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고온' 아웃도어 업계 강타신세계인터내셔날 외 4곳 아웃도어 사업 접어경기불황·이상고온… 헤비다운보다 실용성 선호업계 침체 속 브랜드 간 경쟁 심화 "품질 개선 필요해"

지난해 10월 1일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에서 열린 '대한민국 넘버원 아웃도어 대전'에서 소비자들이 아웃도어 의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YTN 영상 캡처
18년 만의 전 세계 슈퍼 엘니뇨 영향으로 겨울 추위가 실종됐다.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올 겨울 이상 고온 현상 때문에 겨울 특수를 노리는 난방기기, 헤비다운(오리털·거위털 등 소재의 패딩) 등 국내 방한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아웃도어 업계가 지난해부터 실적 부진을 지속한 브랜드를 대상으로 사업 철수에 나서고 있다. 이상 고온으로 인한 매출 감소와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 정체로 극심한 경영 한파를 겪고 있는 아웃도어 업계의 속사정을 살펴봤다.

아웃도어 브랜드 구조조정 바람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아웃도어 매출 실적은 전반적으로 저조했다. 지난해 1~4분기 아웃도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0%, 2.7% 감소했으며 롯데백화점만이 유일하게 5.3% 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0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통해 전국 13개 점포에서 '대한민국 넘버원 아웃도어 대전'을 진행했다. 노스페이스, 블랙야크, 네파, K2 등 10여 개의 아웃도어 브랜드가 유례없는 최대 80% 할인에 나서 화제가 됐다.

이와 관련, 한 백화점 관계자는 "11월부터는 아웃도어 패딩이 본격적으로 판매되는데 지난해는 큰 추위가 없어서 매출 실적이 저조했다"며 "새해 들어 추위가 본격화되지 않을까 하며 매출 신장을 기대했는데 따뜻한 날씨로 인해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아웃도어 업계 한 관계자 또한 "겨울철 헤비다운은 한 해 매출의 60%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의미가 크다"며 "이상 고온이 지속되면서 아웃도어 업계 전체의 매출이 떨어졌다. 지난해 장사를 아예 접는 업체들까지 나왔다"고 밝혔다.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을 수입·판매해온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11월 아웃도어 사업을 중단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20억~30억 원의 재고처분 손실이 예상되며 실질적 영업이익 증가분은 70억 원 내외로 예상된다"며 사업 중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휠라코리아는 지난해 9월 가을겨울(F/W) 시즌을 끝으로 5년 간 지속해오던 아웃도어 사업을 접었다. 실적이 부진한 아웃도어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스포츠 라인을 대거 강화해 젊은 감각으로 변신을 꾀할 예정이라는 게 휠라코리아 측의 입장이다.

금강제화도 지난해 9월 노르웨이 아웃도어 브랜드 헬리한센과의 계약을 종료했다. 이밖에 이랜드가 2014년 아웃도어브랜드 버그하우스를 정리했고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엠리밋·나파피리 등을 운영하는 밀레에델바이스홀딩스는 엠리밋을 스포츠웨어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웃도어 업계에서 중하위권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사업 철수는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앞선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노스페이스, 블랙야크, 네파, K2 등도 어려운 마당에 실적이 부진한 브랜드의 사업 철수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촌스러운 패션' 헤비다운

'등골브레이커' 열풍을 일으키며 국내 아웃도어 업계 1위로 올라선 노스페이스 또한 타격을 받았다. 노스페이스를 수입·판매하는 영원무역홀딩스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2115억 원)은 전년 동기(3020억 원)보다 30% 감소했다.

3분기 영업이익(650억 원)도 전년 동기 대비 17%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현주 동부증권 연구원은 "영원아웃도어의 실적 부진으로 영원무역홀딩스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다"며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 한계가 느껴진다"고 전망했다.

아웃도어 업계의 매출 감소 추세는 2013년부터 감지됐다. 한국아웃도어산업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해마다 25~36%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2013년부터는 -10%를 찍으며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2014년과 지난해 4분기 지속된 고온 날씨는 마이너스 성장을 가속화했다. 포근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기 불황으로 지갑 사정이 가벼운 소비자들이 40만~100만원을 호가하는 헤비다운을 구매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게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겨울 날씨가 춥지 않아 헤비다운을 구입하는 신규 고객이 적었다"며 "지난해 브랜드 대부분도 충전재가 300g 이상인 고가의 헤비다운 대신 20만 원대의 저가 경량 다운을 주력 제품으로 라인업을 구성하는데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헤비다운이 최근의 패션 트렌드와 부합하지 않는 것도 요인으로 언급됐다. 비교적 따뜻한 겨울로 실루엣이 드러나는 겉옷을 겹쳐 입는 스타일이 유행하는 가운데 부피가 커 다소 둔해 보이는 헤비다운은 구식 패션으로 취급된다고 패션 업계 한 관계자는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모직, 니트 소재의 코트에 재킷이나 베스트 등을 레이어드 하는 스타일이 다시 유행하면서 가볍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아우터가 주목받고 있다"며 "한동안 헤비다운은 트렌드에서 눈에 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겨울 한파의 실종과 함께 헤비다운 또한 자취를 감출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했다. 이로 인해 오랜 경기침체 여파 속에서 겨울철 한파 대목만을 노렸던 아웃도어 브랜드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선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2006년부터 시작된 아웃도어 호황기에 너도나도 진입한 브랜드들이 신제품 연구·개발보다는 기존의 기능과 디자인을 복제하는데 열을 올렸다"며 "제품 품질을 개선해 트렌드에 맞는 디자인과 기능을 선보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