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지각변동… 금융시장 무한카카오뱅크·케이뱅크, 예비 인가 심사 통과중금리대출·빅데이터 기반으로 성장 예고기존 은행, 긴장 속에 모바일 뱅크·비대면 서비스 강화 중마지막 고비는 '은산분리 완화'

지난달 29일 오후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도규상 금융서비스 국장이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 결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손안의 은행'이 현실이 된다. 카카오가 주도하는 '한국카카오뱅크', KT가 주도하는 '케이뱅크'가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 예비인가를 받으면서 국내에도 '인터넷 전문은행' 시대가 도래하게 됐다.

정부 측은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를 통해 금융권의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중금리 대출 시장 강화다. 인터넷 전문 은행을 통해 중금리 대출이 보편화된다면 고금리로 제2금융권을 찾아야만 했던 중간 신용등급 고객들의 고민을 덜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금리 대출의 핵심은 빅데이터 분석이다.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신용등급 기준을 제시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으로 기존 은행들 또한 긴장하는 분위기이다. 카카오은행에 참여한 국민은행과 케이뱅크에 참여한 우리은행은 한시름 놨다는 평가를 듣는 반면, 인터넷 전문은행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은행들은 자사의 모바일 뱅크 출범, 비대면 서비스 강화로 '방어전'에 나선다 .

'평화은행' 이후 23년 만에 문 여는 新 은행

국내첫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에 대한 예비인가 심사 결과 선정된 한국카카오은행 컨소시엄의 윤호영 카카오 모바일은행 TF 부사장(오른쪽)과 케이뱅크 컨소시엄의 김인회 단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예비인가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23년만에 신규 은행으로 탄생한다.

카카오뱅크에는 카카오를 비롯해 한국투자금융지주, 넷마블, 로엔(멜론), 서울보증보험, 우정사업본부, 이베이코리아, 예스24, 코니아이, KB국민은행, 텐센트 총 11개사가 공동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주요 사업자의 지분 비율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0%, 카카오가 10%, 국민은행이 10%이다. 자본금은 3000억원이다. 금융위원회 측은 한국카카오은행에 대해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 계획의 혁신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사업 초기 고객기반 구축이 용이한 것으로 평가되는 등 안정적 사업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사업 인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총 21개사가 공동 발기인으로 참여한 케이뱅크의 주요 지주는 KT가 8%, 우리은행이 10%, GS리테일이 10%, 한화생명보험 10%, 다날 10%이다. 자본금은 2500억원이다. 금융감독원 측은 케이뱅크에 대해 "참여주주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다수의 고객접점 채널을 마련하고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 편의성을 제고할 것"이라 예상했다.

반면 예비인가를 받지 못한 아이뱅크 은행에 대해선 자영업자에 집중된 대출방식의 영업위험이 높고 안정적 사업운영 측면에서 다소 취약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한국카카오와 케이뱅크는 본인가라는 산을 또 한번 넘어야 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카카오와 케이뱅크는 인적〮물적 요건을 갖춰 개별적으로 본인가를 신청하고 금융위원회는 관련 법령에 따른 검토 및 금융감독원 확인 과정을 거쳐 본인가 절차를 진행한다. 영업개시 시기는 예비인가자의 경영 전략과 사업 계획에 따라 결정되며 금융위원회로부터 본인가를 받으면 원칙적으로 6개월 내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

결제 수수료 없애기부터 카톡 이모티콘 수신까지

그렇다면 새로 문을 여는 '인터넷 전문 은행'은 기존 은행과 어떠한 차이를 갖고 있을까. 우선 인터넷 전문은행은 별도의 오프라인 점포를 두지 않고 영업이 가능하다. 은행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 스마트폰을 통해 모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오프라인 영업에 활용되던 비용을 절감해 높은 예금이자, 낮은 대출 금리로 고객들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은행에 없는 차별적 서비스도 눈에 띈다. 카카오뱅크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직접 연결하는 결제 프로세스를 구축해 가맹점 수수료를 대폭 인하한다. 그 동안 자영업자들은 높은 폭의 카드 결제 수수료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카카오뱅크는 VAN과 PG사를 배제한 결제 프로세스를 구현해 가맹점 수수료를 대폭 인하한다.

