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강하, 노후항공기 등 '안전' 비상제주항공, 급하강 사고로 구설수 올라치료 승객만 대우, 다른 승객엔 "나 몰라라"여행산업 증가로 눈부신 성장 이룬 LCC노령 항공기 운항으로 승객 우려 커져

지난해 12월 23일 김포에서 제주로 운항한 제주항공기가 기내 압력조절(여압) 장치에 이상이 발생해 저공 운항했다. 사진은 점검을 받기 위해 제주공항계류장에 있는 해당 여객기(7C 101). 사진=연합
지난해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역대 최다인 8만2000여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했다. 여유가 생기면 해외로, 국내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면서 항공 교통량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늘어나는 여행객을 등에 업고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 또한 눈부신 비행을 해 왔다. 국내 노선의 점유율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일본과 대만 등 근거리 노선에선 LCC의 선호도가 대형 항공사 못지 않게 높다.

하지만 최근 제주항공의 '급강하'로 LCC 전체 안전에 빨간 불이 켜졌다. 여기에 LCC들이 연식이 오래된 항공기를 운항한다는 점도 승객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비상하던 LCC 전체의 신뢰도가 추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제주항공 승객들, '크리스마스의 악몽' 겪어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둔 지난해 12월 23일, 김포공항을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 7C101편은 기내압력 조절장치(여압장치) 이상을 파악해 1만 8000피트에서 8000피트로 급하강했다. 이로 인해 승객 150여명 대다수가 공포를 느꼈으며 두통ㆍ귀통증 등을 호소했다.

국토교통부의 조사 결과 항공기 장치에는 이상이 없고 이륙 전 스위치를 켜지 않는 등 조종사 과실로 무게가 쏠렸다.

연휴를 즐기기 위해 제주항공을 탄 승객들은 갑작스런 사고에 놀랐다. 그러나 제주항공 측이 승객들에게 치료비만 지급한다는 방침을 내세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제주항공은 "여객기에 탔던 승객들에게 일괄적인 금액 지급은 어렵고 실제 진료를 받은 승객들께 치료비와 그에 수반되는 비용을 지급하기로 했다"며 "현재까지 15명 정도가 피해를 접수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제주 항공의 대처에 대해 승객들은 아무리 '저비용 항공사'라지만 사고 후유증까지 '저렴하게' 보상을 받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제주항공과 같은 LCC는 운임이 저렴한 만큼 결항ㆍ회항이나 사고 발생 시 대형사와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제주항공의 이번 대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장거리 노선 취항부터 상장까지… 잘 나가던 LCC

LCC 시장은 갈수록 성장하는 추세다. 국내 LCC는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의 다섯 곳이 있었는데 최근 여섯 번째 LCC도 탄생하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아시아나항공의 두 번째 LCC '에어서울'에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했다고 지난해 12월 28일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이 100% 출자한 에어서울은 인천공항을 기반으로 주간에는 중국과 일본을 운항하고 야간에는 동남아 지역을 운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 시장의 전반적 성장과 함께 LCC들은 최근 눈부신 성장을 해 왔다. 연말 악재를 겪기도 했지만 제주항공의 올해 활약은 눈부셨다. 지난해 11월 6일 제주항공은 LCC 최초로 주식 시장에 상장했다. LCC 중 가장 높은 점유율과 안정적 실적은 상장에 큰 도움이 됐다. 실적 또한 2011년 흑자 전환한 후 4년 연속 흑자 행진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167억원으로 전년동기 156억원 대비 7.1% 증가했다. 매출액은 1666억원으로 전년동기 1425억원 대비 16.9% 증가했다.

제주항공을 비롯해 실적 안정을 이룬 LCC들은 근거리 화물노선 진출을 통해 부대수익까지 챙기며 성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항공 시장 전체가 메르스로 발목이 잡혔지만 LCC만은 예외로 여겨졌다. 국토교통부는 "2000년대에 이르러서야 LCC가 등장한 동북아 지역의 LCC 성장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항공 시장 전망을 밝히기도 했다.

근거리에 운항하던 LCC들은 노선 확장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진에어의 경우 인천-하와이 호놀룰루 장거리 노선에 취항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또 올해 지방발 국제선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0월 부산-오키나와 노선에 취항해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두 번째로 인천과 부산에서 모두 오키나와 노선에 취항하는 항공사가 됐다. 제주항공은 앞으로도 국제선 위주로 노선을 계속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신규 노선을 뚫는 동시에 기존 노선도 운항 횟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노선 확장 뒤에는 노후 항공기 운항 '그림자'

적극적인 노선 취항과 함께 저비용 항공사들은 수년간 저가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때문에 명칭 또한 '저가 항공'이 아닌 '저비용 항공'이라는 용어를 안착시켰다.

그러나 이번 제주항공 사고를 계기로 LCC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게 됐다. 특히 LCC들이 연식이 오래된 항공기를 사용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승객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급강하를 일으킨 제주항공의 비행기는 2008년 4월 제작된 중고 비행기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비행기가 부족한 저비용항공사들은 노선 연계를 위해 보유 비행기를 풀가동하고 있어 정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정비에 아무리 힘을 쏟더라도 노후 비행기가 많아 정비 부실에 따른 지연과 결항 사고가 잦은 편이다. LCC가 노선 확장 전에 운항 가능한 항공기를 많이 보유했어야 하나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더 걱정되는 사실은 이번 사고를 일으킨 항공기보다 더 노후한 비행기가 많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지난해 11월 자료를 보면 제주항공이 보유한 비행기 21대의 평균 나이는 11.1년으로 이번 저고도 운항 소동을 빚은 비행기보다 더 오래된 비행기가 16대나 된다. 이 중에는 1999년 2월과 10월 제작된 것도 있다.

15대를 보유한 에어부산의 평균 기령은 14.5년에 이른다. 이 중에는 1995년 제작 비행기 등 만들어진 지 20년 가까이 되는 비행기가 5대나 된다. 이스타항공은 13대 항공기 평균 기령이 13.7년이며, 1998년 만들어진 게 3대나 된다.

18대를 보유한 진에어와 12대를 보유한 티웨이항공은 평균 기령이 각각 11.2년과 10.0년으로 타 항공사보다 낫지만 진에어는 올해 제작된 비행기를 4대를 최근 도입하는 바람에 평균 나이가 낮아졌을 뿐 나머지 대다수 비행기는 2000년 안팎에 만들어진 낡은 비행기이다. 티웨이 역시 올해 최신 비행기를 도입한 탓에 평균 기령이 낮아졌으나 1998년 제작된 비행기를 비롯해 다수의 구형 비행기를 운용하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는 기내 서비스를 최대한 축소하는 대신 대형 항공사보다 약 70% 가량 저렴한 운임으로 합리적인 금액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아무리 저렴한 가격을 원한 승객이라도 안전과 직결되는 항공기 점검 등에 소홀한 것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제주항공의 이번 사고가 LCC 업계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