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경영권 전쟁 2라운드… '형의 반격'에 롯데 미래 불투명신동주, 광윤사 대주주 등극하며 동생 압박신동빈, 빈약한 지분이 최대 변수 … 아버지 집무실 관리 두고 형제간 실랑이캐스팅보트는 종업원 지주회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2일 인천 중구 운서동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자유무역지역에서 열린 '비전 2020 상생2020'선포식에 참석해 롯데면세점의 운영역량과 경쟁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된 줄 알았던 형제의 난이 다시 시작됐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SDJ 코퍼레이션 회장'이란 명함을 달고 법적 소송을 통해 동생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굳건한 지지와 함께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대주주인 광윤사 지분을 갖게 되면서 선공에 나섰다. 급기야 지난 14일 일본에서 열린 광윤사 주주총회에서는 신동빈 회장을 광윤사 이사직에서 해임했다.

광윤사 대주주로 올라선 신 전 부회장 측은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총괄회장의 지지와 함께 광윤사 지분을 토대로 롯데홀딩스 지분 확보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 종업원 지주회의 지분을 획득하기 위해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해 끊임없이 의구심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신격호 총괄회장 또한 집무실에 배치된 직원들 해산과 CCTV 철거 등의 내용을 담은 통고서를 보내 롯데 일가의 갈등의 골이 상당히 깊음을 시사했다.

롯데 측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압력에 별다른 대응을 하곤 있지 않다. 이미 지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진들의 지지를 얻은 것이 증명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의 지분 확보 비율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은 신 회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여기다 하반기 롯데의 명운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면세점 재허가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형제가 경영권을 갖고 싸우는 모습에 반롯데 정서가 다시 촉발된다면 예전처럼 쉽게 면세점 재허가를 받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돌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친필서명 위임장을 공개하며, 한국과 일본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및 롯데홀딩스 이사회 임원들을 상대로 경영권 회복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사진=이혜영 기자
신동주, 광윤사 통해 신동빈 압박 나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된 것 같았던 롯데가 경영권 분쟁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신격호 총괄회장이 친필 서명 위임장을 주며 법적조치 등을 포함한 일체의 행위를 위임했다"며 "소송을 포함한 여러 조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이 제시한 목표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즉각적인 원대 복귀 및 명예회복, 불법적인 결정을 한 임원들의 전원사퇴다.

또 신 총괄회장이 현재 일본 법원에 접수된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건 및 회장직 해임에 대해 무효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국 법원에는 호텔롯데와 롯데호텔부산을 상대로 자신의 이사 해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의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도 제기해 롯데그룹 대주주로서 경영 감시권을 발동하겠다고 선언했다. 신동빈 회장을 압박할 수 있는 각종 소송 제기를 통해 다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무기는 두 가지이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지와 광윤사 지분이다. 먼저 신동주 전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 서명 장면을 3~4초 분량의 짧은 동영상을 통해 공개했다. 이에 대해 "아버지의 판단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90세가 넘은 고령이라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워 비디오를 찍고 위임장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신격호 총괄회장도 신동빈 회장 압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DJ코퍼레이션은 지난 16일, 신 총괄회장이 집무실 배치 직원 해산과 CCTV 철수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통고서를 신 회장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은 첫째로 총괄회장인 본인의 즉각적인 원대복귀와 명예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할 것. 둘째로 신동빈 회장을 포함해 불법적인 경영권 탈취에 가담한 임원들의 전원 해임과 관련자들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할 것. 셋째로 총괄회장의 집무실 주변에 배치해 놓은 직원들을 즉시 해산 조치하고, CCTV를 전부 철거할 것. 넷째, 향후 장남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이 본인의 거소 및 지원인력에 대한 관리를 총괄하게 할 것. 다섯째, 본인의 승낙이 있는 자의 통신 및 방문 등 본인과의 소통행위에 대한 일체의 방해행위를 금할 것.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이상하다느니, 정상적인 의사결정 능력이 없다"하는 등의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사과 등 명예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신 총괄회장은 "자유로운 소통을 방해하거나, 감시요원의 즉각 해산 및 CCTV의 즉시 철거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 이를 본인에 대한 불법 감금행위로 간주할 것"이라며 "만약 불응하는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엄히 물을 것이므로 즉각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여기다 지난 16일 SDJ코퍼레이션과 롯데 측은 신 총괄회장 집무실 관리 권한을 두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렇듯 신 총괄회장 일가의 갈등의 골이 예상보다 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롯데가의 경영권 다툼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가고 있다.

아버지의 지지를 등에 업은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에서도 우위에 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광윤사 지분을 신동주 회장이 50%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분에서도 신동빈 회장을 앞섰다는 것. 광윤사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 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28.1% 보유하고 있다. 그 외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구성 비율은 종업원 지주회 27.8%, 관계사 20.1%, 투자회사 LSI 10.7%, 신격호 회장 일가 7.1%, 임원지주회 6%, 롯데재단 0.2%로 나타났다.

광윤사의 지분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50%, 신동빈 회장이 38.8%, 신격호 총괄회장이 0.8%, 두 형제의 모친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가 10%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주 회장이 광윤사 지분 절반을 가진 만큼 신동빈 회장을 광윤사 이사직에서 해임하면서 압박에 나서겠다는 속내다. 이는 14일 열린 광윤사 주주총회에서 현실이 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광윤사 주주총회를 통해 신동빈 회장을 광윤사 이사직에서 해임했다. 또 신격호 총괄회장의 주식 1주를 매입함으로써 50%+1의 구조로 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광윤사 대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한다면 신동빈 회장을 압박할 수 있게 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광윤사 주주총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부터 저는 광윤사 대표이자 '50%+1주'의 지분을 가진 절대적 주주로서 광윤사의 롯데홀딩스 지분 28.1%에 대한 확실한 지배력을 확보했다"며 "저 개인으로서도 롯데홀딩스의 지분 1.62%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약 30%(29.72%)의 롯데홀딩스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 자격으로 롯데의 문제를 바로잡고 개혁하고자 한다"고 SDJ코퍼레이션 정혜원 상무를 통해 밝혔다.

