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삼성가 10위내 5명… 서경배·임성기 주목… IT 신흥 재벌 부상

이건희 1위·서경배 2위·이재용 3위 '굳건'
현대차 정몽구 4위 유지, 재산 감소… 아들 정의선 상승
롯데家 신동빈 11위, 신동주·신격호 각각 19·71위
건설 업황 악화로 관련 재계 인물 순위 밀려
IT 재벌·벤처 기업인 포진 '세대교체' 바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대한민국 최고 부자'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12월 29일 재계 정보 사이트인 재벌닷컴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상장주식 부자 1위는 이건희 회장, 2위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3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차지했다.

그러나 시황에 따른 업종별 크고 작은 변동은 주식 부자들의 순위를 뒤흔들었다. 이에 본지가 지난해 9월 창간 51주년을 기념해 심층 분석했던 자료를 토대로 상위권에 속한 국내 주식 부자들과 순위에서 밀려난 재계 인물 및 새롭게 떠오른 부자들을 비교분석해 봤다.

이건희 회장 外 삼성가 줄곧 선두

지난해 3분기 동안 주식 부자 1위를 차지했던 이건희 회장은 꼿꼿하게 자리를 지켰다. 지난달 29일 기준 주식부자 1위인 이건희 회장의 보유 주식은 지난해 12월 29일 기준 11조 6251억 원으로 지난해 9월 17일에 비해 약 9185억 원 더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7조 5681억 원) 또한 3위를 고수했다. 공식 승계를 통해 부친 이 회장으로부터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의 삼성그룹 관련주 지분 넘겨받을 경우 변화될 이 부회장의 위치에 기대가 증폭되고 있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의 두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지난해 9월보다 한 단계 아래인 9위에 그쳤다. 삼성그룹의 구조 재편을 두고 두 자매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추측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건희 회장의 처남인 홍석조 비지에프리테일 회장(1조 4038억 원)은 14위에 이름을 올려 이목을 끌었다. 편의점 씨유를 보유한 비지에프리테일은 2014년 5월 상장한 이후 1년 만에 몸집을 4배 가까이 불리며 GS리테일의 주가 상승폭을 뛰어넘고 있다.

홍석조 회장과 더불어 비지에프리테일 지분을 보유한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1조 3711억 원)은 17위를 기록했다. 홍 관장의 여동생인 홍라영 삼성미술관 리움 부관장(2610억 원)은 93위에 올랐다.

이건희 회장의 여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1조 4396억 원)은 지난해 9월보다 두 단계 높은 12위를 기록했다. 이명희 회장의 아들인 정용진 신세계그루 부회장(1조 1194억 원)은 지난해 9월보다 한 단계 상승한 21위에 올랐다.

대기업 총수 일가 등락 '일희일비'

이건희 회장을 제치고 지난해 7월 1위에 오른 바 있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2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12월 29일 기준 서 회장의 보유 주식은 9조 2737억 원으로 1위인 이 회장(11조 6251억 원)과 2조 원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재계 서열 2위'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도 주식 부자 4위를 지켰다. 그러나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 하락으로 정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이 지난해 9월보다 7억 원 가량 감소한 4조 722억 원에 그쳤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의 순위는 3단계 상승했다. 이와 관련, 앞선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9월, 11월 두 달 간격으로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으로부터 현대차 지분을 매입해 지분을 2.27%까지 늘렸다. 부친 다음으로 지분을 보유하며 승계 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4조 194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29일 최 회장의 혼외자 공개와 이혼입장 표명과 관련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및 재산 분할 여부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서열 4위' LG그룹의 구본무 회장(1조 4307억 원)은 지난해 9월보다 여덟 단계 상승한 13위에 올랐다. 구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그룹 상무(7750억 원) 또한 여덟 단계 올라 30위권에 포함됐다.

'재계 서열 5위'인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1조 5113억 원으로 지난해 9월에 이어 11위를 차지했다. 신 회장과 지난해 경영권 다툼을 벌인 롯데가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1조 2457억 원)은 19위, 신 회장의 부친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3414억 원)은 7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2월 15일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3조 1132억 원)도 주식 부자 6위 자리를 수성했다. 횡령ㆍ배임 혐의 등으로 오너 부재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돼가는 CJ그룹과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주가 하락세가 장기간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해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지난해 수조원대의 기술수출 '대박'을 터트리며 10위권 안에 진출했다. 2014년 말 3048억 원에 불과했던 임 회장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지난해 12월 29일 기준 2조 6099억 원으로 대폭 늘어 주식 부자 8위를 기록했다.

