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 전쟁… 최후의 승자는 누구?

삼성전자는 간편한 사용성과 강력한 보안성을 갖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 페이'를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정식 출시했다
선두주자 삼성페이 국내 다지며 美서 성공적 데뷔
신세계 'SSG'롯데 'L페이'현대백화점 'H월렛'선봬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성공적 출범…가맹점 확보 필요
보안 아직까진 미지수… 향후 최대 해결 과제

지갑이 없어도 결제가 가능하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일이 현실이 됐다.별도의 결제 수단 없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모바일 간편 결제 시대'가 열렸다. 삼성, 신세계, 롯데 등 국내 대기업들은 모바일 간편 결제 브랜드를 내놓으며 시장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선두주자는 삼성페이이다. 삼성페이는 출시 한 달 만에 이용자 60만명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MST결제 방식을 택함으로써 미국 현지에서도 애플페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국내 유통 대기업들도 모바일 간편 결제 시장에 전부 뛰어들었다. 신세계의 SSG페이, 롯데의 L페이에 이어 현대백화점도 H-월렛을 출시했다. 유통 대기업들은 자사 계열사를 시작으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 네트워크를 확보해 뒀기 때문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비교적 친숙한 접근성으로 승부하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도 무시할 수 없는 강자이다.

연이어 쏟아지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로 인해 다소 피곤해질 소비자들을 위해 각 업체들은 자신들만의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과제는 보안이다. 모든 신용카드 정보가 저장되기 때문에 소비자들 입장에선 보안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엣지+가 출시된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건물에서 한 관계자가 삼성페이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모바일 결제서비스 삼성페이는 타사 모바일결제 서비스들이 주로 사용하는 NFC(근거리 무선통신) 방식뿐 아니라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방식도 탑재해 범용성을 키웠다. 사진=연합
삼성페이의 신의 한 수, 'MST'

삼성은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를 통해 애플과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

지난 8월 20일 출시된 삼성페이는 한달 만에 이용자 60만명을 확보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미국 시장에 상륙했다.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삼성페이는 국내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결제액 3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2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페이로 이뤄진 결제 건수는 총 150만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60%가 갤럭시노트5로 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페이는 미국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MST(마그네틱 보안전송) 방식을 택함으로써 실용성에서 애플페이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MST란 신용카드 정보를 담은 기기를 마그네틱 방식의 결제 단말기에 가까이 대면 결제가 되는 방식이다. 지난 2월, 삼성전자는 MST관련 특허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를 인수함으로써 MST 방식을 도입한 삼성페이를 출시할 수 있었다. 한 발 앞서 결제 방식을 생각하고 적극적 기업 인수에 나선게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다.

MST방식은 삼성페이의 흥행에 일등 공신이다. 미국 경제 월간지 월스트리스트저널은 지난달 29일 보도를 통해 '삼성페이는 구형 카드 결제기에서 작동해 애플페이를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삼성페이의 MST기술 방식에 대해 극찬한 것이다. 포춘 또한 삼성페이가 애플페이, 안드로이드페이보다 쉬운 결제가 가능하다고 좋은 평가를 내렸다. 애플페이의 경우 NFC(근거리 무선통신)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지는데 이는 각 매장에서 별도의 단말기를 구입해야만 결제가 가능하다는 단점을 갖는다. 이로 인해 실용성 면에서 삼성페이가 더 낫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것이다. 반면 삼성페이는 MST와 NFC를 동시에 지원함으로써 실용성에서 애플페이를 앞서게 됐다.

결제 방식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탄력을 받은 삼성페이는 미국 이동통신사업자 1위 업체인 버라이즌의 지원도 받게 됐다. 삼성페이는 이로써 AT&T, T모바일, 스프린트 등 미국 5대 이동통신사 모두와 손잡으며 미국 현지에서의 영향력을 넓혀가게 됐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버라이즌은 삼성페이 지원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으나 미국 현지 언론의 호평과 자사 고객들의 지원 요청으로 삼성과 손을 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페이는 삼성 단말기에서만 실행 가능하다. 갤럭시 노트5, 갤럭시 S6 엣지 +, 갤럭시 S6, 갤럭시 S6 엣지 삼성 단말기 4개 모델에서 사용 가능한데 이로 인해 삼성 스마트폰과의 시너지 효과가 주목되고 있다. 삼성페이가 삼성전자의 '신 성장 동력'으로 갤럭시 시리즈 판매량에 불을 붙일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삼성페이가 갤럭시는 물론 이재용 부회장의 향후 경영권 확보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과언은 아니다.

삼성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카드는 삼성ㆍ신한ㆍKBㆍ현대ㆍ롯데ㆍ농협ㆍBC로 다양하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결제가 가능한 대부분의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으나 아직까지 신세계 백화점, 이마트 등 신세계 계열 유통사에선 결제 지원이 되지 않는다.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를 포함해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은 스타벅스에서도 삼성페이로 결제할 수 없다는 건 국내 시장에선 상당히 불리한 요소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신세계와 지속적 협의를 진행 중이라 밝혔다. 지난달 23일 원기찬 삼성전자 사장은 수요사장단협의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삼성페이 서비스를 위해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신세계와 협의 중"이라 말했다.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 확보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성패를 결정짓는다. 각 모바일 결제 서비스 업체들도 이러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어 제휴 및 협의를 통해 가맹점을 계속해서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유통 BIG3, 모바일 간편 결제로 2라운드 나서나

