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태국서 신(新) 한류 붐

방콕의 마크로마트에서 판촉직원들이 하이트진로가 최근 출시한 '자몽에이슬'과 함께 '참이슬', '진로24'를 홍보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대표 김인규)가 태국 시장을 교두보 삼아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확대에 나선다.

동남아시아 시장은 대부분 교민 및 한국인 관광객 중심으로 한국 술 소비층이 형성돼 왔다. 그러나 최근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고 한류가 불기 시작하면서 한국 술에 대한 현지인들의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현지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펼쳐왔다.

가장 먼저 한류가 일었던 태국에는 현지기업과 제휴로 시장을 확대해왔다. 2011년 태국 최대 주류기업 ‘분럿(Boonrawd) 그룹’과 소주 수출, 유통계약을 맺은 후 시음회, UCC 등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참이슬, 진로24 등 브랜드 알리기에 적극 나서면서 매년 판매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실제로 분럿그룹과 파트너십을 맺은 후 하이트진로의 현지 매출은 급증하고 있다. 계약 전인 2010년과 비교하면 태국시장 전체 수출 매출은 354% 증가했다. 특히 현지화 주력 제품은 진로24의 매출은 5년 전에 비해 793%나 급증했다.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태국 내 유일의 창고형 할인매장 Makro에서 만난 20대 여성 푸이 씨는 “한국 소주는 맛이 좋고 마시기 쉬워 자주 산다. 특히, 가격도 저렴하고 숙취가 없어 다음날 출근해 일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아 좋은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방콕 유명번화가 RCA(Royal City Avenue)에 위치한 한 술집에서 판매 도우미가 ‘진로24’를 활용한 ‘진로타워 칵테일’을 제조하고 있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과일리큐르 ‘자몽에이슬’도 지난달 태국에 첫 수출됐다. 10월부터 현지 음식점 및 주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자몽에이슬에 대한 현지 파트너의 기대도 높다.

분럿그룹 관계자는 “자몽의 상큼함이 소주와 조화를 이룬 맛이 더운 지역인 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잘 맞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조만간 추가 주문도 고려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월 출시한 뉴하이트도 연말부터 태국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현지화가 가장 빠른 태국에서는 대중문화와 접목한 마케팅도 준비하고 있다.

분럿그룹은 소주 브랜드 진로에서 이름을 딴 걸그룹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JRGG(JinRo Girl Group, 진로걸그룹)라는 이름의 4인조 여성 아이돌 그룹으로 현지인들로만 멤버가 구성돼 있지만 한류의 영향력을 고려한 네이밍이다.

하이트진로는 동남아시아의 중심인 태국 시장을 발판 삼아 인근 국가에 그 영향력을 전파한다는 복안이다. 태국은 전 세계 페이스북 사용자 1위(수도 방콕), 라인 가입자 2위, 유튜브 싸이 동영상 조회수 2위를 기록하는 등 유행전파 속도가 매우 빠른 국가다.

강현순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장은 “태국 증류주시장 내 ‘진로24’는 현재 4위다. 진로를 유통하고 있는 분럿 사는 조만간 ‘진로24’를 1위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또, 시장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아이템으로 자몽에이슬, 진로 그레이프푸르츠(Jinro Grapefruit) 등을 출시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을 새로운 해외 성장시장으로 보고 현지기업 제휴, 영업소 개설, 신제품 출시 등 국가별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그 동안 교민 및 관광객 중심으로 소주 등 한국 주류소비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불고 있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주류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면서 일본, 중국에 이은 아시아지역 3대 수출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말 AEC(Asean Economic Community, 아세안경제공동체) 출범으로 GDP 규모로 세계 7위, 인구로는 6억명의 거대 경제권을 형성하게 된다. 경제공동체 구성으로 더욱 역동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하이트진로는 체계적인 현지화 전략을 통해 새로운 성장기회를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하이트진로의 올해 상반기 동남아시아 지역 수출실적은 557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4.4% 성장했다. 품목별로는 맥주가 235.2%, 소주가 25.7% 성장했으며, 나라별로는 필리핀이 195만 달러로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맥주 OEM 수출계약 계약을 맺은 싱가포르는 534%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동남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은 2011년 이후 26.9%, 41.3%, 30.3%로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지역의 경제발전 속도에 따라 향후에도 더욱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트진로는 동남아시아 시장 확대전략을 통해 2017년에는 2015년 대비 약 2배 수준인 2,000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동남아시아 시장은 일본, 중국에 이은 3대 수출권역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최근 한국 제품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AEC 출범으로 인해 동남아시아 주류시장에서도 새로운 성장기회가 생기고 있다”며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음용패턴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통해 한국 술의 우수성을 알려 동남아 주류시장에서 새로운 한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콕=이승택기자 seung306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