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현대차ㆍLG 스마트카 대전… 진짜 경쟁자는 '먼 곳에'

지난 11월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일대에서 열린 '미래 성장동력 챌린지 퍼레이드'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최양희 장관(가운데)이 자율주행차량에 탑승해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 조직 개편 통해 자동차 사업 '다시 도전'

현대차ㆍLG, 한 발 앞서 스마트카 사업 '몰두 중'

구글ㆍ애플ㆍ벤츠ㆍ테슬라, '세계는 스마트카 전쟁 중'

산업 발전 위해선 기업 협업 중요해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최근 신성장동력으로 '스마트카'를 낙점했다. 재계순위 1ㆍ2ㆍ4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 현대자동차, LG는 스마트카를 통해 자존심 싸움을 벌이게 됐다.

지난 6월 구글의 신모델 자율주행 자동차들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 근처에서 시내 주행을 개시했다. 사진=구글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카 사업에 대한 열기는 뜨겁다. 이미 애플, 구글 등 IT 기업들이 스마트카 사업에 뛰어들었다. 벤츠와 테슬라 등 세계적 자동차 기업들 또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데 여념이 없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오히려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자율주행차는 스마트카의 일부분

'스마트카' 사업을 파헤치기 위해선 스마트카의 정확한 정의를 살펴봐야 한다.

스마트카는 자율주행도 가능함과 동시에 모든 네트워크에 연결 가능한 자동차라 볼 수 있다. 스마트카 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모든 사물에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을 자동차에도 도입하는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스마트카의 한 범위에 들어간다. 자율주행차가 곧 스마트카는 아니지만 스마트카는 자율주행 기능을 갖춰야 한다. 스마트카에 갖춰진 모든 기능들을 사용하기 위해선 운전자가 운전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자율주행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자율주행이야말로 스마트카 생산 기술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스마트카라는 용어는 국내에서 주로 쓰인다. 국내에서 스마트카라는 용어로 불리우는 개념은 해외에선 'Autonomous car', 'Automated car', 'Self-driving car', 'Driverless car' 로 불린다. 스마트카 추진 단장을 맡은 선우명호 한양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스마트카'의 정확한 명칭은 '자율주행자동차'가 맞는 말이지만 일반인들의 이해를 쉽게 돕기 위해 '스마트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의 스마트카 사업은 자율주행을 비롯해 스마트카가 갖춰야 할 기능에 필요한 모든 부품들을 만든다. 삼성은 신규 조직 개편을 통해 스마트카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LG와 현대자동차는 삼성보다 한 발 먼저 스마트카 사업에 진출했다.

정부 또한 스마트카 사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3월 '19대 성장동력'을 발표한 바 있는데 여기에 스마트카가 속해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 부처이며 정부는 2020년까지 19대 산업에 5조 6000억원을 투자해 2024년 수출 10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지난 16일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에서도 스마트카를 비롯한 신성장동력의 정책 금융 지원을 2조원 확대한 50조원으로 밝혔다.

삼성, 신 성장동력으로 다시 택한 '자동차'

지난 주 재계를 떠들썩하게 한 기업의 스마트카 대전의 시작은 삼성의 조직 개편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전장 사업팀'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전장 사업팀이란 자동차용 전자 장비를 개발 및 판매하는 전담 조직이다. 생활가전 C&M 사업팀을 이끌던 박종환 부사장이 팀장을 맡았다. 특히 DS(부품) 부문 대표인 권오현 부회장이 직속으로 관리하게끔 개편해 조직에 힘을 실어 줬다는 게 눈길을 끈다.