롯데그룹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격에 대해 '도를 넘은 행위'라며 강력한 비판에 나섰다.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의 기자회견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신동빈 회장의 한국〮일본 롯데그룹 경영권 관련 사항은 상법상 절차에 따라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을 통해 적법하게 설정된 사안이므로 소송이 현재 상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또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총괄회장을 자신들 주장의 수단으로 또 다시 내세우는 것은 도를 지나친 행위"라 밝혔다.

광윤사 이사직 해임과 관련해선 "이미 지난 8월 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이 상정한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며 광윤사 지분과 상관없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이 신 회장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과는 별개의 일이라 선을 그었다. 신동빈 회장의 광윤사 이사 해임건에 관해서도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주회사가 아니라 지분 일부를 보유한 가족회사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종업원 지주회, 형제 중 누구 손 들까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격을 계기로 두 형제간 경영권 싸움의 '2라운드'가 열렸다. 반격을 시도한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이번에야말로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한 듯하다. 우선 롯데홀딩스의 대주주인 광윤사의 대주주 자리를 차지하면서 전방위적 공격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세운 것으로 알려진 회사 'SDJ코퍼레이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오랜 지인이었던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에서 사업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민유성 전 회장은 국내에서 신 전 부회장을 돕고 있으며 현재 SDJ코퍼레이션 고문직을 맡고 있다. SDJ코퍼레이션은 향후 신 전 부회장이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종업원 지주 지분'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광윤사 대주주로 등극하면서 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가져가게 됐다. 이 밖에도 신 전 부회장 측은 광윤사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종업원지주회의 27.8%를 확보해 롯데홀딩스 또한 장악하겠다는 뜻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지분의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지분 1.62%를, 신동빈 회장이 1.4%를 갖고 있다. 직접적인 영향력이 있는 개인 지분을 포함해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 지분 28.1%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 0.4%까지 획득하고, 여기다가 종업원 지주회의 지지를 얻는다면 롯데홀딩스 최대 주주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 전 부회장은 종업원 지주회 지분을 획득하기 위해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진 롯데쇼핑 중국진출 적자건과 관련해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을 낸 것 또한 신동빈 회장의 경영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민유성 전 회장 또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지와 이번 지분 구조 획득을 통해 직원들도 신 총괄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한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만약 신 회장의 경영에 제동이 걸리면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때와 달리 상황이 반전되면 직원들의 마음이 기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면세점 재허가에 불똥 튀나

형의 공세에 흔들리지 않고 신동빈 회장은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우선 롯데 입장에선 연말 재심사가 예정된 면세점 심사에서 승리를 거두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된다면 롯데에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어 면세점 입찰 심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12일 인천 중구 운서동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롯데면세점 상생 2020'선포식에 참석해 "흔들리지 않고 정상적 경영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롯데면세점이 2020년 세계 면세시장 1위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룹 회장이 계열사의 비전을 소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면세점 자리를 지키는 것이 롯데 입장에선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특허가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잠실 월드타워점 두 곳의 연 매출은 2조6000억원. 한국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호텔롯데 이익의 80%를 책임지고 있다. 한 곳이라도 특허를 다시 받지 못하면 롯데 입장에선 치명적이다. 롯데 관계자는 "향후 면세점 재허가에 따라 롯데의 미래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하반기 면세점 특허 갱신을 위해 전 임직원이 총력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이를 위해 신동빈 회장이 직접 선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롯데면세점은 향후 5년 동안 사회공헌 분야에서 15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 설명하며 사회공헌에 앞장설 것을 알리기도 했다. 만약 경영권 분쟁이 다시 시작된다면 애써 진화한 롯데를 향한 부정적 인식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사회공헌을 통해 '반롯데 정서'를 없애는 것을 주 목표로 삼을 듯하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신동빈 회장 또한 안심할 순 없는 처지다. 만약 신동주 전 부회장이 종업원 지주회의 지지를 받아 롯데홀딩스 지분 27.8%를 가져가게 된다면 경영권에 압박을 받게 된다. 신동빈 회장의 개인 지분은 고작 1.4%. 이미 광윤사를 신 전 부회장이 차지하게 된 이상 종업원 지주회와 관계사의 지분을 끌어오는 게 신 회장의 숙제이다. 우선 지분 확보에서 우위를 거둬야 안심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 신 회장의 지분은 미미하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국내에서 롯데가의 첫 소송전은 오는 28일 시작된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이 롯데쇼핑을 상대로 낸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기일 날짜가 이달 28일로 잡혔다.

업계에서 이 소송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 능력을 파헤치기 위한 소송으로 보고 있다. 중국 진출 과정에서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진 롯데 쇼핑의 회계 장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소송에서 신 전 부회장이 승리한다면 신동빈 회장은 1차전의 승리 여운에 취해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형의 압박과 함께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마저 차남에게 '통고서'를 통한 전쟁을 선포함으로써 롯데가의 골육상쟁은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누가 후계자가 되든 소송전이 장기화된다면 형제 중 득을 보는 사람은 없다. 재벌가의 집안싸움을 지켜보는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