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이서현 '홀로서기' 성공할까

사진=연합
이서현 사장, 대규모 적자에 경영 자질 의문 제기

변화 대처·실적 악화·중국 진출 등 과제 남아

삼성물산"공격적 사업 추진… 임직원 모두 노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구 제일모직) 사장의 경영능력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이 사장이 지난 1일 2016년도 삼성그룹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패션부문 부문장으로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다.

이 사장은 세계 3대 패션스쿨 중 하나인 파슨스디자인스쿨 출신으로 '이서현 효과' '패션 원톱' 등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패션사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그런데 올해 들어 패션부문 적자가 지속되면서 일각에선 이 사장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이 사장의 올 한해 경영 성적과 향후 역할을 살펴봤다.

고전 면치 못하는 이서현 사장

이서현 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이후 2005년 패션부문 기획담당 상무, 2009년 제일모직 전무, 2013년 제일모직 부사장을 거쳐 2013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기획담당 사장 자리에 올랐으며 이번 인사를 통해 패션부문장을 단독으로 맡게 됐다.

그간 이서현 사장은 삼성그룹의 패션사업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빈폴, 마에스트로 등 남성복 위주였던 제일모직에 구호, 르베이지 등 여성복 브랜드를 선보였으며 토리버치, 띠어리, 톰브라운 등 해외 인기 브랜드를 직수입해 높은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더불어 이서현 사장의 세련된 옷차림은 국내 3040 여성들의 '패션 워너비'로 떠올랐다. 이 사장이 착용한 제일모직 제품들은 여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매출 증가로 연결돼 '이서현 효과'를 일으키며 '패션 원톱'으로서 패션업계 경영인의 자질을 엿보이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몇 년간 이어진 불황의 여파로 올해 들어 '이서현 효과'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삼성물산이 공개한 2015회계연도 1~3분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올 한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매출액은 극심한 하향세를 보였다. 1분기 4632억 원을 기록한 매출액은 2분기 3968억 원으로 줄어 3분기에는 344억 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영업이익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1분기 영업이익은 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억 원(1.4%)이나 감소했으며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32억 원, 2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며 업계에 충격을 줬다.

삼성물산은 실적 부진의 이유로 시장의 전반적인 소비침체를 들었다. 삼성물산 측은 1분기, 2분기, 3분기 매출 하락의 이유로 각각 신상품 판매 감소, 메르스 영향으로 인한 매출 차질, 계절적 비수기 속 메르스 소비위축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서현 사장의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미숙을 지적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SPA기업의 선전에 대비해 전략적 경영 역량을 펼쳐야 하는데 이서현 사장은 기존 백화점 위주의 유통ㆍ영업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령 구분에 따른 전통적인 여성ㆍ남성ㆍ아동복종의 비중은 2012년을 기점으로 떨어지는 추세며 SPA브랜드, 동대문 기반의 캐주얼이 성장 중"이라며 "시장 전반에 걸친 캐주얼라이징과 복종 경계 모호에도 불구하고 변화에 명확한 대안이 없이 중가 이상 가격대의 백화점 의존형 브랜드를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삼성물산 패션부문 측은 이서현 사장이 지난 1일 패션부문장으로 취임한 만큼 실적 개선과 함께 본격적인 실력 발휘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이서현 사장이 패션부문장으로 취임하며 오너로서 책임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시장이 안 좋았을 뿐만 아니라 5월에는 물류센터 화재가 있었고 메르스 영향도 컸기 때문에 다른 때보다 실적이 안 좋았다"며 "글로벌 SPA브랜드가 득세하는 상황에서 이서현 사장이 공격적인 경영을 언급한 만큼 차후에는 실적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임직원들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서현 효과' 내년 전망은?

패션업계에서는 이서현 사장이 시장 전반의 불황과 대규모 적자를 돌파할 패러다임 변화를 구축할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패션계의 핫이슈를 생산해내며 '패션통'으로 불려온 이 사장이었지만 최근 경영능력 평가에 있어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을 보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서현 사장이 삼성물산의 패션부문의 적자구조를 어떻게 개선할지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SPA 브랜드의 강세가 심화되는 가운데 올해 3분기에만 22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을 만큼 패션부문은 최악의 상태에 직면했다.

이와 관련, 지난 8일 이서현 사장은 삼성물산 패션부문 임직원들의 사기를 독려했다. 이 사장은 이날 사내방송을 통해 "지금보다 속도가 10배는 빨라져야 한다"며 "직원 간 협업을 통해 내부 역량을 잘 활용하고 외부를 챙겨 보라"고 전했다.

이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스피드, 아웃룩, 콜라보레이션이 필요하다"며 "그냥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 임직원들이 실행으로 보여줘야 한다. 언제든지 소통의 길을 열어두겠다"며 임직원들에게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서현 사장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유일한 SPA브랜드인 에잇세컨즈의 인지도를 높이고 중국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12년 론칭 이후 이 사장이 공들여온 에잇세컨즈는 글로벌 SPA브랜드인 유니클로, 자라, H&M과 국내 SPA브랜드인 탑텐, 스파오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에잇세컨즈를 론칭한 지 3년밖에 안됐다. 패션업계에서는 4~5년은 지나야 '잘 되고, 안 되고'를 평가한다"며 "국내서 글로벌 SPA 업체들이 득세하다보니 에잇세컨즈 또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규모 성장 정도는 적절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합병, 인사 등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상황이라서 내년 계획을 아직 말할 순 없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전략 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내년에는 공격적인 중국 진출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성장해 가는 에잇세컨즈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삼성패션 상표출원을 두고 이서현 사장과 함께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분사를 예상하고 있다. 앞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처럼 전자·금융 계열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유통ㆍ서비스 계열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패션 부문은 이서현 사장이 나눠 갖는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측은 이와 관련해 "분사의 수순이라는 외부 추측과는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었다. 앞선 관계자는 "제일모직 시절부터 남성복 브랜드를 모아놓은 남성복 복합매장을 삼성패션이라는 명칭으로 사용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 명의가 들어가는 상표출원을 하기 위해선 삼성전자, 삼성물산 양쪽의 합의가 있어야 되는데 삼성물산과 합병되고 나서 삼성전자의 컨펌을 받아 상표등록을 한 것"이라며 "다른 분들이 삼성(명칭)을 하는 것보다 먼저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이번 기회에 한 것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