케이뱅크 또한 결제 프로세스를 바꾼다. 케이뱅크의 'Express pay'는 가맹점 등록 절차를 간소화해 영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낮은 가맹점 수수료를 제공한다.

카카오뱅크는 가장 큰 강점인 '카카오톡'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카톡방에서 공동 통장을 만들고 회비 관리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창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했다면 단체카톡방에서 공동 통장을 만들고 여행비 관리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예금이자를 현금을 포함해 이모티콘, 게임 아이템 등 다양한 카톡 아이템으로 수신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ATM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GS리테일이 전국 1만개 점포에서 제휴 ATM 1만1000개를 활용할 수 있으며 우리은행 7000개 지점과 KT의 1000여개 공중전화를 활용해 점포 없는 은행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물리적 요건에 구애 받지 않는 것이다. 점포를 방문하지 않고도, 영업 시간이 끝나도 금융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고객 서비스 강화를 위해 24시간 상담이 가능한 '금융봇'을 운영한다. 인공지능 시스템인 금융봇을 통해 나의 금융상태를 점검 및 관리하고, 상품추천과 질문사항을 받는다.

중금리대출, 인터넷 전문은행의 '핵심'

기존에 없는 혁신적 서비스를 내세웠지만 인터넷 전문 은행의 진짜 '승부수'는 중금리 대출과 빅데이터 활용이다.

우선 기존 은행권의 약점으로 평가받았던 중금리 대출은 인터넷 전문 은행이 자리잡기 위한 강점으로 언급된다.

중금리 대출이란 개인신용평가 5등급 이하를 받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대출을 말한다. 기존 은행에선 5등급 이하 고객들에겐 대출을 잘 해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ㆍ저신용자 등은 제2금융권을 통해 20%대 이하의 금리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으로 10%대 중금리 대출상품 공급이 활성화된다면 '금리 절벽'을 없앨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터넷 전문은행은 점포 및 인력 운영으로 절감된 비용을 통해 적합한 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역시 중금리 대출 상품의 활성화를 전면에 내놨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기존 개인신용평가 등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카카오뱅크를 구성하는 주주들의 빅데이터를 통한 새로운 신용평가 등급을 매긴다. 이를 통해 10% 내외의 중금리 대출 상품을 운영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기존 신용평가와 함께 고객의 동의를 얻어 세부 데이터를 분석해 자체적인 신용등급을 매길 것"이라 밝혔다.

케이뱅크 역시 기존 신용평가시스템으로는 신용거래가 없거나 자료가 부족한 고객에 대한 정확한 신용평가가 어렵다고 지적하며 GS리테일 등 주주사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세분화된 새로운 평가 모형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양사 모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나섰다. 그만큼 빅데이터 활용은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빅데이터 활용은 은행 사업자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빅데이터 확보도 중요하지만 은행 사업에 필요하게끔 확보된 빅데이터를 세분화시키는 작업이 필수돼야 하는데 이런 부문들은 금융 사업 경험이 있는 은행이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인터넷 전문 은행의 중금리 대출 상품 확대로 기존 은행들 또한 중금리 대출 상품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케이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이미 위비 모바일 대출의 경우 은행권 최초 중금리 대출을 도입했다. 위비 모바일 대출은 출시 170일만에 1만건의 대출을 기록했으며 400억원 판매를 돌파했다. 우리은행 외에도 신한은행, 농협 등이 중금리 대출 상품을 준비 중이다. 아직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 기한이 남은 만큼 그 전에 중금리 대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속내다. NH농협은행은 이달 내로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금융센터와 기업고객 대상의 오픈 플랫폼을 통합한 'NH디지털뱅크'를 선보이며 중금리 대출 상품 'NH EQ론' 출시 시기도 이달 내로 잡았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본격 사업 시작까지 아직 시한이 남아 있다. 때문에 일부 은행들이 중금리 대출을 먼저 선보일 경우 인터넷 전문은행이 자리를 뺐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인터넷 전문은행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무기가 중금리 대출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갖춰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한편 인터넷 전문은행이 내세운 중금리 대출 시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지난 10월,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국회의원실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경제연구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중금리 대출 시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내세운 '빅데이터 분석'의 경우, 시중 은행들 또한 대출 업무를 장기간 진행해 온 결과 그에 버금가는 데이터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보여 특화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 금융 시장에서 중금리 대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건 중간 등급 고객들의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정말로 신용 등급 자체가 양극화됐기 때문이라는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중금리 대출 시장이 정부나 인터넷 전문은행들의 예측보다 크지 않다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중 은행, 비대면 서비스로 돌파구 모색

