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화학 계열사 매각 통해 배터리 키우기이재용 부회장, 합병 통해 지분확보 나서나내년 2월까지 순환출자 고리 해소해야다음 매각 대상은 건설·중공업?

삼성 사옥 전경. 사진=장동규 기자
삼성이 연일 공격적인 사업 재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3세대 경영의 대표 주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과감한 사업 재편을 통해 재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SDI의 화학 부문 계열사를 롯데에 매각하며 화학 사업을 모두 정리했다. 롯데와 한화와의 연이은 빅딜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으며 이를 신성장동력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의 공격적 재편이 화학 부문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선 계열사 합병을 통해 삼성이 신성장 동력으로 꼽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 부문 진출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공업과 건설 등도 새로운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는 '설'도 돈다. 지분확보와 오너가의 안정적 경영을 위해 매각 및 합병이 이뤄질 가능성도 유력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삼성의 합병과 매각 시나리오를 짚어 봤다.

총알 장전한 삼성, 배터리 투자 나선다

삼성그룹은 화학 분야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지난해 삼성테크원ㆍ삼성종합화학ㆍ삼성토탈ㆍ삼성탈레스 등 화학ㆍ방위산업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해 1조9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롯데그룹과의 '빅딜'도 마무리되면 삼성그룹은 이를 통해 약 3조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자금 확보와 더불어 삼성SDI는 케미칼 사업 부문을 내년 2월 1일 분할해 신설회사를 설립한다. 삼성SDI 측은 "케미칼 사업부문의 수익성을 제고하고 각 사업부문의 업종 전문화 및 핵심역량 강화를 통해 사업 고도화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분할 목적을 밝혔다. 신설 회사 주식의 90%는 롯데케미칼에 매각된다.

화학 부문의 공격적 매각을 통해 실탄을 확보한 삼성그룹의 다음 순서는 배터리 사업 강화일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삼성SDI, 혹은 삼성전기-삼성SDI 합병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삼성SDI는 케미칼 부문 매각으로 2차전지와 전자재료에 집중하게 됐다. 삼성전기는 자동차 부품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 삼성SDI와 삼성전기의 합병을 통해 배터리 분야에 집중 투자를 꾀한다는 전략을 예측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삼성SDI의 합병설 또한 소형 배터리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전기차업종의 성장 전망은 상당히 밝다. 이승재 흥국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특허개방정책으로 전기차 시장이 하이브리드카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해 2020년에는 연간 370만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 밝혔다. 특히 배터리계의 시장 규모는 2020년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국내 배터리 시장 주도 업체는 LG화학, 삼성SDI, LS산전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러한 밝은 미래 때문에 삼성 역시 전기차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화학 계열사를 매각한 후 생긴 총알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투자자들에게 "자동차용 전지 연구ㆍ개발(R&D) 역량 강화에 2020년까지 3조원가량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은 집중 투자를 통해 현재 국내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LG 따라잡기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투자 외에도 삼성SDI는 중국 시안공장 완공 후 예상되는 매출과 국내 공장 확대를 통해 '전가치 올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끝나지 않은 '실용주의' 매각

사업 재편도 과제지만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는 지분 강화를 통해 입지를 탄탄히 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과 함께 두 여동생보다 높은 16.5%의 지분으로 대주주 자리에 올라선 이재용 부회장은 이미 삼성의 3대 경영의 핵심축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여동생들이 맡을 것으로 예상됐던 계열사들은 합병으로 힘이 약해졌다. 이 부회장은 전자와 금융을 중심으로 삼성그룹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을 0.5%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를 인적 분할해 삼성전자 투자회사(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나눈 후 삼성전자 홀딩스와 통합 삼성물산이 뭉쳐 삼성지주사를 출범시키기는 방안이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은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에 대해 계획이 없다며 부인한 바 있다.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것 또한 과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라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의 신규 순환출자 구도가 생겼다. 순환출자구조를 내년 2월말까지 해소해야 하기 때문에 삼성 입장에선 이 순환출자 해소하는 순서를 밟아야 한다.

신규 순환출자 해소와 함께 비주력 계열사의 매각설도 돈다. 전자와 금융을 집중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 업종들을 정리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매각 가능성이 높은 사업 부문으로는 건설과 중공업이 꼽히고 있다.

건설 부문은 지난 통합삼성물산 출범으로 삼성물산의 건설 부문과 제일모직의 리조트ㆍ건설 부문이 합쳐지면서 중복된 사업 부문의 정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력 또한 7000명이 넘는 규모다. 실적 악화 또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발목을 잡는다. 해외 건설 부진은 전반적인 건설 시장의 침체를 불러왔는데 삼성물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올해 3분기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96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 사우디 쿠라야 민자발전 등 해외 사업에서 손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또한 저조한 실적 때문에 매각이 유력한 계열사로 꼽히곤 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이 무산됐으며 올 3분기에는 10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9일,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를 찾으면서 이러한 소문은 차차 수그러들고 있다. 이 부회장은 경남 거제시 장평동 거제조선소를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임직원들을 격려했으며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에게 조선소 경영 현황 등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방문에 대해 "현장 경영의 일환으로 임직원 격려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