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통신·방송 '큰손'… 업계 반발

지난 12월2일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에서 CJ 헬로비전 인수및SK 브로드밴드 합병 설명회가 열렸다. 사진=연합
SKT, CJ헬로비전 인수로 유료방송업계 2위 다져

KT·LG, 반발 거세지만 속내는 달라

알뜰폰 점유율 1위로 가계통신비 인상 우려

SK와 CJ가 방송 통신판 ‘빅딜’을 단행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전격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유료방송 업계 점유율을 넓히려는 SK와 콘텐츠 중심 사업에 몰두하려는 CJ의 이번 결정은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업계의 반발은 예상보다 강하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물론, 시민단체와 정치권 또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송ㆍ통신이야말로 국민들의 생각을 좌우하기 때문에 독점을 가장 경계해야 하는 분야라 말한다. 경쟁사를 비롯해 시민단체까지 한 목소리를 내는 건 이 때문이다. SKT의 이번 인수가 방송 통신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어봤다.

SKT, “양질 콘텐츠 발굴 나설 것”

SKT의 CJ헬로비전 인수는 발표 직후부터 방송ㆍ통신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SKT는 지난 11월 2일 CJ헬로비전 지분 30%를 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하는 30% 외 CJ오쇼핑의 CJ헬로비전 잔여 지분 23.9%는 향후 양사간 콜/풋 옵션 행사를 통해 인수할 수 있다.

SKT는 CJ헬로비전 지분 인수와 함께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을 추진한다. 합병 법인에 대한 SKT의 지분율은 75.3%, CJ오쇼핑의 지분율은 8.4%가 된다.

이와 관련해 SKT는 한 달 후인 12월 2일, 설명회를 열어 CJ헬로비전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통한 기대 효과 및 미래 청사진을 발표했다. SKT 측은 CJ헬로비전 인수 및 합병에 대해 “글로벌 무한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선 국내 통신ㆍ미디어 산업이 가입자 유치 위주의 양적 경쟁에서 벗어나 서비스 중심의 질적 경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냉철한 상황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 밝혔다.

SKT는 융합, 혁신, 공생을 새롭게 출범하는 합병법인의 핵심 가치로 삼고 통신 미디어의 융합을 통한 국내 미디어 산업의 신성장동력 강화, 융복합 미디어 플랫폼 기반의 혁신적 서비스 제공, 미디어 생태계와의 공생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을 모색한다. 합병 법인은 7조 5000억 원의 생산유발과 4만8000명의 고용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번 SKT와 CJ헬로비전의 인수 및 합병을 통해 양사는 ‘선택과 집중’에 나서게 됐다.

휴대폰 가입자가 이미 전체 인구를 넘어선 상황에서 통신 업계는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SKT의 3분기 영업이익은 490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6% 감소했다. 매출은 4조2614억원으로 작년대비 2.4%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3818억원으로 전년대비 28.1% 줄었다. 업계 성장에 부정적 전망이 드리움과 동시에 매출액 또한 감소하면서 통신사들 스스로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필요성이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SKT의 방송 시장 진출은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CJ 역시 SK텔레콤에 헬로비전을 매각함으로써 CJ E&M을 통한 콘텐츠 중심 사업에 몰두하게 됐다.

SKT는 CJ의 콘텐츠의 혜택을 줘 공급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부인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통해 SKT는 건전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장터’의 역할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특정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혜택을 주기보다는 최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해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내수시장 강화에도 나서겠다는 것이다.

업계 반발 거세지만… KTㆍLG유플 ‘동상이몽’?

한편 이번 인수합병으로 SKT의 경쟁자인 KT와 LG유플러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양사는 SKT의 인수 합병 발표 후부터 지금까지 연이어 ‘독점’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T가 CJ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케이블 채널 독점을 손쉽게 이뤄냈다고 비난하고 있다. KT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방송통신 정책 역행, 공정한 시장경쟁 저해, 방송〮통신산업 황폐화, ICT 경쟁력 약화 등을 초래하는 인수ㆍ합병은 불허해야 한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또한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결합 상품을 내놓으면 대체 상품을 출시할 수 없는 경쟁 사업자가 시장에서 배제될 것”이라 우려했다.

양사는 보도자료 발표 후에도 각종 토론회 참석 등을 통해 반대 목소리를 거세게 내고 있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는 게 일각의 분석이다.

방송법에 따르면 케이블TV나 인터넷TV 등 특정 유료방송사업자의 가입자는 전체의 33%를 넘지 못하게 돼 있다. KT는 이미 스카이라이프 등을 통해 29.2%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점유율을 더 늘리려 해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LG유플러스의 경우 상황은 조금 다르다. LG유플러스의 방송 시장 점유율은 7.6%로 티브로드(11.7%)와 씨앤앰(8,5%)에게도 밀리고 있다.

CJ헬로비전의 11.4%와 SK브로드밴드의 14.6%를 합치면 SKT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26%까지 상승해 KT의 턱 밑까지 따라가게 된다. KT의 경우 SKT의 점유율 상승을 지켜볼 수밖에 없지만 LG유플러스는 또 다른 케이블채널과의 합병을 통해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움직임을 취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LG유플러스가 씨엔앰이나 현대HCN과 인수 및 합병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한편 SKT의 이번 인수 및 합병이 알뜰폰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가계 통신비 인하를 불러오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알뜰폰은 이동통신망을 갖지 못한 사업자가 기존 이통사의 망을 빌려 서비스하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어 가계 통신비 인하에 큰 보탬을 줄 수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때문에 정부는 기존 이통사가 알뜰폰 사업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규제를 해 왔다.

하지만 이번 SKT의 인수 합병으로 SKT는 알뜰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됐다. CJ헬로비전이 운영해온 알뜰폰 서비스 ‘헬로모바일’이 가입자 85만명으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 또한 이에 대해 시장질서를 해칠 수 있다며 반발에 나섰다.

SKT 측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사실 알뜰폰 사업은 SKT 입장에선 ‘어부지리’인 셈이다. 지난 2일, 인수 합병 기조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이형희 SK텔레콤 MNO총괄 또한 “(알뜰폰이) 이번 M&A의 핵심 내용은 아니었다”면서 “주가 되는 부분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분리될 수 없는 부분이어서 포함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오히려 헬로모바일 가입자 대부분이 KT의 통신망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기도 했다. SKT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모회사 중심으로 계산하는가, MNO(이동통신사업자) 위주로 계산하는가에 따라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는 문제다” 라며 우려하는 독과점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SKT가 이번 인수 및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한 몇 차례 고비를 더 넘어야 한다. 지난 1일 SKT 등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위 등에 M&A 인가 관련 신청서를 제출했다. 전기통신사업법과 방송법 등에 따라 SKT가 CJ헬로비전 지분을 인수하고, SK브로드밴드와 합병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공익성 심사 등과 함께 공정위의 의견조회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SKT는 관련 조직을 만들어 체계적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