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안방에서 받는 '장인의 농산물'전국 농가 900곳과 제휴, 최고 품질 농산물 전달유통구조 단순화로 농가 - 소비자 모두 '윈-윈'헬로네이처만의 PB브랜드 출시 목표

박병열 헬로네이처 대표. 사진=김봉진 인턴기자
도심에 사는 우리에게 그날 바로 수확한 과일과 채소를 맛보는 것은 먼 나라의 이야기이다. 산지에서 도심으로 오는 동안 며칠간의 유통 과정을 거치며 신선도가 떨어지기도 하고, '산지 직송'이라는 이름표가 붙으면 두세 배로 뛰는 가격 때문에 지갑을 열기도 쉽지는 않다.

헬로네이처는 이러한 고민을 가진 현대인들을 위해 탄생했다. "친환경적 먹거리에 대한 욕망은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헬로네이처는 누구나 가진 욕망이지만 쉽게 누릴 수 없는 것을 해결해 주기 위해 세상에 나왔습니다."

헬로네이처 박병열 대표는 농업과는 거리가 먼 이 시대 보통 젊은이다. 하지만 신선 식품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전국 각지 농가를 돌아다니며 어느 지역, 어느 농부의 농산물이 질 좋은 품질을 갖고 있는지 철저한 시장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헬로네이처는 연이은 투자를 이끌어내며 신선 식품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의 한 페이지를 써 나가고 있다.

도심 속 젊은이, 농업 시장에 뛰어들다

컨설팅 회사인 에이티커니(AT Kearney)와 소셜커머스 쿠팡 근무 이력을 갖고 있는 박병열 대표는 지난 2012년 헬로네이처를 창업해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들었다.

박 대표는 평소 웹서비스 쪽에 관심이 많았다. 사업 구상을 하던 중 ICT(정보통신 기술)가 가장 침투되지 않은 분야에 진출해 온라인과 연결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그 곳은 바로 '농업'이었다.

포항공대를 졸업하고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며 이력을 쌓아 온 인재지만 박 대표의 농업 관련 지식은 전무(全無)했다. 이를 위해 박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은 전국 각지 농가를 방문해 어느 지역, 어느 농가의 농산물이 최고의 품질을 갖고 있는지 직접 파악했다.

"어느 농가의 제품이 좋은지, 숨겨진 농산물 재배 장인은 누구인지, 사업에 필요로 하는 지식은 인터넷 검색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요령을 피우지 않고 정공법으로 맞서기 위해 발품을 팔았습니다."

박 대표를 비롯한 헬로네이처 임직원들은 전국 각지를 누비며 어떤 농산물의 품질이 좋은지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게 됐다. 지금도 농가 협약을 맺기 전 방문을 꼭 선결한다. 그 결과 현재 약 900개의 농가와 업무 협약을 맺었고 헬로네이처 회원들은 다양한 품목의 신선 식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양도 중요하지만 그에 걸맞은 질도 갖춰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농산물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헬로네이처는 '소비자 품질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으로 등록된 분들 중에 요청을 통해 직접 품질을 검사하는 '소비자 품질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기수당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운영되며 주로 주부들로 구성돼 깐깐한 심사 기준으로 엄격하게 심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유통 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 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한 농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은 헬로네이처의 가장 큰 장점이다. 헬로네이처를 통해 판매되는 상품은 통상적으로 농수산물 유통 과정을 거친 마트의 제품보다 약 15~30%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농가 또한 마찬가지다. 유통과정의 생략으로 농가가 유통을 통해 얻는 '수취가'가 10~15% 가량 높아진다. 소비자와 농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유통 구조를 택한 것이다.

헬로네이처는 경기도 광주에 물류창고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또 헬로네이처 소속 직원들을 통해 서울 시내에 위치한 소비자들에게 직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택배 회사를 통해 배달하는 것보다 우리 직원들의 직접 배송이 더 반응이 좋습니다. 향후 직접 배송 지역을 점차 늘려갈 예정입니다."

이러한 박 대표의 '깐깐한 경영'으로 헬로네이처는 지난해 연말 GS홈쇼핑, 패스트트랙아시아로부터 25억원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엔젤투자와 시리즈 A 투자 단계를 지나 후속 투자를 이끌어냄으로써 헬로네이처는 스타트업 기업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게 됐다.

대형 자본 침투, 데이터로 맞선다

O2O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헬로네이처처럼 친환경 먹거리를 소비자가 손쉽게 인터넷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업체들이 많이 생겼다. 마켓컬리, 배민프레시 등이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기본적으로 유기농 제품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한다는 점에선 비슷한 점도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각 업체가 가진 특성이 다 다릅니다. 건강한 경쟁을 통해 시장의 파이를 함께 키워나가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이은 투자 유치 소식에 들뜰 만도 하지만, 박 대표는 차분히 2016년 헬로네이처가 그려갈 미래를 구상하는 것에 여념이 없다. 우선 제휴 농가 수를 점차 늘려갈 전망이다. 또 농수산물은 물론, 가공식품과 프리미엄식품까지 판매군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헬로네이처만의 PB(Private Brand)를 출시하는 것 또한 박 대표의 구상 중 하나다. "헬로네이처 마크가 붙은 자체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는 먹거리를 널리 공급하고 싶습니다." 박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뛰어난 제품을 가진 상품을 소비자들이 쉽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헬로네이처만의 PB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쌓아 소비자들이 헬로네이처만은 믿고 구입할 수 있게끔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직접 배송을 늘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현재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만 직접 배송이 이뤄지고 있으나 박 대표는 올해 안에 서울 전 지역과 경기권까지 직접 배송의 범위를 넓힐 것이라 밝혔다.

최근 IT 업계에서는 '신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대형 자본을 앞세운 IT 대기업들이 각종 전자상거래 분야에 진출하면서 스타트업 기업들이 위기를 겪는 것이다. 헬로네이처의 농수산물 온라인 직거래 분야에도 IT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미 카카오가 한시적으로 '카카오파머'를 통해 제주산 귤 판매에 나서기도 했었다.

하지만 박 대표는 O2O시장에서는 대형 자본보다 경험의 축적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형 자본이 들어오더라도 우리가 개척한 시장을 넘볼 수 없을 만큼의 역량을 키우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의 사업 스토리에서 볼 수 있듯이 헬로네이처는 농가를 누비며 축적해온 장인 명단, 각 상품별로 세밀한 취급이 요구되는 물류창고 운영 노하우 등 온라인 농수산물 거래를 위해 축적해 온 데이터가 많다. 이러한 무기를 가진다면 대형 자본의 침투에도 끄떡없는 탄탄한 기업으로 남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