금융위원회 측은 애초에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해 기존 은행의 틀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주문하며 기존 은행들이 높은 지분을 갖는다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기존 은행 사업자들은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에선 한 걸음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한국카카오은행의 지분 10%를, 우리은행은 케이뱅크의 지분 10%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의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카카오에선 카카오가, 케이뱅크에선 케이티가 주도를 하는 모양새다. 전면에 나서진 않지만 인터넷 은행에 참여한 시중 은행들은 인터넷 전문은행 경영에 필요한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전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자사의 모바일 뱅크인 '위비뱅크'를 통해 인터넷 전문은행 운영에 필요한 경험치를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지난 5월 문을 연 '위비뱅크'는 국내 1호 모바일 뱅크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위비뱅크를 통해 먼저 맛보게 된 모바일 금융 시장의 노하우를 위비뱅크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모바일 뱅크와 인터넷 전문은행의 사업 영역이 겹쳐 기존 고객들의 침식 효과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위비뱅크를 운영해 본 결과 신규고객 유치효과가 많았다. 인터넷전문은행과 모바일 뱅크가 둘 다 출연하더라도 빅데이터로 세분된 신용등급에 따라 새로운 고객층을 충분히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또 특히 위비뱅크는 우리은행에 계좌가 없는 고객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 강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강점인 비대면 서비스에 대해서도 모바일 뱅크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비대면 서비스란 고객이 직접 점포를 방문하지 않고도 신규 계좌와 카드 발급 등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특히 지난 1993년 금융실명제 이후 유지돼왔던 실명확인 방식이 22년만에 바뀌면서 은행에 가지 않고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됐다. 은행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인터넷 전문 은행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건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국내 최초로 비대면 실명 확인 제도를 이달 내로 선보인다. 모바일 전용서비스 '써니뱅크'와 자동화기기에서 비대면 실명 확인을 거쳐 창구업무를 처리하는 신개념 점포 '디지털 키오스크'를 도입한다. 써니뱅크에서는 실명확인증 사본제출과 영상통화 및 휴대폰 본인명의 인증이 사용되며 디지털 키오스크에는 정맥을 통한 바이오 인증 방식이 도입된다.

한편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을 위해 마지막 남은 산이 하나 있다. 산업 자본이 은행 지분 4% 이상을 갖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은산분리' 완화이다. 금융위원회 측은 "IT와 금융 융합을 통한 혁신적 금융서비스를 출현시키고 은행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 기존 금융권이 아닌 혁신적 ICT기업이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현행 은산분리 원칙을 유지하되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서만 은행지분 보유 규제를 일부 완화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지금처럼 산업자본의 참여 규제가 있는 한 혁신적인 은행 모델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반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토론회에서도 만약 산업 자본이 은행으로 흘러 들어가면 극단적으로는 모기업의 사금고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금융 활동을 통해 습득한 정보를 모기업으로 전달할 가능성이 높아 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비금융업 계열사의 부실 자산이 은행 자산으로 넘어올 수도 있고, 은행은 계열사로부터 이러한 자산을 높은 가격에 구입하거나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계열사에 자금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분명 인터넷 전문 은행은 그동안 우리 금융업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혁신적 모델'임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혁신을 이루기 전에 점검해야 할 것도 많다. 이제 막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인터넷 전문은행이 우리 금융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봐야 할 것 같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