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부호 16명…삼성가ㆍIT 재벌 눈길전 세계 1000대 부자 중 범삼성가 5명 포함돼서경배·정몽구·최태원 등 차이나 쇼크로 재산 감소자수성가형 IT 재벌·주식 대박 터트린 기업인 명단 올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한국인 부호 16명이 세계 1000대 부자로 선정됐다. 지난 10일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가 구성원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일가,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1일 본지가 심층 분석한 미국 경제 전문 미디어 블룸버그 자료와의 크고 작은 차이가 발견됐다. 블룸버그는 유동자산만을 기준으로 측정하는 반면 포브스는 주식ㆍ부동산 등도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이에 상위권에 속한 국내 부자들과 명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IT 벤처기업인들, 세계 1000대 부자에 신규 진입한 인물들을 비교 분석해 봤다.

이건희 회장 外 삼성가 포진

세계 부자 112위를 기록한 '대한민국 최고 주식 부자'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약 11조 5200억 원(96억 달러)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가 추정한 14조 400억여 원(117억 달러)보다 감소한 수치로 최근 발생한 중국발 글로벌 증시 폭락이 충격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3.38%), 삼성물산(2.84%), 삼성생명(20.76%), 삼성SDS(0.01%)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또한 서울 한남동 자택 외 서울 삼성동·장충동·이태원동·청담동, 경기 용인시, 전남 여수시, 경북 영덕군 등지에 주택, 빌딩, 토지 등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약 7조 6800억 원)은 세계 부자 198위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4.1%), 삼성물산(16.54%), 삼성생명(19.4%) 등의 지분을 보유한 가운데 블룸버그가 추정한 주식 가치(약 7조 9200억 원)보다 감소해 차이나 쇼크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건희 회장의 장녀와 차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약 2조 4000억 원)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2조 2800억 원)은 각각 세계 부자 914위, 978위였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삼성물산(5.51%), 삼성SDS(3.9%) 등을 동일한 지분율로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의 조카인 이재현 CJ그룹 회장(3조 3600억 원)은 세계 부자 630위에 올랐다. 이 회장은 CJ(42.14%), CJ제일제당(0.49%), CJ오쇼핑(0.32%), CJ E&M(2.38%), CJ프레시웨이(0.59%), 씨앤아이레저산업(42%) 등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CJ그룹의 비상경영 체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재현 회장이 지분 승계를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4일 이 회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량(11.35%)을 장남 선호씨를 비롯한 친족 4명에게 증여했다.

중국발 증시 폭락에 재산 손실

지난해 7월 이건희 회장을 제치고 '대한민국 최고 주식 부자' 자리에 오른 바 있는 서경배 회장(약 9조 9600억 원)은 세계 부자 143위를 기록했다. 블룸버그가 추정한 9조 4800억여 원(79억 달러)과 비교했을 때 아모레퍼시픽 또한 글로벌 증시 폭락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락세를 보인 주식 자산과 달리 서경배 회장의 보유 주택은 효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월 서울시가 공개한 '2015년도 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서 회장의 서울 한남동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9.3% 급등한 91억 5000만 원으로 서울에서 비싼 집 7위로 선정됐다.

'재계 서열 2위'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약 5조 1600억 원)은 세계 부자 358위였다. 차이나 쇼크로 국내 대표적 수출기업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의 주가가 떨어진 가운데 정 회장은 2000억 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또한 수천억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11.7%) 등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정 부회장의 지난 10일 자산 총액은 약 3조 6000억 원으로 세계 순위 583위에 올랐다.

'재계 서열 3위'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약 4조 800억 원)은 세계 부자 496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 회장의 재산 경우 40억 원을 호가하는 서울 성북동 자택을 제외하곤 대부분 SK 계열사 지분인 가운데 중국발 쇼크로 상당한 자산 감소를 겪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세계 부자 785위를 기록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자산은 약 2조 76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부영그룹의 경우 비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중국발 쇼크의 직접적인 반응은 알 수 없지만 감소세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수성가형ㆍ주식잭팟 재벌 부상

세계 1000대 부자 명단 가운데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 김정주 넥슨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 국내 IT 벤처기업인들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또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명단에 신규 진입해 이목을 끌었다.

온라인게임 개발업체 스마일게이트의 권혁빈 회장(약 3조 9600억 원)은 세계 부자 530위였다. 2002년 설립된 스마일게이트는 온라인 총싸움게임인 '크로스파이어'를 히트시키며 동시 접속자 600만 명을 기록하는 등 전 세계 선두 게임 개발사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부자'로 꼽히는 김정주 넥슨 회장(약 3조 7200억 원)은 569위를 기록했다. 넥슨은 1994년 세계 최초로 그래픽 기반의 온라인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개발한 이후 어둠의 전설, 크레이지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인기 게임을 꾸준히 출시하며 규모를 키워왔다.

세계 부자 833위인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재산은 약 2조 6400억 원으로 드러났다. 스마트폰 메신저 사업에서 시작해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카카오는 택시, 대리운전, 인터넷은행 등에 이어 음원 플랫폼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수조원대의 기술 수출 '대박'을 터트린 한미약품의 임성기 회장(약 3조 960억 원)은 696위로 세계 1000대 부자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2014년 말 3048억 원에 불과했던 임 회장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지난해 12월 29일 기준 2조 6099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977위로 세계 1000대 부자에 혜성처럼 등장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재산은 약 2조 2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램시마가 오는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셀트리온 시가총액은 11조원을 넘으며 올들어 15% 이상의 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