 내에서 재판에 필요한 여러 연구 결과가 나온다면 국내에서도 이를 활용해 재판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에선 폴크스바겐 차량 매매를 대리한 딜러사들에게도 책임을 묻고 있으나 딜러사의 책임을 증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 변호사는 "딜러사들은 폴크스바겐 본사의 말을 믿고 판매한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 책임은 없다"고 설명했다. 손 변호사도 "국내에서 폴크스바겐 차량을 판매한 건 딜러사들이다. 이에 따라 매매계약 취소를 이끌어내기 위해 딜러사들 또한 고소 대상에 포함된 것"이라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매매계약 취소까진 어렵지만 폴크스바겐 본사가 조작 사실을 시인한 만큼 소비자들은 어느 정도의 손해배상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그 규모는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으리라는 지적이다.

구체적 리콜 범위, 아직까진 미지수

한편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8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사과하며 리콜 방침을 밝혔다. 사태가 일어난 지 약 20일 만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토마스 쿨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저버린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본사 및 한국 정부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리콜 등을 고려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 밝혔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사과문에 '리콜'이란 단어를 포함함에 따라 대대적으로 소비자 보상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폴크스바겐그룹 소속으로 배기가스 조작 차량을 약 2만9000대 판매한 것으로 추산한 아우디코리아 역시 "독일 본사는 해당 (조작) 소프트웨어 문제를 해결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리콜 조치를 시행하기 위한 만반의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모든 정보는 웹사이트나 언론 등 모든 경로로 신속하게 공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측이 대대적인 사과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소비자들의 구체적인 피해 보상 방법은 미지수다. 폴크스바겐 그룹 신임 최고 경영자가 내년 1월부터 리콜이 시작될 것이라 밝혀 국내 소비자들은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