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없이는 '부동의 1위' 없다삼성전자, CES 2016 통해 'TV 업계 1위' 입증中 TV 맹추격… TCL·하이센스·창홍 등 역량 총동원TV 시장 전망 우울… IoT 열풍 통한 수요 발생 노려야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의 삼성전자 전시장 앞에서 삼성전자 모델이 삼성 SUHD 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CES(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2016 오픈에도 삼성전자가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카드뮴이 들어가지 않은 세계 유일의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제품이라고 하는데 소비자에게 실패했다. CES 2016에서 각종 상을 휩쓸었다는 호재가 무색하다. 다른 돌파구가 필요해 보인다".

'TV 업계 1위' 삼성전자의 퀀텀닷 디스플레이 SUHD TV가 지난 6일(현지시간)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에서 최고혁신상 등 9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중국 TV 제조사들의 가세와 이미 포화된 TV 시장 속에서 성장 모멘텀이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뒤따라 위기가 감돌았다.

라스베이거스서 빛난 삼성 TV

삼성전자는 2006년부터 10년 연속 세계 TV 시장에서 최정상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직사각형 디자인에서 벗어나 곡선을 적용한 보르도TV로 35년간 최강자로 군림했던 일본 소니를 무너뜨린 이후 울트라슬림, 타임리스, 커브드 등의 시리즈를 연이어 히트시켰다.

TV 품질을 결정짓는 요소는 화질ㆍ두께ㆍ음질. CES 2016에서 삼성전자는 카드뮴을 포함하지 않은 2세대 퀀텀닷 디스플레이 SUHD TV로 화질에 승부를 걸었다. 그동안 퀀텀닷 디스플레이는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화질을 특징으로 하지만 주소재인 카드뮴이 인체에 해로워 논란이 돼왔다.

이번 퀀텀닷 디스플레이 SUHD TV는 디자인과 기능성 측면에서도 보완됐다. 외부에서 조립 나사가 보이지 않는 디자인과 자연광을 가장 가깝게 구현하는 HDR, 반사광 속에서도 검은색을 표현하는 울트라블랙, 진화된 리모콘 제어 기능 등을 적용했다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세계 TV 시장 점유율 1위 수성을 자신했다. 조 스틴지아노 삼성전자 미국법인 전무는 지난 5일(현지시간)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TV를 보는 시청 환경까지 고려한 유일한 TV"라며 "태양이 환한 낮이나 어두운 밤 등 어떤 환경에서도 최고의 화질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해외 유력 매체들의 호평도 CES 2016 내내 이어졌다. 미국 리뷰 전문 매체인 리뷰드닷컴은 "눈부신 밝기와 퀀텀닷 컬러, 새로운 스마트 허브로 2015년형 SUHD TV의 성공을 더욱 발전시켰다"고 평했다. 영국 IT 전문 매체인 테크레이더는 "현재 다른 어떤 모델보다도 우수한 성능을 가졌다"고 했다.

무섭게 맹추격하는 중국 TV

TCL, 하이센스, 창홍 등 중국 TV 제조사들의 향상된 기술력 또한 CES 2016 기간 내내 눈에 띄었다. 이들은 화질과 두께, 음질 부분에서 진전을 이뤄 TV 시장의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바짝 추격하며 CES 2016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곳은 TCL이었다. 중국 6대 TV 제조사 중 선두를 달리는 TCL은 고명암을 적용한 HDR 기술과 세계적 오디오 명가 하만카돈의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한 65형 퀀텀닷 디스플레이 TV 익스클루시브 X1을 선보이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따라잡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하이센스의 경우 3300만 픽셀 화소와 퀀텀닷 기술을 적용해 화질과 색 재현력을 끌어올린 8K ULED TV를 내놓으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뽐냈다. 창홍은 압도적인 크기의 98인치 8K 슈퍼 UHD TV를 전시 부스 전면에 배치해 CES 2016 관람객들에게 대화면의 시청 경험을 제공했다.

중국 TV 제조사들이 CES 2016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선보였지만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아직 무리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들이 가격경쟁력에서는 앞서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어 위협적이지만 현실적인 기술 경쟁력은 더디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CES 2016을 참관한 전자 업계 관계자 A씨는 "중국 TV가 얇고 해상도도 좋고 스마트 기능도 들어가 있으며 디자인도 깔끔해지는 등 전반적인 스펙은 삼성전자와 별 차이가 없었다"며 "그러나 나사 하나가 빠진 느낌이다. 많이 따라왔지만 퀀텀닷 패널은 삼성전자가 확실한 우위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기본적인 성능과 관련된 건 이미 (차별성이) 끝났다. 브랜드 밸류, 디자인, 마감에서만 차별성이 있다"며 "중국 수법이 자국 내에서 외주 생산을 하지 않으면 못 팔게 하다 보니 기술이 다 넘어갔다. 기술력을 외국계 회사들이 만들어 준 꼴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계 회사들은 마진을 많이 붙이는데 중국 회사들은 마진을 안 붙이고 판매하니까 말도 안 되는 가격이 나온다"며 "그러나 일부 업체들은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생산력이 없는 카피이기 때문에 오래가기 힘들고 보호받고 있는 (자국) 시장 밖으로 나가면 승부를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고스펙ㆍ저성장 '혁신' 필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은 부진했다. 투자심리 개선을 내다봤던 일부 전망과는 달리 CES 2016 폐막 후 지난 11일 삼성전자 주가는 종가 기준 1.62%(1만 9000원) 하락한 115만 2000원으로 지난해 10월 6일(115만 1000원) 이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마커스 신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기존의 하드웨어에서 제한적인 혁신만 볼 수 있었다"고 혹평했다. 신현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 모멘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당분간 주가가 횡보할 것"이라며 "CES에서 투자 심리 개선을 이끌 만한 애플리케이션이 미흡했다"고 평했다.

앞선 관계자 A씨는 "TV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TV를 관심 있게 보는 사람 자체가 없었다. 삼성전자에서 신제품이 나왔구나 하는 반응이 대다수였다"며 "이번 CES에서는 VR(가상현실)이 대세였다. 자동차 기업 부스만 가도 엔진보다는 가상 주행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었다"고 전했다.

앞선 관계자 B씨도 "어느 정도 고사양이 된 다음에는 발전을 못 느끼는데 TV 부문은 이미 과스펙 수준에 올라왔다"며 "어느 제조사나 비슷한 TV를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다른 방향으로의 선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어떤 바리에이션(변화)을 만들어 갈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가장 큰 전시 부스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TV가 막상 주인공이 아닌 것은 역성장하는 TV 수요를 통해 확인됐다"며 "TV의 매스 프로덕션(대량생산) 시대에서 IoT(사물인터넷), 드론, 웨어러블, VR, 로봇 AI(인공지능) 등으로 관심이 넘어갔다"고 분석했다.

이어 "IoT 사업을 긍정적으로 보고 성장이 가속화된다고 가정하면 가장 큰 수혜는 아마 가전기기의 교체 수요 발생"이라며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TV를 갖기 위해 기존 기기를 교체하는 움직임을 예상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세트업체에 호재다"고 전망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7일 CES 2016 전시장에 별도의 부스를 마련해 진화된 TV 기능들을 선공개했다. 이날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은 "TV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맞춰 무한히 진화하게 될 것"이라며 "디자인과 사용환경 등 미래 TV 기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