우선 삼성전자의 '스마트카' 관련 사업은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실행된다. 그 후 계열사간 협력을 통해 완전한 스마트카를 만드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이번 스마트카 사업 진출은 분명 깜짝 놀랄만한 카드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를 갖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미 세계 스마트카 시장에는 구글, 애플을 비롯한 IT업계와 벤츠, GM 등 자동차 기업들이 너나 없이 뛰어든 상태다. 스마트카 시장에 진출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동차 업계 CEO들을 만나 인맥을 다져왔다는 점에서 이번 삼성의 스마트카 사업 진출은 오래 전부터 예견돼온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 1995년 '삼성자동차'를 통해 자동차 시장에 진출했다가 만 5년만인 2000년, 르노 닛산에 삼성자동차를 매각한 후 시장에서 철수해야 했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 스마트카 산업 진출 역시 완성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며 스마트카를 만들기 위한 부품을 생산하는 것이라 선을 그은 바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 쓴 맛을 본 적이 있지만 삼성의 스마트카 사업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특히 스마트카 부품의 핵심이 되는 반도체에서 삼성이 탁월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점은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와 LG에 비해 후발주자이지만 삼성이 향후 어마어마한 속도로 발전한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은 여기서 나온다.

재계 1ㆍ2ㆍ4위 기업, 스마트카 통해 '자존심 싸움'

삼성 이전에 국내 스마트카 업계는 현대자동차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자율주행을 목표로 이에 필요한 기술들을 신차에 차츰 적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자율 주행 기술을 상용화해 양산차에 적용한다는 목표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2012년엔 반도체 설계 전문 계열사인 현대오트론을 세웠고 2018년까지 스마트카와 IT기술 개발에 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 자율주행차 개발의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칩 개발에도 직접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룹 차원에서 협력사에 반도체를 사 오는 것은 경쟁력이 없으며 먼 미래를 위해서는 직접 반도체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최근 제니시스EQ900을 출시했다. EQ900은 제네시스가 2020년까지 구축할 6종 라인업 중 최상위 클래스에 속하는 럭셔리 세단이다. EQ900에는 자율 주행 기술에 필요한 안전 보조 편의장치가 구축돼 있다. 주행 시 앞차와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간격조절 기능과 차선이탈을 방지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들은 향후 완벽한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학적 검증을 거친 '스마트 자세 제어 시스템'은 EQ900은 최고의 강점으로 꼽힌다.

현대차 스마트카 사업의 밑거름으로는 블루링크 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블루링크는 스마트폰을 통한 원격 시동을 포함해 원격으로 문을 열고 닫을 수 있으며 주차위치 확인, 목적지 전송이 가능하다. 또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 에어백 전개 자동 통보와 도난 추적 및 도난 경보 알림을 가능하게 했다.

자동차 기업을 빼놓곤 삼성보다 한 걸음 빠르게 LG전자가 먼저 스마트카 사업에 뛰어들었다.

LG전자는 2013년 7월 독립사업본부로 VC(Vehicle Components) 사업부를 만들었다. 자동차 전문가인 이우종 사장이 이끌고 있다. LG전자는 이미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협력사로 선정됐으며 메르세데스 벤츠와도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 공동개발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 GM의 차세대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의 전략적 파트너로 구동모터, 인버터, 차내충전기, 전동컴프레서, 배터리백 등 11종의 핵심부품을 공급한다. 이미 굴지의 자동차 기업들과 거래를 통해 실적을 올려 삼성보다 먼저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다.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메틱스를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특히 텔레메틱스의 경우 세계 점유율 30%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자동차와 무선 통신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인 텔레메틱스는 차 안에서도 이메일을 주고 받거나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차량 상태를 원격 진단할 수 있어 스마트카 기술의 정점으로 불린다.

LG는 이번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구본무 LG전자 부회장을 ㈜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보직 변경해 스마트카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이로써 삼성 이재용, 현대자동차 정의선, LG 구본무 등 오너 일가의 '자존심 싸움'이 스마트카를 중심으로 펼쳐지게 됐다.

