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에게 신뢰 주는 기업은?지배구조 좋은 기업 '두산·현대백화점·CJ''한진·효성·현대' 부정적 지배구조 이용해국내 기업 지배구조 아쉬워… 적극 개선 필요

국내 20대 그룹의 지배구조 상태가 100점 만점에 평균 25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자산 상위 20개 기업집단 상장 계열사의 2014년 지배구조를 평가한 결과다. 평가는 '주주권리 보호ㆍ이사회·감사기구·공시' 4개 항목을 대상으로 기본평가와 심화평가(감점)를 통해 최종 순위가 결정된 것이다.

이에 따르면 20개 그룹 중 기업지배구조 상태가 두산이 최상위, 한진이 최하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공개한 평가 자료를 바탕으로 상위 3개 그룹과 하위 3개 그룹을 살펴봤다.

두산 1위·현대백화점 2위·CJ 3위

두산은 지주회사 체제이며 계열사의 대다수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점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특히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는 공시 부문에서 다른 기업들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방문옥 ESG평가팀 팀장은 <주간한국>과의 통화에서 "공시는 주주들에게 누가 회사를 경영하고, 경영자를 감시하는 이사들이 누구인지 등을 공개하는 중요한 정보"라며 "기업이 자율적으로 공시할수록 긍정적인 지배구조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산의 경우 전체 계열사가 홈페이지에 지배구조와 관련된 정보를 공개한다"며 "이사회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기업지배구조 모범규범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이 모두 공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백화점은 4개의 평가항목에서 평균치의 점수를 받았으나 감점이 적어 눈길을 끌었다. 일감몰아주기, 총수 일가의 미등기 임원 선임 등 기업 지배구조의 취약성이 드러난 부분에서 감점이 적용된다고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측은 귀띔했다.

방 팀장은 "현대백화점의 감점이 적은 건 다른 그룹들에 비해 규모가 작다 보니 부정적인 사건이 적었기 때문"이라며 "주총 안건을 주주들에게 미리 알려 검토하도록 해야 하는데 법적 기준인 2주에 딱 맞춰서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사들은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보험을 모두 가입했으며 사외이사가 외부 전문 인력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며 "감사 부문에서는 회계법인이 비 감사 영역을 실시한 실적이 한 건 있는 것 외에는 부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없다"고 덧붙였다.

CJ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013년 7월 1657억 원의 탈세·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감점을 받았다. 이 회장은 1심 재판부에서 징역 4년에 벌금 260억 원, 2심 재판부에서 징역 3년에 벌금 252억 원을 선고받았으나 배임액 산정을 두고 검찰과 설전 중이다.

방 팀장은 "이재현 회장의 탈세·횡령·배임 1·2심 판결이 평가에 크게 작용했다"며 "이 외에도 지난해 CGV가 CJ E&M이 배급하는 영화를 유리하게 부당지원해 과징금을 부과 받은 사건 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재현 회장과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다수의 계열사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게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측 주장이다. 이 회장은 CJ오쇼핑과 CGV, 이 부회장은 CJ대한통운과 ㈜CJ의 미등기 임원이라고 전했다.

한진 꼴찌…효성·현대 개별 부문 하위

최하위는 100점 만점에 16.8점을 받은 한진으로 드러났다. 한진은 개별 평가 부문에서도 주주권리보호 20위(23.8점), 이사회 15위(10.7점), 감사기구 16위(46.0점), 공시 16위(23.0점) 등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한진은 특히 주주권리보호 부문에서 최하 점수를 받았다. 기업의 부실 리스크 심각성을 드러내는 지표인 신용공여액(대출+선수금환급보증)이 대부분의 계열사마다 큰 것으로 나타났고, 재무제표 승인·이익배당 실시 등을 이사회에서 결정해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효성은 0.7점의 근소한 차이로 꼴찌에서 벗어났다. 개별 부문에서 이사회(8.8점)·감사기구(28.7점) 평가는 꼴찌를 기록했으며 주주권리보호는 17위(28.8점), 공시는 11위(37.7점)에 그치는 등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효성의 계열사이자 국내 최대 스포츠마케팅회사로 야구선수 추신수, 리듬체조선수 손연재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갤럭시아 SM(구 IB월드와이드)은 지난해 이사회를 단 2회 개최했다. 지난 8월 25일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제휴를 선언한 이후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 등기이사 선임안을 통과시켜 추후 이사회 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는 이사회(25.0점)와 감사기구(53.3점) 부문에서는 각각 3위, 6위로 상위권에 올랐다. 그러나 주주권리보호(30.3점)와 공시(37.7점) 부문에서 16위, 17위로 낮은 등수에 머물렀으며 37.3점의 최다 감점을 기록했다.

현대의 계열사이자 엘리베이터 제조업체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스위스의 엘리베이터 제조업체이자 당시 최대주주였던 쉰들러엘리베이터로부터 718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주력 사업과는 무관한 파생금융상품을 계약해 막대한 손해를 입은 바 있다.

한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2002년 한국거래소, 금융토자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자본시장 유관기관들의 참여로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매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830여개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분석해 우수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방 팀장은 "국내 기업들은 기업지배구조의 법적 규제 수준에만 맞추도록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 주주권리보호, 이사회·감사기구 운영, 공시에 대한 문제를 독립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20대 그룹의 지배구조에 아쉬움을 표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