건설업 주가 내리막에 순위 변동

장기화되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중국 경기침체는 주식 부자들의 순위를 직·간접적으로 뒤흔들었다. 장기침체에 빠진 건설업종을 중심으로 주가 하락세가 두드러지면서 주식 부호 순위에도 적잖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한 목소리다.

국내외 경기 불황으로 인한 건설ㆍ개발업계의 오랜 부진은 주가 저평가로 이어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건설주 주가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평가한 동시에 자사 지분을 보유한 총수 일가 및 전문경영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주식 부자 55위에 오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4865억 원)은 지난해 9월에 비해 열두 단계 낮아지는 변화 양상을 보였다. 건설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GS그룹의 허창수 회장(3799억 원) 또한 여섯 단계 낮아진 65위로 밀려났다.

72위인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3386억 원)은 다섯 단계, 김 회장의 장남으로 53위를 기록한 김남호 동부금융연구소 실장(4898억 원)은 지난해 9월과 비교해 열세 단계 하락을 겪었다. 두 부자가 대출 상환을 위해 지분을 매각한 결과라고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건설업계 불황이 길어지면서 이들 산업과 연관된 사업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인테리어업계 1위'인 한샘의 조창걸 명예회장(1조 581억 원)이 지난해 9월에 비해 여섯 단계 하향해 주식 부자 20위권에서 밀려나며 22위에 그쳤다.

한편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의 세 아들들은 업황 부진 속에서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KCC 주가는 지난해 8월 34만 8500원까지 곤두박질친 바 있으나 원가 하락과 신사업 성장으로 지난해 3ㆍ4분기 영업이익이 호조를 보여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결과 정몽진 KCC그룹 회장(7987억 원)은 지난 9월보다 세 단계 상승해 30위 안에 진입했으며 정몽열 KCC건설 사장(2714억 원)은 열여섯 단계 높은 83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몽익 KCC 사장(3880억 원)은 제자리인 64위를 지켜냈다.

100대 부자 대열에 새내기 합류

지난해 12월 29일 공개된 100대 주식 부자 명단에 젊은 인물들이 대거 편입돼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IT 신흥 재벌과 벤처 기업인들이 100대 주식 부자에 이름을 올리며 나이가 지긋한 전통 재벌들을 제치고 있다.

66년생인 김범수 카카오 의장(1조 3907억 원)은 주식 부자 15위를 기록했다. 김 의장의 지분가치는 지난해 9월(1조 5927억 원)보다 2020억 원 줄었지만 증권가에서는 카카오뱅크(인터넷전문은행)를 비롯해 카카오드라이버(대리운전) 등 출시 예정 서비스들이 발휘할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김 의장의 동갑내기이자 IT업계 라이벌인 이해진 네이버 의장(9895억 원)은 26위로 '1조 클럽' 재진입에 실패했다. 네이버의 성장세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라는 평가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네이버의 실적을 감안하면 지나친 저평가"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1세대 벤처기업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5479억 원)은 지난해 9월(4179억 원)보다 열세 단계 높은 48위로 상향했다. 올 상반기 리니지 모바일 버전을 비롯해 다양한 모바일 게임들을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져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지난해 1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케어젠, 더블유게임즈, 연우의 약진도 눈여겨볼만 하다. 코스닥 상장과 함께 잭팟을 터뜨린 정용지 케어젠 사장, 김가람 더블유게임즈 대표이사, 기중현 연우 사장이 새로이 100대 주식 부자 대열에 합류했다.

71년생인 정용지 케어젠 사장(5857억 원)은 주식부자 44위에 올랐다. 세계 최초로 펩타이드(성장인자 유사단백질) 헤어 필러를 개발한 케어젠은 헤어ㆍ피부케어 의약품을 개발하는 바이오업체로 지난해 국내의 바이오주 열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78년생인 김가람 더블유게임즈 대표이사(3522억 원)는 주식부자 69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2년 설립된 더블유게임즈는 온라인 도박게임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최근 모바일 도박게임 또한 본격화해 앞으로 주가가 상승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품용기 제조업체인 연우의 기중현 사장은 보유 주식 2980억 원으로 78위를 기록했다. 1983년 창립한 이래로 국내 화장품 용기 시장의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한 연우는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해외 진출 및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