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연말 사장단 인사 구도는통합 삼성물산 탄생 주역들, 보상받을까… 삼성전자, 대규모 임원 퇴진 예고?임원 나이는 갈수록 젊어져… 이 부회장, 실용적 인사 단행할 듯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연합뉴스
올 연말 삼성 사장단 인사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게 인사라지만 본격적으로 ‘이재용 시대’를 열어가는 시점에서 이번 연말 인사가 향후 삼성의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 인력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의 사장단 인사를 한 마디로 축약하자면 ‘안정’이었다. 하지만 올해의경우 ‘이재용 시대’를 열어가는 도약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 변화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올해 삼성은 통합 삼성물산 출범,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사태 등 큰 고비를 넘겼다. 이 과정에서 제 몫을 다해준 임원들에게는 그에 맞는 보상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말 인사가 임원들의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높다. 이미 삼성전자가 퇴직 임원들을 위한 사무실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재계의 증언이 나왔다. 또 이재용 부회장이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슬림한 조직을 만들어갈 가능성도 높다. 40대인 이재용 부회장의 나이에 걸맞는 ‘젊은 임원’들이 대거 등장할 수도 있다.

통합 삼성물산 사장단, 오르막길 혹은 제자리 걸음?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연합뉴스
와병중인 이건희 회장의 빈자리를 이재용 부회장이 채운 지 만 2년이 됐다. 이 시점에서 올해 연말 사장단 인사야말로 이재용 시대를 함께 열어갈 ‘이재용의 사람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실용주의’노선을 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이러한 경영 철학은 삼성 전용기 매각과 태평로 본사 건물 매각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연말 인사는 이 부회장의 코드와 잘 맞는 사람들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고 통합 삼성물산 시대를 안착시킨 주역들에 대한 보상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이다. 각자 다른 4개의 사업 영역이 한 배를 타고 있는 통합 삼성물산의 조정자 역할을 맡은 최 사장은 이번 통합 삼성물산 출범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소액 주주들을 일일이 설득에 나서면서 통합 삼성물산 출범을 잡음 없이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 외부 영업인사인 최 사장은 오랜 외국생활로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있다. 탈 권위주의를 내세우는 이재용 부회장과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어 이번 연말 인사로 삼성그룹에서 한 단계 더 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통합 삼성물산 체제 안정을 위해 그대로 직위를 이어갈 수도 있다. 최치훈 사장을 포함해 이번 통합 삼성물산에서 4개 부문 사장 자리에 오른 김봉영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사장, 김신 상사부문 사장, 윤주화 패션부문 사장의 경우 보상을 받기 보다는 현 직위를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돌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측근으로 평가받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승진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룹의 중추부를 맡고 있는 미래전략실의 수장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승진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특히 최 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평가받고 있어 삼성의 이재용 시대를 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연합뉴스
이른바 ‘반도체통’이라 불리는 전동수 삼성SDS 사장 또한 연말 인사를 기대해 볼 만하다. 전동수 사장은 황창규, 권오현으로 이어지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계열사의 성적표에 따라 철저하게 평가받는 인사 체계를 갖춘 삼성이니만큼 갤럭시S6와 노트 5의 매출에 따라 삼성전자 임원들의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종균 IM부문 사장의 거취가 주목 받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부문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페이, 바이오 산업 등 신성장동력을 이끌어갈 인재들로 누가 낙점될지도 관심사다. 이재용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가기 위해선 향후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 이에 따라 연말 인사를 통해 향후 삼성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들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퇴직 이뤄질 수도

날이 갈수록 대기업의 임원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기업 분석 전문업체인 한국CXO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100대 기업의 임원 숫자는 올해 상반기보다 100~200명 줄어 6700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CXO연구소의 오일선 소장은 “단기실적 악화와 저성장 기조에 따른 기업들의 대비책, 기업합병 등 조직개편에 따른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동수 삼성SDS 사장. /=연합뉴스
삼성 또한 다수의 임원들이 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요새 테헤란로의 빈 사무실을 찾느라 분주하다고 한다. 삼성은 퇴직 임원들에게 사무실을 마련해 주는 관행이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올 연말 인사에서 옷을 벗는 임원들이 예상보다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돌고 있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 2012년부터 임원 수를 차차 줄여 나가고 있다.

임원진의 연령대가 더 젊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1968년생으로 올해 만 47세다. 젊은 수장의 나이에 맞춰 임원진들 또한 젊은 사람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삼성 연말 인사에서 임원들의 평균 연령은 46.7세로 나타났다.

또 60세를 기준으로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삼성의 특성상 60세를 넘긴 사장들이 얼마나 퇴진할지도 큰 관심사 중 하나다. 재계 관계자는 “평균 연령이 낮아질 수도 있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젊은 사고를 가진 임원들이 등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CXO 연구소는 삼성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삼성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으로 조직을 슬림화했기 때문에 최대 실적을 이끌어 낼 실리기반의 임원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