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제품 진화 중…불황 속 더 빛나 정용진의 야심작 '피코크' 고급화로 차별화 꾀해착한 가격과 높은 품질로 소비자 마음 사로잡아매장 전체 실적 견인 가능성…소비 심리 위축 반영도

지난 7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모델들이 이마트 자체 식품브랜드(PB)인 피코크의 프리미엄 추석 선물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
유통업계가 제조업체와의 협력ㆍ위탁을 통해 자사 브랜드로 내놓는 PB(Private Brand)상품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불황 속에서도 저렴한 가격과 대형 용량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기존과는 다른 발상을 통해 PB제품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쓰고 있는 상품도 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이라 불리는 이마트의 '피코크'는 비싼 가격에 어울리는 고품질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마트뿐만이 아니라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PB제품 마케팅을 통해 타 매장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편의점에서도 PB제품은 효자상품이다. 1인가구가 늘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PB제품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피코크, 한국의 커클랜드를 꿈꾸다

최근 가장 주목받은 PB브랜드는 이마트의 '피코크(PEACOCK)'이다. 피코크는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애착을 갖고 있는 사업군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개인SNS에 피코크 관련 포스팅을 적극적으로 올리며 '피코크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다.

이마트는 피코크를 한국의 '커클랜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커클랜드는 미국의 대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의 PB브랜드이다. 지금 코스트코가 세계적 유통 업체가 된 배경에는 커클랜드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스트코에 따르면 커클랜드의 브랜드 가치는 약 7조3000억원. 옷, 신발을 비롯한 의류와 각종 생필품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고 있는 커클랜드처럼 피코크를 통해 이마트의 유통업계 강자 자리를 굳히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기존 PB브랜드는 값이 싸며 품질이 좋지 않다는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피코크는 다소 가격은 높게 측정하지만 그에 어울리는 품질을 가졌다는 입소문을 타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른바 역발상인 셈이다.

피코크는 매출액 견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피코크 제품의 30% 가량을 제조하고 있는 신세계푸드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4315억원, 영업이익은 9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6.6%, 영업이익은 229.5% 증가한 수치다

피코크의 또 하나의 히트 비결은 1인 가구를 겨냥했다는 점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점차 1인가구가 늘면서 용량이 많지 않은 1~2인분의 즉석식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피코크는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간편식을 내놓음으로써 젊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간편식은 인스턴트 제품이라는 기존의 편견을 깨고 갈비탕, 동태탕 등 일반 가정식에 뒤지지 않는 메뉴를 선보임으로써 1인 가구는 물론 주부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다.

이마트는 피코크를 필두로 한 PB상품 개발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식품 제조 사업 분야 강화에 나선다. 지난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식품 제조업체인 세린푸드를 인수했다. 신세계푸드는 세린푸드의 지분 100%를 확보했다. 신세계 그룹 측은 이번 인수는 식품 제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 설명했다. 세린푸드는 만두 제조업을 주로 하는 식품제조업체로서 품질을 인증받아 CJ, 롯데, 풀무원 등 대기업들에게 식품을 납품해 왔다. 이번 제조업체 인수를 통해 신세계는 그룹 내 자체 식품 제조 역량을 강화해 피코크를 비롯한 자체 PB브랜드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마트부터 편의점까지… 'PB전쟁 중'

'피코크'이전, 소비자들의 뇌리에 인상 깊게 남아 있는 PB제품은 롯데마트의 '통큰'시리즈이다. '통큰치킨'을 히트하며 치킨업계에 파란을 이끈 바 있는 롯데마트는 현재도 통큰 시리즈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올 1분기 2000개가 넘는 롯데마트 PB 상품 중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통큰초밥'. 이외에도 초이스엘 마운틴 바나나, 통큰아몬드 등이 인기를 끌었다. 롯데마트의 PB제품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타 제품보다 많은 용량을 필두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롯데마트는 '통큰'시리즈 외에도 초이스엘, 프라임엘 등 2000여개의 PB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초이스엘은 합리적인 가격군이며 프라임엘은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PB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향후 다양한 PB제품 관련 마케팅을 전개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롯데마트의 PB상품 매출구성비는 26%로 집계되고 있다.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서도 유통업계는 PB제품을 중심으로 한 할인행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자사 PB제품 100여점을 할인해 판매하는 '다다익선' 할인 행사를 실시했다. 같은 품목을 2개, 3개씩 구매하면 10%에서 20%까지 할인해 주는 방식이다.

편의점 또한 PB브랜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PB 강릉교동반점짬뽕'은 대표적인 PB상품. 지난해 10월 지역 맛집과 연계해 선보인 제품으로 9월만에 250만개가 판매돼 큰 인기를 끌었다. 아이돌그룹인 걸스데이 멤버 혜리의 이름을 딴 '혜리 도시락'역시 질 좋은 반찬으로 입소문을 타며 매출액 성장을 견인했다. GS25의 공화춘 시리즈, 오모리김치찌개라면도 인기가 좋은 PB상품이다. 특히 편의점 PB제품의 경우 외부업체와의 적극적인 협력이 눈에 띄는데 공화춘의 경우 인천 차이나타운의 중국음식점과,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은 숙성김치의 깊은 맛으로 유명한 오모리와 손잡고 개발에 나섰다. 원조 업체들의 노하우를 반영해 편의점에서도 질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잘 키운 PB제품 전반적 매출 증가로

PB제품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유통업계는 비교적 고가지만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전략적 PB제품 출시에 열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가 자체 연구소에서 피코크와 관련된 제품 제조 기술을 연구하는 것 또한 품질 선진화가 향후 PB제품의 성패를 연결 짓는 중요한 열쇠라는 걸 파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PB브랜드는 유통업계의 전반적 실적을 이끌 수 있는 효과를 갖기도 한다. PB제품은 특정 매장에서만 살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수 있는 PB제품만 개발한다면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는 것. 유통업계 관계자는 "특정 매장에서만 살 수 있는 PB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마트를 찾으면 전반적인 매출 증가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PB제품의 인기가 전반적인 불황의 덕을 봤다는 분석도 있다. 아직까지 PB제품은 일반 상품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얄팍한 지갑 사정으로 PB제품의 인기가 저절로 올라갔다는 것. 단기적으론 PB제품의 인기를 불러왔지만 길게 보면 유통업계에게 소비자들의 소비심리 위축은 적신호이기 때문에 마냥 기뻐할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