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대출 기준에 기업 날벼락대출담당부서 실사도 없이 전액상환요구에 업체대표 분노"대출기한 연장 해준다 말만 믿고 대출했으나 뒤통수"

은행들이 대출을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투자범위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국민은행이 앞과 뒤가 다른 대출심사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최근 은행들은 기업대출과 관련해 '과거'보다 '미래'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일부 업체에 대출을 내준 뒤 만기 때 정확한 실사도 없이 서류만으로 실적을 판단해 대출연장 거부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당 업체 관계자들은 "대출담당자들이 업체 현장에 한 번 와보지도 않고 서류 몇 장만 보고 일방적으로 대출기한연장불가 통보를 해왔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무서운 국민은행 기업대출

최근 은행들은 자율적으로 기술금융에 뛰어들고 있다. 신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은행 기업대출 트렌드가 과거를 심사하는 것에서 미래를 심사하는 것으로 기준이 바뀌고 있어 중소기업은 기술개발자금확보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올 초부터 시작됐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월말 은행들의 기술금융 실적건수 및 금액은 각각 2만1373건, 13조5033억원으로 전월대비 4244건, 2조7583억원 증가했다. 지난 1월 2716건, 1조8203억원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확대된 것이다.

K사 관계자가 이 회사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적극 기술금융에 나선 것은 중소기업대출 증가폭 확대에 일조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대출은 지난해 12월 506조8000억원, 올 1월 511조2000억원, 2월 516조1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은행들이 새 먹거리를 찾아 시장을 빨리 활성화하고 선점하기 위해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존 대출영업은 기업의 과거 실적을 보고 대출 해줬다. 재무제표, 실적이나 기업 건전성 등 과거 기업에 대한 숫자가 대출의 기준이었던 것이다. 기존의 기업대출은 까다로운 편이어서 대출을 받으려는 중소기업이 여력이나 담보가 부족해 심사에서 거절당하는 일이 빈번했다.

기술금융은 기존 대출과 다르다. 기술신용대출은 그 기업의 기술 등을 통해 기업의 성장성이나 미래 가능성을 판단하고 이를 토대로 심사한다. 즉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자금을 융통해주는 것이다. 대출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실 염려도 없다.

기술신용대출은 기술만 보고 대출해주는 것이 아니다. 신용대출 중 일부분일 뿐이다. 때문에 기술신용대출을 신청받으면 기술을 평가해 신용등급을 올려줘 한도를 올려주거나 기간을 늘려주기 때문에 크게 손해를 보지도 않을 것이란 평가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이 같은 대출에 이중적 태도를 취해 기업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경북지역의 K사는 국민은행의 앞과 뒤가 다른 대출로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K사 관계자는 "국민은행 측의 설득으로 기존에 거래하던 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 옮겨 대출을 받았다"며 "대출자금을 받을 당시 은행 측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대출기한연장 등에 대해 걱정할 것이 없다고 해놓고 최근 국민은행 측은 대출만기 1년을 앞두고 연장불가통보를 해왔다"고 말했다.

K사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은행 측은 대출 당시 이자도 3.75%라고 했으나 나중에 신용보증기금 등을 추가로 받아야 했고 그 결과 K사는 4%가 넘는 이자를 내야했다.

이 관계자는 "이자가 4%가 넘어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대출연장 등 문제없이 해주겠다는 말만 믿고 거래은행을 지방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 바꿨다"며 "우리 회사는 그동안 매달 980만원의 이자를 단 한 번의 연체나 미납도 없이 처리했다. 그런데 국민은행은 우리 회사로 실사 한번 와 보지 않고 서류검토만을 해 기한연장불가통보를 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기술검토 제대로 안 해

K사는 모니터 등에 사용되는 특수망을 제조하는 회사로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추가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다. 회사 기술과 관련해 업무상 대외비가 많아 외부에 자세히 밝힌 적 없지만 회사 규모만으로 그 미래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K사는 공장 총부지만해도 25,970.2479㎡(7,856평)에 이른다. 공장에는 기술개발과 상품생산을 위해 해외에서 수입한 고가의 기계가 적지 않다. 대당 2억원에 이르는 기계 74대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행 측은 기술관련 인증사항이 없고 특별한 영업활동이 없다는 이유로 대출기한연장불가를 통보한 것이다.

K사 관계자는 "회사의 재산이 없거나 기술력이 없을 경우 은행의 조치를 이해하지만 회사 자산만해도 대출을 충분히 변제하고도 남고 회사 자체의 부채도 전혀 없다"며 "대체 왜 대출을 받을 당시 했던 말을 안 지키는 것인지 물어봐도 답도 안 해주는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 지역 국민은행 대출 담당자는 기한연장을 위해 본사에 여러 번 소명했으나 본사에서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다면 심사평가를 위해 본사 심사 담당이 한번이라도 우리 공장에 내려와보고 결정해야지 기업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자금문제를 이렇게 가볍게 여기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K사는 2013년 5월에 41억원을 대출받았고 이외 추가 대출이나 회사 부채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대출 과정에서 은행이 요구하는 변제능력을 증명했으나 국민은행은 특별한 이유없이 대출을 기한 내 상환하라고 통보한 것이다.

K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현재 자금력에 여유가 있어서 대출을 모두 변재하고 다른 은행에 대출을 받을 것"이라며 "국민은행과는 다시는 거래하지 않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지난 6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 은행 스스로 기술평가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같은 달 8일 기술금융 우수지점인 KB국민은행 서울 구로종합금융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은행들이 기술신용평가기관(TCB)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체적인 평가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은행장들은 자체평가 도입하는 게 효과가 있는지 검토하고 경영전략으로 가져야 한다"며 "외부 기관에 의뢰를 하되 평가서를 검증하는 제도를 따로 보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검수조직도 만들어 TCB가 기업의 기술력을 제대로 평가했는지 사후 체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평가품질을 분석해 공개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종규 국민은행장은 "은행이 기술내용을 이해하고, 신용평가와 여신 리스크를 스스로 소화해야 한다고 본다"며 "은행이 가지고 있는 자체신용등급 시스템을 개선하고, 이공계 인력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올 하반기 기업에 대한 자체 기술평가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