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세일' 직구족 자극… 국내 '맞불'삼성 TV 반값 등 파격 세일로 직구족 유혹국내 백화점·대형마트 K-세일데이로 맞서

K-세일데이가 시작된 지난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쇼핑을 즐기는 인파가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최대 규모의 쇼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현지시간 27일)가 지난 28일 시작돼 오는 1일까지 진행된다. 아마존, 월마트, 베스트바이, 이베이 등 현지 유통 업체들이 예년보다 높은 할인율을 선보여 국내 직구족이 급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블랙프라이데이에 발맞춰 국내 유통업계 또한 K-세일데이를 통해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 중이다. 지난 10월 실시했던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의 실패를 딛고 재도전한 만큼 K-세일데이의 성공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블플 직구족 성장세

블랙프라이데이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국내 직구족이 증가하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해외배송대행 업체인 몰테일의 배송량은 2010년 3200건에 불과했으나 2011년 2만 3000건, 지난해 6만 건을 기록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직구 수요는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평균 할인율은 지난해보다 확대된 40.2%로 시장 규모 또한 전년 대비 30조 원 가량 증가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부터 실시된 정부의 해외 직구 장려 정책 또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세금, 현지 배송비를 포함한 200달러 이하의 품목 중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품목이 늘어났으며 100달러 이하의 경우는 통관절차가 반나절로 간소화돼 빠른 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다.

더불어 유명 쇼핑몰들은 블랙프라이데이에 앞서 할인 품목과 가격을 공개해 지름신을 자극했다. 국내 직구족이 가장 선호하는 사이트인 아마존은 삼성전자 55인치 UHD TV 997달러(약 114만원), 48인치 LED TV 397달러(약 46만 원) 등 국내의 절반 가격을 자랑했다.

세계적인 대형마트 월마트는 국내서 26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삼성전자 55인치 커브드 4K UHD TV를 998달러(약 116만 원)에 내놓았다. 또한 월마트의 최저가보다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이 있을 경우 블랙프라이데이 전에 신고하면 가격 보상을 해주겠다고 홍보했다.

주문ㆍ결제 과정이 간편해 직구 초보자들이 애용하는 의류 업체인 폴로 랄프로렌은 품목에 따라 30~60%까지 연중 최대의 할인을 선언했다. 경쟁사인 갭은 자사 브랜드인 갭, 바나나리퍼블릭, 올드네이비를 최대 40%까지 할인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직구족들은 그동안 사지 못했던 고가의 제품을 구매할 기회라며 적극적으로 직구에 나섰다. 지난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올해 목표는 아이패드" "티비 사면 금액 대박인데" "노트북 대기타고 있어요" "구찌 시계 아주 저렴해요"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이와 관련,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미국의 유통업체들이 소수의 한정 수량만 판매하는 미끼상품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킨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은 국내 업체들이 국내 고객에게만 비싸게 판다고 하는데 이는 오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연간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유통업체들이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출혈 경쟁을 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가격을 국내 가격과 동일시해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고 설명했다.

또한 "블랙프라이데이에 직구한 제품은 제품설치, 품질보증, 무상A/S 등의 비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구매 이후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고려해보면 국내에서 구매하는 가격보다 더 가격이 높아지는 경우도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美 블플 맞수 K-세일데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국내 소비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K-세일데이가 지난 20일부터 오는 5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할인 행사는 정부 주도로 열렸던 지난 10월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의 차별성 및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로 시작됐다.

K-세일데이에 백화점, 대형마트 등 다수의 국내 유통업체가 참여했다. 이들 업체들은 한 주 일찍 시작한 K-세일데이를 통해 다양한 할인 상품과 이벤트로 국내 소비자들을 유혹하며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삼성전자 50인치 UHD TV(140만 원), 애플 맥북에어 13인치(110만 원) 등 780개 브랜드를 최대 70%까지 할인하는 K-세일데이를 시작했다. 신세게백화점은 패션·잡화 등 전 분야에서 50~60%의 할인 가격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삼성전자 64인치 UHD TV(260만 원), LG전자 60인치 LED TV(180만 원) 등을 대표상품으로 최저가 기획대전을 열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끌로에, 지방시 등은 20~30%, 돌체앤가바나, 질샌더 등은 30% 할인하는 시즌 오프를 진행 중이다.

롯데마트는 자체브랜드(PB)인 L브랜드 4000여 종을 최대 20~30% 할인 판매한다. 홈플러스는 TV, 냉장고, 세탁기, 노트북 등 가전제품들을 최대 40%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이마트는 내의 부츠 등 다양한 겨울 의류와 잡화를 초특가에 판매 중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일부 품목을 대상으로 한 낮은 할인율로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업체들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통해 진행했던 할인율, 혜택, 사은품 등과 별반 차이점이 없으며 불만 사항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K-세일데이에 참여한 유통업체들 또한 불만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행사 첫 주말에만 매출 신장세를 보였을 뿐 이후에는 예년과 비슷했으며 K-세일데이가 끝나면 곧바로 연말 바겐세일을 진행해야 해 이중으로 부담이 작용한다고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아마존, 이베이와 같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을 키워 해외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역직구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온라인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직구 시장에 국내 유통업체들도 발맞춰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양한 언어서비스와 신속한 해외배송업체 등을 통해 해외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역직구 플랫폼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가 대형 업체부터 중소 업체들까지 역직구 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루트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