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주인' 놓고 법적 공방 치열신동주 측 "롯데쇼핑 중국사업 진출로 손실 1조, 회계 공개해야"신동빈 측 "소송 자격에 문제… 경영복귀 위한 개인적 의도 엿보여"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신동주ㆍ동빈 형제의 다툼이 법정에서 처음으로 진행됐다. 첫소송에서 양측은 모두 직접 법원에 출석하지 않고 법률 대리인을 통해 치열한 공방전을 폈다. 주요 쟁점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열람ㆍ등사권 행사가 정당한 지와 롯데쇼핑의 중국 사업 부실 논란이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주요 주주로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는 것과 신동빈 회장이 추진한 중국사업의 투자 실패를 부각시켰다. 이에 신동빈 회장 측은 신 전 부 회장의 열람ㆍ등사권 행사가 부당하고 중국 사업 실패도 왜곡됐다며 반박했다.

이번 소송은 롯데 경영권의 향배를 좌우할 수 있는 첫 출발이란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법정에서 전개된 소송 공방전의 주요 쟁점을 살펴봤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 358호 법정에서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쇼핑을 상대로 회계장부를 열람하게 해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리가 열렸다.

양측은 본격적인 심문에 앞서 기싸움이 팽팽했다. 신동빈 회장 측 법률 대리인(법무법인 김앤장 이혜광 변호사 등 4명)은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가처분 신청을 낼 자격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롯데그룹의 대표자이므로 상법상 소송을 내려면 당사자가 될 수 없고, 감사에게 대표를 일임해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롯데쇼핑 측은 "절차상 하자를 보정한 후에 심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에 신동주 전 부회장 측 법률 대리인(법무법인 양헌 김수창 변호사 등 3명)은 "신격호 총괄회장은 대표이사 직위와 주주로서의 지위를 둘 다 가진다"며 "가처분 신청은 주주자격으로 신청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신동빈 회장 측의 주장이 옳다고 판단했다. 신 총괄회장이 이사 지위를 가졌기 때문에 주주로서 가처분을 냈더라도 소송 수행은 감사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신격호 회장이나 신동주 회장이 신청하는 내용을 분리해서 검토하는 것이 가능하고, 기본적으로는 논점이 동일하기 때문에 심문기일을 그대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신격호 회장은 감사를 통해 다시 신청을 낸 뒤 한 차례 더 열리는 심문기일에서 추가로 자기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소송전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가처분 신청 취지에 대해 "피신청인인 롯데쇼핑이 대표이사(신격호 총괄회장)에게도 허위 보고를 일삼으면서 무리하게 벌인 중국 및 해외 사업에서의 방대한 부실 규모와 원인을 탐색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신 전 부회장이 롯데쇼핑에서 13.45%의 지분을 가진 주요주주로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며 "가처분 신청은 무분별한 해외 투자와 그에 따른 손실 책임 차원에서 주주 공동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의 법률 대리인 김수창 변호사(왼쪽)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의 법률 대리인 이혜광 변호사
이에 신동빈 회장 측은 "상법상 목적이 부당한 경우에는 열람ㆍ등사 신청을 제한한다" 며 "신동주 전 부회장의 열람ㆍ등사권 행사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가처분 신청이 "악의적 목적에 의한 것"이라며 "추후 고소로 가기 위한 전략이며, 진정한 목적은 롯데 면세점 상실 및 (호텔롯데) 상장 저지, 현 경영진을 비방ㆍ압박해 자신의 경영권 복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처분 신청이 "롯데의 기업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회사를 해치는 행위로서 회사와 주주의 공동의 이익에도 반한다"며 "롯데의 명운이 달린 면세점 사업을 앞둔 회사에 가장 불리한 시기에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롯데쇼핑의 '중국 투자 1조 손실 논란'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신 전 부회장 측은 "롯데쇼핑은 중국사업 손실 규모가 1조에 달하며 경영 상황이 악화되는 과정에서 무분별한 해외투자와 책임 회피로 주식 가치를 훼손했기 때문에 이를 밝히기 위해 회계장부를 살펴보고 허위보고와 누락된 보고가 없는 지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신 전 부회장 측은 "롯데쇼핑은 해외 사업의 무분별한 투자로 인한 손실을 축소 ㆍ허위 보고 했으며 일부 주요회사 분석에 불과한 수치로 공개되지 않은 관계사까지 포함한 전체 손실은 이보다 클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롯데쇼핑은 그동안 에비타(EBITDA)를 기준으로 손실액이 1600억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에비타는 기업의 현금창출능력을 파악하기 위한 특수지표지 통상적으로 손실과 이익을 분석하기 위해 사용되는 지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롯데쇼핑 측은 PPT를 통해 신 전 부회장 측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들은 "중국사업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직접 진출을 지시했으며 IR을 통해 분기별로 사업보고를 해왔기 때문에 축소 보고한 사실은 없다"면서 "중국 사업의 실패 원인은 유통업 구조 특성상의 문제와 중국 내수 침체 등의 문제지 경영진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중국 손실 발생이 유통업의 구조적 특성(초기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고 손익분기점을 7∼8년으로 잡는 것)과 중국 내 경쟁 격화 및 비용 상승, 중국의 정책 전환 및 내수 침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양측 공방이 치열한데다 자료의 양이 방대한 점 등을 고려해 통상 3주 후로 잡는 2차 심문 기일을 5주 후인 12월 2일 오후 4시로 정했다.



윤지환 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