저 멀리 앞서 달리는 세계 기업들의 '스마트카'

국내 기업들이 스마트카 사업 진출을 선언한 후 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건 신규 먹거리를 발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또 세계적으로 스마트카 개발이 열기를 띠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 또한 건강한 경쟁을 통해 스마트카 산업을 선도하는 자리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세계를 중심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마트카 사업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구글과 메르세데스 벤츠, 테슬라 등을 목표로 공격적 진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은 이미 무인자동차 시범 운행을 통해 스마트카 사업을 선두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09년 무인자동차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구글 본사가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 인근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구글의 무인자동차는 2017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애플 역시 '타이탄'이라는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2019년 자율주행차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 시대를 활짝 연 바 있는 애플이 스마트카 시장에서도 선두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애플의 자율주행차 시장 도전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달리 스마트카는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더 정교한 사업 구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중에선 미국의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테슬라 역시 자율주행을 목표로 한 단계 한 단계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지난 10월 14일에는 자동차가 스스로 차선을 바꾸고 평행주차를 할 수 있는 부분적 자율 주행 기능 자동조종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고 밝혔다. '테슬라 버전 7.0'으로 명명된 자동조종 SW를 장착하면 자동차가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며 달릴 수 있고, 운전자가 방향지시 탭을 누르면 알아서 그 쪽으로 차선을 바꿀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초의 차선변경 기능을 탑재한 차종으로 평가하고 있다.

세계적 자동차 기업인 메르세데스 벤츠 또한 자율주행차 개발에 전력을 다하는 중이다. 특히 지난해 9월 완성차업계 최초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공공도로 자율주행 차량 시험에 대한 공식허가를 받아내면서 한 단계 앞선 자율주행차 산업 진출 쾌거를 이뤄냈다.

자율주행차의 사고는 누구의 책임인가

IT기업들과 자동차 기업들이 너나없이 스마트카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스마트카'가 도로를 쌩쌩 달리는 장면을 직접 보기 위해선 아직 오랜 시간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스마트카 기술의 일부인 자율주행마저 100% 적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인 엘론 머스크는 "100% 완전 자율주행모드 개발에는 최소 3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운전자의 조작 없이 자율 주행이 가능한 것은 스마트카를 탄생시키기 위한 기본 베이스이다. 우선 운전자가 주행에 신경을 쓰지 않아야만 스마트카에 장착된 여러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적지 설정만 해 놓으면 더 이상 운전에 신경을 쓰지 않고 차 안에서 업무를 보거나 오락을 즐길 수 있는 게 업계가 그리는 스마트카의 최종 모델인 셈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자율주행차 상용에 앞서 해결해야 할 법적 과제가 많다는 것 또한 고민거리다. 만약 도로에 자율주행차가 출연해 사고를 일으킨다면 그것은 제조사의 책임 일까. 혹은 운전자의 책임일까?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차 보유자 또는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지 않았음에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른 운행자 책임을 부담해야 할지 논란이 될 수 있다.

특히 부품을 공급하는 데서 벗어나 완제품에 자율주행을 도입할 수 있는 자동차 기업들의 경우 고민은 더 깊다. 자율주행차로 고객이 사고를 당하면 책임 여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는 미국, 이스라엘, 일본, 프랑스 등이 스마트카 사업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양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과 선우명호 교수는 이에 대해 "스마트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센서들은 군사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군수 물자 생산에 뛰어난 나라들이 스마트카 사업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IT 업계와 자동차 기업이 동시에 뛰어든 만큼 전체적인 스마트카 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협업'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생각보다 어려워 보인다. 라이벌 관계에 있는 기업들인 만큼 각자의 부품이나 완성차를 교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해외 기업들과는 MOU 체결 등을 통해 협업을 이룰 수 있지만 국내 기업들끼리의 콜라보레이션은 보기 힘들 것 같다.

자율주행차 도입을 위해선 사고 발생 시 법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제도 개선을 포함해 고쳐나가야 할 것이 많다. 기술 발전 속도만큼 사회적 제도 또한 스마트카를 맘 놓고 탈 수 있는 환경으로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