가맹점 확보가 비교적 손쉬운 유통업계 또한 모바일 간편 결제는 놓칠 수 없는 사업 영역이다. 모바일 결제 사업은 유통업체들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모바일 간편 결제 시장에서 선두주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 등 소비자들이 자주 방문하는 백화점 및 쇼핑몰에서 자사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SSG페이를 사용 가능케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ㆍ현대ㆍ비씨ㆍKB국민카드 등이 사용 가능하다. 선두주자인 만큼 가장 많은 제휴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SSG페이의 장점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이른바 'SSG머니'라는 충전 방식을 통해 상품권 전환, 신세계포인트 전환 및 다양한 결제 방법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초기에는 신세계그룹의 유통망을 통해 SSG페이 도입을 시작했으나 점차 제휴사를 넓혀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 또한 지난달 23일부터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L페이'를 출시했다. 아직 시범운영 단계인 엘페이는 오프라인에서는 롯데백화점 본점, 온라인에서는 롯데닷컴에서 사용 가능하다. 롯데그룹의 간편결제 주 사업자는 교통카드 발행사인 마이비이다. 롯데그룹은 11월 중으로 전국 롯데백화점으로 사용처를 늘리고 12월에는 세븐일레븐, 롯데마트 등 타 계열사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 밝혔다.

롯데그룹은 '옴니채널'개발을 궁극적 목표로 삼았다. 옴니채널이란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옴니채널 구축이 완성되면 L페이를 통해 모바일로 상품을 구매한 후 근처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바로 수령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설명했다. 특히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옴니채널 구축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지난달 17일 아시안 비즈니스 카운실 포럼에 참석해 "롯데는 혁신을 추구하며 옴니채널 분야로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L페이는 롯데가 향후 구축할 옴니채널 사업의 초석인 셈이다.

현대백화점 또한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4일 'H월렛'을 출시했다. 오프라인에선 현대백화점 전국 15개 점포와 현대아울렛 가산점, 현대프리미엄 아울렛에서 사용할 수 있다. 온라인에선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와 e슈퍼마켓에서 사용가능하다. H월렛의 가장 큰 특징은 '온터치'기능으로 앱을 실행하지 않고 결제 피드 터치와 비밀번호 입력으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유통업계들의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는 이미 유통망을 확보했다는 데서 타 업체들이 무서워할 만큼의 큰 장점을 갖는다. 계열사를 통해 손쉽게 오프라인 매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서운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삼성페이나 친숙한 모바일 환경을 통해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를 이길 수 있는 차별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출발은 타 페이에 비해 조금 늦었지만 계열사를 필두로 유통망을 확실히 확보해 뒀기 때문에 급격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가 시장에 자리잡기 위해선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 그 중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과제인데 유통업계의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의 매장 확보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롯데카드, 현대카드 등 그룹 계열사인 카드사로의 제휴가 손쉽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삼성페이와 유통 빅3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외에도 모바일 기업들 또한 간편 결제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카카오의 '카카오페이'는 스마트폰 유저들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 앱을 통해 결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별도의 앱 다운로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 구분없이 총 20개의 카드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지난 9월 서비스 출범 1년을 맞은 카카오페이는 1년만에 가입자 수 500만명, 누적결제건수 1000만건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카카오페이의 가맹점수는 270곳이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 아이디를 등록해 다양한 가맹점에서 회원가입 없이 결제할 수 있다. 또 포털 네이버의 부가 서비스인 네이버뮤직, 영화,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를 결제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카드 혜택과는 별개로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통해 추가 적립이 가능하고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는 카카오톡, 네이버 사용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있어 유리하다. 하지만 모바일 안전 결제의 성패가 가맹점 확보에 달린 만큼 만만치 않은 산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범 시기에 비해 가맹점수가 많지 않다는 단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남은 과제, '보안, 그리고 차별화'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보안'이다. 혹시 스마트폰을 분실하면 그 안에 있는 카드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우려를 인식한 탓인지 철저한 보안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페이는 카드 등록시 SMS 본인인증과 카드 인정의 이중 인증 프로세스를 거친다. 결제 시 지문인증 또는 결제 비밀번호 입력을 하고 이때마다 일회용 카드번호를 카드사로부터 받아오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부연 설명이다.

모바일 간편결제의 안전 여부는 이번 국감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7일 국회정무위원회 새누리당 이운룡 의원은 국내 핀테크 업체의 보안 상태에 대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 측은 K-BoB 시큐리티포럼에 의뢰해 국내 핀테크 업체의 보안 상태를 점검했는데 바코드 복제 등에 다른 보안 사고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의원 은 보안 강화를 위해 웹서비스나 소프트웨어 등 취약점을 찾아내면 보상금을 주는 제도인 '버그카운티 제도'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보안은 향후 모바일 안전 결제 서비스의 부흥을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에 한 업체라도 보안이 뚫린다면 모바일 안전 결제 시장 전체의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것. 보안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를 전부 등록해서 쓰기 때문에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모바일 안전 결제 서비스의 보안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당장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한 업체라도 안전이 의심된다면 전체가 침몰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대기업들이 너나없이 모바일 안전 결제 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에 타 서비스와의 차별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비슷비슷한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면 결국 일부 업체들만 살아남아 독점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 편하고 안전한 모바일 간편 결제를 위한 업체의 전쟁은 향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