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x발망 구입 열풍 뒤의 이면들H&M-발망 컬렉션 사려 노숙명품 한정판 향한 반응 극과 극발망st 제작자 H&Mx발망 눈독

지난 5일 오전 서울 명동에 위치한 H&M 명동눈스퀘어점의 직원들이 입장 대기자들에게 번호표 팔찌를 배부하고 있다. 사진=H&M 제공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5일 오전 8시까지 서울 명동 눈스퀘어 1층에 위치한 H&M 매장 앞에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는 스웨덴 SPA(생산ㆍ유통ㆍ판매 통합) 브랜드 H&M이 한정판으로 선보인 H&M-발망 컬렉션 구입을 위한 노숙행렬로 대기인원이 400여 명에 달했다.

H&M을 비롯한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명품 브랜드와 협업한 한정판을 선보일 때마다 국내에서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발생한 글로벌 SPA 브랜드의 명품 한정판에 대한 열광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과 '진풍경' 이면의 또 다른 모습들을 살펴봤다.

H&M-발망 컬렉션 향한 상반된 시선

명품 디자인을 SPA 브랜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유혹은 몇 날 며칠을 추위 속에서 지새울 만큼의 위력을 발휘했다. 명품에 비해 부담이 적은 가격에 유사한 구매 효과를 낼 수 있다는 SPA 브랜드의 콘셉트가 명품을 향한 소비자들의 욕망을 꿰뚫은 것이다.

실제로 국내 한 백화점의 온라인 몰에서 377만 5840원에 판매되는 발망의 가죽재킷과 동일한 디자인이 H&M에서 34만 9000원에 판매됐다. 특히 디자인 복제가 아니라 발망의 수석 디자이너인 올리비아 루스탱이 제품을 직접 디자인했다는 점은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게다가 한정 수량을 일부 매장에서만 판매하며 고객들을 일정 인원씩 그룹지어 입장하게 한 정책은 구매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 때문에 지난 5일 서울 명동ㆍ압구정ㆍ잠실ㆍ부산 센텀시티점 등 4개의 H&M 매장에선 고성에 이어 고객들끼리 몸싸움이 오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명품을 향한 소비자의 호기심과 불황 타계를 위한 H&M의 전략은 서로 맞물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부터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마케팅 수단이라는 지적에 이르기까지 상황을 지켜본 이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나왔다.

패션 정보를 공유하는 한 온라인 사이트에는 "아무리 발망 컬래버레이션이어도 어차피 H&M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봤자 SPA 옷인데 재질에 비해 비싸다", "노숙까지 하면서 구매하는 모습이 과도하다고 느껴졌다" 등의 지적이 있었다.

판매 당일 H&M 코리아의 미숙한 태도를 향한 불만도 등장했다. 제품이 제때 채워지지 않아 입장해도 구매하지 못했다는 게 주된 목소리였다. "재고가 있는지 직원들도 알지 못했다", "쇼핑시간이 10분으로 제한됐지만 선두그룹에게는 40분이 주어졌다" 등의 얘기도 나왔다.

더불어 일부 매장에서만 한정판매를 진행하는 정책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이 때문에 매년 명품 컬렉션 출시가 리셀러(re-seller)들의 장사수단으로 전락되며, 경쟁사인 유니클로의 경우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 제품을 전국 매장과 온라인 몰에서 동시 판매하는 점 등이 언급됐다.

이와 관련, H&M 측은 "한정판 판매 때마다 '한 품목당 1개 구매ㆍ10분 쇼핑'을 진행해 왔는데 선입장한 1, 2그룹 중 한 아이템을 다량 구매하려는 이들을 통제하다 보니 40분이 지연됐다"며 "이들 그룹을 제외하고는 안전한 쇼핑이 진행됐으며 제품 리필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매장에서만 한정판매를 진행한 것은 H&M과 컬래버레이션하는 디자이너와의 계약상 문제도 있고, 고객의 니즈가 많은 곳이 대규모 매장이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주목을 받은 명동, 압구정 매장에 비해 잠실, 부산 매장은 대기 줄이 절반도 안됐다"고 입장을 전했다.

또한 "매년 명품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하는 이유는 고객들에게 하이패션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라며 "한정판매 때마다 리셀러들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있어 왔지만 대부분은 H&M의 컬래버레이션을 구매하기 위해 기꺼이 줄을 선 고객들이다"고 덧붙였다.

발망이되 발망이지 않은 '물건'

H&M-발망 협업을 주목한 이들은 비단 리셀러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한정판 구매를 위해 며칠씩 노숙을 감행한 이들 중 일부는 디자인 베이스를 위해 구매한 카피 제품 제작자라는 게 패션업계 관계자의 귀띔이다.

최근 가수 지드래곤, 배우 김우빈 등이 발망 제품을 즐겨 입자 발망의 카피 제품에 대한 수요ㆍ공급도 증가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카피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측에서 실물과의 '100% 완벽함'을 구현하기 위해 H&M-발망 협업 제품을 상당량 구매했다는 게 앞선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옷 잘 입는 남자 연예인들을 보며 그들이 착용한 명품에 대한 구매가 증가하지만 너무 비싼 가격에 일반인들은 부담을 느낀다"며 "그래서 이들이 찾는 것이 일명 '~st(스타일)'로 불리는 가품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가품도 라벨까지 똑같이 제작하는 로스급과 디자인만 똑같이 만들거나 약간 변형한 레플리카로 나뉜다"며 "뿐만 아니라 '물건'의 구현율, 원단, 제작한 국가 및 공장 등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망을 비롯해 일부 브랜드만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국내 공장들이 질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이번 H&M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이들 공장에서 나오는 '물건'들은 가격이 다소 높지만 마감이나 QC공정 등에서 확실히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에 H&M에서 나온 레더 바이커 재킷은 연예인들이 착용해 꾸준하게 문의가 들어오는 인기제품과 같은 디자인"이라며 "며칠 후면 H&M에서 사입해 제작한 '일대일 정품급'이 비싼 가격에 팔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명동, 동대문 남대문 등의 시장에서의 '물건' 판매는 옛날 옛적이라고 한다. 즉 동대문에 가도 카피 제품을 구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요즘에는 철저한 인증을 통해 회원제로 운영되는 인터넷 사이트나 카카오스토리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선 관계자는 "옛날에는 밤 9시가 넘으면 노란천막이라고 불리는 동대문 노점상에서 발망 등을 대놓고 판매했는데 2~3년 전부터 단속이 심해 카카오스토리나 인터넷으로 옮겨갔다"며 "주로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서 영업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