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취업 시장, 올해는?사람인, 10대 그룹 절반 이상 3월 공채 시작국내외 경기 불안… 채용 규모 줄어들 듯전경련, 오락서비스·컴퓨터 분야 고용 전망 밝아

병신년 새해가 밝은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계속되는 극심한 경기한파 속에서 새해를 맞은 취업준비생들은 희망과 열정보다는 우려와 걱정이 앞서는 것으로 한 조사기관의 결과를 통해 나타났다.

이에 취업 관련 한 전문가는 "취업문이 좁은 시기일수록 먼저 좌절하거나 지치면 취업하기 힘들다"며 취업준비생들에게 격려를 당부했다. 매서운 한파와 함께 꽁꽁 얼어붙은 취업 시장에서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을 녹일 만한 정보들을 살펴봤다.

상반기 대기업 공채 '3월' 집중

온라인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은 지난 19일 국내 10대 그룹들이 오는 3월부터 상반기 공개 채용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하는 자료를 발표했다. 이에 새해 취업 목표와 함께 공개 채용 일정을 기다리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의 많은 관심이 쏠렸다.

사람인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업의 공개 채용 공고 649건을 분석한 결과에 '5월'에 공개 채용 서류 접수를 시작한 기업이 136건(2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6월'(18.3%) '4월'(15.9%) '3월'(15.7%) '1월'(15.6%) '2월'(13.6%) 순이었다.

이 가운데 국내 10대 그룹의 경우 대개 '3월'에 공개 채용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계 순위 1위' 삼성그룹은 지난해 3월 11일부터 20일까지 서류 접수를 했다.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는 지난해 3월 2일부터 13일까지 진행했으며 현대중공업도 같은 기간 실시했다.

'재계 3위' SK그룹 경우 지난해 3월 9일부터 20일까지 접수를 받았으며 '재계 4위'인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해 3월 4일 서류 접수를 시작했고 마감일은 계열사별로 상이했다. 이 가운데 LG실트론은 이미 2016년 상반기 공개 채용 접수를 마쳤으며, LG화학은 현재 서류 접수를 진행 중이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은 지난해 4월 7일부터 16일까지 상반기 채용 일정을 치렀다. 비슷한 시기 NH농협은행(4월 6~10일)과 G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4월 13~30일)가 상반기 공개 채용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재계 6위' 포스코그룹(포스코·포스코ICT·포스코P&S)은 지난해 6월 4일부터 15일까지 정규직 전환 인턴 채용을 실시했다. '재계 10위' 한진그룹의 주력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1월 29일부터 2월 9일까지 채용을 진행했으며 올해는 지난 17일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상반기 공개 채용 마감일은 '6월'(21.4%)과 '5월'(20.2%)이 주를 이뤘고 '3월'(17.3%) '4월'(14.5%) '2월'(13.7%) '1월'(9.2%) 순이었다. 서류 접수 기간은 평균 '12일'이며 '8~14일'(61.3%) '15~21일'(22.3%) '7일 이하'(12.8%) '22~28일'(1.8%) '29일 이상'(1.7%) 순이었다.

올해 상반기 공개 채용과 관련해 임민욱 사람인 팀장은 "채용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기업이 대부분"이라며 "국제 유가의 영향을 받다보니 국내 경기 자체가 안 좋아 채용이 원활하지 않다. 채용 규모가 줄어들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채용 규모가 적다보니 기업에서는 업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 같은 신입을 선호한다"며 "대다수가 지원한 기업에 얼마나 일하고 싶은지를 어필하는데 이는 (합격 당락에) 결정적이지 않다. 기업은 필요한 포지션을 소화해낼 능력을 원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구직자들은 어떤 업무를 통해 기업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부터라도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준비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 속에서도 신규 채용

기자가 만난 취업준비생들은 지난해 12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두산인프라코어의 20대 희망퇴직 사태를 언급하며 올해 취업에 여파를 끼칠까 봐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산인프라코어뿐만 아니라 삼성물산, GS리테일, STX조선해양 등 다수의 기업들이 지난해 20대를 포함한 사원을 대상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A씨(남·30세)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을 보면서 취업 준비에 회의감이 들었다. 힘들게 들어가도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대기업 위주로 지원했지만 눈을 낮춰야겠다. 나이가 적은 편이 아니라서 계약직도 생각해보려 한다"고 심경을 전했다.

대구·경북 지역 국립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B씨(남·27세)는 "CCNA(네트워크 기술 능력 자격증)를 땄고 AFPK(재무 설계 자격증)를 준비 중"이라며 "지난 하반기에 대기업 위주로 (서류를) 냈는데 서류는 반 정도 합격하고 면접은 3곳을 봤지만 최종 탈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기들이 하나 둘 취업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급하다. 길게 보고 좋은 곳에 들어가고 싶지만 불안하기도 하고 시간이 너무 아까운 느낌이다"며 "상반기에 취업이 안 된다면 중소기업에서 인턴이라도 할 생각이다"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대기업들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올해부터 본격 시행될 임금피크제를 위한 포석일 뿐 신규 채용에는 지장이 없다고 기업의 인사 관계자들은 조언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한정된 비용 속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경기가 어렵다 해도 대다수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할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한 명의 고연봉 인력보다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몇 명의 신규 인력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기업들이 신규 채용과 관련한 세부적인 계획은 마련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정이 있다 해도 채용 인력을 00명으로만 해놓은 정도"라며 "현재 지난해 하반기에 채용한 인력들을 교육하는 시기라 정신없이 바쁘다. 교육이 다 끝나는 3월 초에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해 12월 29일 전국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를 공개하며 고용 시장 동향을 전망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고용 경기 전망치는 평균 99.2로 기준선 100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전경련 측은 지식 및 오락서비스업(116.7)·펄프, 종이 및 가구(115.4)·컴퓨터프로그램 및 정보서비스(110.5)·섬유, 의복 및 가죽, 신발(105.6)·음식류(103.4) 등 분야에서의 고용이 호조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고무, 플라스틱 및 비금속광물(90.0)·건설업(90.4)·자동차, 트레일러 및 기타운송장비(94.2)·전기, 가스(95.5)·전자 및 통신장비(96.2) 등의 분야에서는 고용이 다소 부진할 것으로 분석 및 전망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