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이겨도 져도 '남 좋은 일'?쿠팡, 적자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 결정쿠팡·택배사 간 로켓배송 위법 설전판결 여부… 양쪽 모두 쿠팡 측 불리

김범석 쿠팡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로켓배송 확대를 위한 2017년까지 1조 5000억 원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윤소영 기자
국내 소셜커머스(social-commerce) 업체인 쿠팡이 지난 4일 자체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두고 기존의 택배업체들과 법적 공방을 벌였다. 쿠팡의 영역이 단순한 전자상거래에서 확대된 가운데 양측 간 신경전이 치열했다.

이처럼 쿠팡의 로켓배송은 '무료 배송ㆍ당일 배송'을 전략으로 기존의 국내 배송환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해 1215억 원의 적자를 낸 쿠팡을 구원할 투수로 등장했던 로켓배송과 이를 둘러싼 대립을 살펴봤다.

"장기적ㆍ획기적 도전"

김범석 쿠팡 대표는 쿠팡의 혁신과 변화를 위해 로켓배송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대표는 지난 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객의 경험이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믿음으로 로켓배송을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로켓배송은 고객의 주문부터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서비스"라며 "고객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24시간 이내 배송을 자랑하고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 측은 로켓배송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의 기회를 만들며 이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과 지역 상생 발전을 함께 이끌어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쿠팡맨(로켓배송 기사) 3500명을 고용했다"며 "올해 말까지 5000명을 늘리고 내년에는 1만 명, 2017년에는 1만 5000명을 고용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어 "로켓배송에 필요한 인원수까지 포함하면 올해 6000명 이상을 충원하고 내년에는 1만 8000명을 충원하고 2017년에는 2만 5000명을 추가해 총 4만여 명을 고용할 예정"이라며 "양질의 대규모 채용은 서울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쿠팡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로켓배송은 쿠팡맨이 배송하는 것뿐만 아니라 물류와 고객을 관리하는 기술적인 플랫폼까지 감안한다"며 "2016년 완공을 목표로 2개의 물류센터가 신축 중이며 2017년까지 21개의 물류센터를 완성시킬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쿠팡 측은 로켓배송 관련 인력 4만 명의 채용을 위해 2017년까지 1조 5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6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를 투자받은 금액을 뛰어넘는 수치다.

김범석 대표는 자금 조달과 관련해 "장기적인 사업 플랜을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이 받쳐주고 있다"며 "현재 로켓배송 서비스를 즐기고 있는 고객이 있는 아직 즐기지 못한 고객이 있어서 투자를 확장해 많은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다"고 전했다.

이어 "쿠팡은 혁명과 장기적인 선순환을 바라보며 투자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애용할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당분간 적자는 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100년 기업을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쿠팡이 로켓배송을 지속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류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차량적재율에 관한 로켓배송 비용 문제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불어 쿠팡은 지난해 121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2012년과 2013년에도 각각 16억 원, 42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본업의 영역을 넘어서는 로켓배송에 대규모 투자를 쏟아 붓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게 대다수가 우려하는 바다.

이에 대해 김범석 대표는 "쿠팡은 물류·택배 사업을 하려고 로켓배송에 도전한 것이 아니라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한층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며 "단기적으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투자로 볼 수 있지만 로켓배송이 장기적이고 획기적인 도전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겨도 이긴 게 아닌 소송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위법성' 논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CJ대한통운을 비롯해 택배회사 11곳이 속한 한국통합물류협회 측은 영업용 차량이 아닌 비영업용 차량으로 운송행위를 하는 로켓배송을 두고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지난 5월 전국 21개의 지방자치단체에 고발장을 접수했으며 지난달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중앙지법)에 로켓배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소송은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조용현 부장판사)에서 첫 심리가 열렸다.

이날 한국통합물류협회 측 변호인은 "쿠팡이 허가받지 않고 자가용 화물차로 상품을 배송하고 있다.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을 엄격히 규제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다"며 "아무리 소비자를 위해도 과정이 공정하고 적법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쿠팡은 (로켓배송을 통한) 소비자 이익, 고용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운운하지만 모든 것이 쿠팡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납품업체를 상대로 한 착취나 갑질, 쿠팡맨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쿠팡 측 변호인은 "쿠팡은 로켓배송이란 혁신적인 배송시스템으로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회사로 도약하려는 국내 벤처업체"이라며 "국내 굴지의 택배업체들이 기득권 지키기 차원에서 발목을 잡고 딴죽을 걸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로켓배송은 (쿠팡이) 생산자에게 직접 물건을 구매한 뒤 자체 배송 인력(쿠팡맨)을 고용해 구매자에게 전달해주는 모델"이라며 "규제 대상이 된다면 자기 차량을 이용하는 꽃 배달이나 자장면 배달까지 화물운송사업에 해당된다"고 맞섰다.

또한 "택배회사들은 불법행위라 주장하지만 애초에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규제 대상이 아니다"며 "(로켓배송을) 시행한 1년 7개월 동안 각 회사가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도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고 있기에 권리 보전의 필요성도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은 합법 판결이든 불법 판결이든 '남 좋은 일'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합법 판결이 나면 기존의 유통업체들이 이득을 보는 상황이 펼쳐지고, 불법 판결로 로켓배송을 중단하게 되면 위메프, 티켓몬스터 등 경쟁업체와의 변별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단 쿠팡의 로켓배송이 합법으로 인정받으면 백화점, 대형마트 등 또한 비영업용 차량을 통해 자체 배송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게 된다. 쿠팡은 자체 배송 서비스를 실시하는 대형 유통업체와 경쟁했을 경우 규모 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반면 로켓배송이 불법으로 판결나면 소셜커머스 업체로서 쿠팡의 경쟁력이 사라져버린다. 더불어 지금까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차량, 부지, 인력에 투자한 모든 비용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드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한편 국내 택배업계의 최강자인 CJ대한통운은 지난 1일 오는 2016년 내로 전국 당일배송 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 "로켓배송 서비스를 할 수 없다면 이 모든 투자가 무의미하다"고 말한 김범석 대표의 결정이 어떤 국면을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