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인사관련 각종 관측 무성 지역안배 핵심

김병원(63)씨가 임기 4년의 제5대 민선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되고 손을 번쩍 들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 3선을 지낸 김병원(63)씨가 임기 4년의 5번째 민선 농협중앙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농협중앙회에 강도 높은 개혁이 요구되고 있다.

김 차기 회장은 첫 호남 출신 선출직 농협중앙회장이기도 하다. 초대 민선 한호선 회장은 강원, 2대 원철희 회장은 충청 출신이었고 3대 정대근 회장과 4대 최원병 현 회장은 영남 출신이었다.

김 차기 회장은 앞으로 농협의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할 것이란 관측 나오고 있다. 그의 공약 사항은 ▦농협 경제지주 폐지 ▦상호금융의 상호금융중앙은행(가칭) 독립 법인화 ▦중앙회장 선출 직선제 전환 ▦중앙회 내 '조합컨설팅지원부' 설립 ▦협동조합 이념교육관 설립 등으로 다소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김 차기 회장은 당선 직후 "조합장 여러분이 이끌어가는 어려움을 짊어지고 여러분의 고민거리를 해결해드리는 회장이 되겠다"며 "세계 속에 빛나는 한국 농협을 만들어 234만 농업인 조합원이 웃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농협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차기 농협중앙회장은 오는 3월 말로 예정된 2015년 농협중앙회 결산총회 다음 날 임기를 시작한다.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직이지만 조합원 235만여명, 자산 약 400조원, 31개 계열사, 임직원 8만8000여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을 대표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한 역대 선출직 회장들은 그동안 각종 비리 의혹에 시달리며 모두 사법처리를 받았다. 최원병 회장은 아직 사법처리를 받지 않았지만 그 역시 비리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김 차기 회장은 농협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고 회장의 권한을 줄이는 농협 개혁을 단행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차기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농업발전에 관한 건의를 드리도록 하겠다"며 개혁에 관한 언급은 아직 하지 않았다. 하지만 복수의 농협 관계자들에 따르면 농협개혁을 원하는 이들의 요구를 전폭 수용해 그들의 지지를 끌어낸 김 차기 회장이 향후 이들의 요구를 모른척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차기 회장을 지지한 이들은 대부분 최원병 회장 시기에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바로 잡고 검찰의 표적이 되는 등 농협 내부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어 줄 것을 김 차기 회장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우선 인사를 통한 물갈이가 진행 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하지만 영남의 지원을 업고 당선된 최초의 호남 출신 회장이라는 김 차기 회장의 입장을 감안할 때 지역안배를 지향하고 보복성 인사는 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만 최원병 회장 시절 문제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비리 등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는 인사나 문제가 불거지는 인물들은 자비 없이 조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농협 구조 개혁에 대한 문제는 민감한 현안이 많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