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악화·미래위기에 기업 '빨간불'삼성·현대차·SK 3개 그룹 증가액 전체 87%건설·조선·철강·운송 기업 비상금 급감해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사내유보금 '적신호'

국내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총 742조 941억 원으로 파악됐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는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을 조사한 결과 이런 시사점을 도출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1년 새 44조 원 가량 늘어났다. 그러나 이 가운데 건설ㆍ조선ㆍ철강ㆍ항공 관련 9개 그룹은 감소세를 보여 세계 경기 침체와 불황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이들 업계의 민낯을 그대로 노출했다.

삼성 비상금 245조 '최다'

사내유보금은 대차대조표 상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합한 금액을 뜻한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에서 배당 등을 하고 남은 금액이고, 자본잉여금은 액면가 초과 주식 발행 등 자본 거래에서 생긴 차액이다.

작년 동기 대비 올해 사내유보금이 증가한 곳은 20개 그룹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 삼성ㆍ현대자동차ㆍSK그룹의 증가액은 총 37조 8912억 원으로 전체 사내유보금 증가액의 86.7%를 차지해 이목을 끌었다.

삼성그룹의 사내유보금은 245조 71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7조 6851억 원(7.8%) 늘었다. 자본잉여금은 51조 1852억 원으로 18.2%(7조 8830억 원), 이익잉여금은 193조 8864억 원으로 5.3%(9조 8020억 원) 각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내유보금 급증에는 제일모직과 합병한 삼성물산의 영향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9월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의 자본잉여금은 9조 9880억 원(19331.5%), 이익잉여금은 3조 1755억 원(126.8%) 늘어나 총 13조 1634억 원(514.9%) 증가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사내유보금이 119조 771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0조 1934억 원(9.4%) 증가했다. 사내보유금 중 자본잉여금은 15조 4967억 원으로 1년 새 1조 2677억 원(8.9%), 이익잉여금은 103조 5804억 원으로 8조 9257억 원(9.4%) 늘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현대자동차그룹의 18개 계열사 중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등 14곳의 이익이 늘어 사내보유금은 증가세를 보였다. 전 계열사의 1~3분기 영업이익은 9조 1512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조 1234억 원(14.0%)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SK그룹의 사내유보금은 78조 7887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조 127억 원 증가했다.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과 관련해 지난 9월 3일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SK텔레콤의 사내유보금이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에 비해 6배가 많다며 기본료 폐지를 제안한 바 있다.

이에 SK텔레콤은 이익잉여금이 많다고 해서 이윤이 과도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SK텔레콤 측은 "사내유보금은 당기순이익뿐만 아니라 배당금에도 영향을 받는다"며 "버라이즌의 사내유보금이 적은 것은 258%에 달하는 높은 배당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화그룹(4조6087억 원, 39.5%), LG(2조98억 원, 4.6%), 롯데(2조60억 원, 4.6%), 신세계(1조118억 원, 12.2%), 동부(6100억 원, 16.9%), 미래에셋(4767억 원, 16.8%), 영풍(3966억 원, 5.8%), CJ(3380억 원, 3.0%), KT(3082억 원, 2.8%), 효성(2564억 원, 8.6%), OCI(2166억 원, 5.4%), S-Oil(1801억 원, 3.7%), 현대백화점(1406억 원, 2.2%), LS(1267억 원, 2.1%), 대우건설(1196억 원, 14.2%), KCC(1118억 원, 2.4%), 한진(415억 원, 1.6%) 순으로 사내유보금을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장기 침체에 조선사 '긴장'

10대 그룹에 드는 포스코ㆍGSㆍ현대중공업그룹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동국제강, 두산, 금호아시아나, 대림, 현대 등 실적이 악화된 9개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감소했다.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수요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건설ㆍ조선ㆍ철강ㆍ운송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진 결과라는 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그룹의 사내유보금은 작년 동기 대비 4조 4105억 원(114.3%) 줄어 가장 큰 감소치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년 달력을 만드는 데 1억여 원을 지출했지만 이번에는 달력을 제작하지 않고 관련 경비를 아낄 만큼 대우조선해양이 초긴축 경영에 나섰다고 조선 업계 관계자는 귀띔했다.

지난해 3조 원대의 손실을 입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사내유보금은 19조 6429억 원으로 1년 새 1조 97억 원(4.9%)이나 급감했다. 자본잉여금은 1조 5744억 원으로 1012억 원(6.9%) 늘었지만 이익잉여금은 18조 685억 원으로 1조 1109억 원(5.8%)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계열사 6곳 중 조선 부문인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의 사내유보금이 크게 감소했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의 사내유보금은 13조 3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조 3836억 원(9.4%) 감소했으며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각각 681억 원, 11억 원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동국제강그룹 8520억 원(37.4%), 두산 2854억 원(3.2%), GS 1590억 원(0.7%), 금호아시아나 1457억 원(8.4%), 포스코 1146억 원(0.2%), 대림 1098억 원(2.0%), 현대 396억 원(1.8%) 등의 순으로 감소액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포스코그룹은 극심한 업황 침체에도 불구하고 사내보유금이 작년 동기 대비 0.2% 감소하는 데 그쳤다. 지난 9월 말 기준 계열사 13곳의 사내유보금은 49조 7414억 원으로 1년 새 1146억 원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 업계에서 시작된 불황이 철강 부문으로 옮겨 붙은 상황에서 포스코플랜텍, 포스코엠텍, 포스코에너지, 포스코ICT, 포스코엔지니어링 등 6곳은 결손을 냈다. 그러나 지난 9월 포스코그룹이 사우디 국부펀드(PIF) 투자를 유치해 급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그룹 또한 현대상선 등 3개 계열사는 결손 상태였지만 현대증권과 현대엘리베이터의 사내유보금이 크게 증가해 마이너스를 극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5개 계열사의 자본잉여금은 2조 8525억 원으로 1508억 원(5%) 감소했으나 이익잉여금은 마이너스 9114억 원으로 결손 규모를 1913억 원으로 작아지게 했다.

계열사 5곳 중 현대아산, 현대저축은행, 현대상선의 사내유보금은 각각 마이너스 685억 원, 마이너스 1552억 원, 마이너스 3440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현대증권과 현대엘리베이터의 사내유보금이 각각 2조 573억 원, 6427억 원으로 전체 사내유보금을 플러스로 전환하게 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