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 뒤쳐지고 중소기업 주도

일본 정부가 고령화와 일손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노약자나 환자를 돌보는 개호(介護)용 로봇을 도입하는 비용을 보조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개호용 로봇 '로베아'가 여성을 들어올려 침대로 옮기는 장면. 사진=연합
국내 산업,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이끌어가
삼성테크윈 한화로 가며 무인로봇기술 개발 중
다보스 포럼 주요 주제 ‘로봇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세계 각국, 제조용ㆍ서비스용으로 로봇시장 양분화

최근 모 매체에서 작성한 증시 마감 기사가 사람이 아닌 ‘로봇 기자’가 썼다는 사실이 알려져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아직까진 일정한 알고리즘을 갖고 증권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지만 곧 우리나라 언론계에도 ‘로봇 저널리즘’이 도래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굳이 저널리즘 영역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로봇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올해 다보스 포럼의 주요 주제는 로봇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기술의 발달로 각국의 로봇 산업은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 역시 로봇 산업에 대한 전폭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로봇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진 못하고 있다. 세계적 기업들의 무서운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라도 로봇 산업 발전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로봇 시장과 관련 정책을 짚어 봤다.

중소기업이 이끄는 국내 로봇산업

우리나라도 세계적 기조에 맞춰 로봇 산업을 키우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부는 미래성장동력-산업엔진 종합실천계획을 발표했다. 로봇산업은 미래성장동력 19대 분야에 선정됐다.

정부는 2020년까지 로봇생산 9조7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로봇 강소기업의 핵심기술개발 지원과 로봇 테스트베드 구축을 통해 새로운 시장 창출 및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로봇산업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추세다. 로봇 생산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기업들로는 제조로봇 생산에 뛰어난 로봇스타, 삼익테크 등이 있다. 의료 재활 쪽에는 고영테크놀로지가 뛰어난 수출량을 자랑한다.

중견기업들이 강세를 보이지만 대기업들은 아직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는 곳이 많지 않다. 재계 1위 삼성의 경우, 로봇 생산 산업에 역점을 가하던 계열사 삼성테크윈을 지난 2014년 한화에 매각했다. 한화로 간 한화테크윈은 무인로봇기술을 통해 지상 무인체계와 공중 무인체계, 지상과 공중 통합 운용을 위한 통합통제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오는 3월엔 대구 북구 산격동 소재 경북교육청 후적지에 스마트 로봇 연구센터를 설립한다. 대구 달성군 구지면 징리 인근에는 드론 관제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테크윈을 매각한 삼성은 삼성전자에서 로봇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SK텔레콤은 교육용 로봇 사업을 펼친다. 지난 2012년 교육용 로봇 ‘알버트’를 출시했으며 2013년에는 ‘아띠’를 출시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동작이 가능하며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교육이 가능하다. SKT 측은 스마트폰을 로봇의 두뇌로 활용함으로써 교육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등 학습 효과성을 대폭 향상시켰다고 설명한 바 있다.

네이버 또한 로봇, 스마트홈, 무인자동차와 같은 하드웨어 분야에 향후 5년간 1000억원을 투자한다. 세계적 IT 기업인 구글 등이 로봇 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만큼 네이버도 이에 대한 대비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로봇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는 기업은 없다.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의 로봇산업 경쟁력이 외국 기업들에 비해 뒤처지는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로봇 산업 전문가는 국내는 로봇 수요가 많지 않고 수출을 하는 방법이 있으나 이미 일본, 독일, 프랑스 기업들이 로봇 산업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어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을 했다. 아직 우리 대기업들의 로봇 산업이 수확을 거두기에는 덜 성장했다는 것이다.

“사람 일자리 뺏기 보단 효율적 근무환경 조성”

그렇다면 미국과 일본 등 해외 국가들의 로봇 산업은 어떨까?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지난 1월 발표한 ‘국내외 로봇산업의 정책 및 동향’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지난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이 ‘첨단제조 파트너십’을 발표해 제조업으로의 회귀를 위해 제조로봇분야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2014년에는 협동로봇의 개발과 사용 촉진을 위해 3150만달러 지원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미국연방항공국은 노스 다코타 주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지역을 무인항공로봇 시범비행 자유지역으로 지정해 무인항공로봇과 타 비행체를 동일한 규제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일본의 경우 로봇산업에서 굉장히 앞서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지난 2014년, 아베 총리는 성장 전략의 핵심 정책으로 로봇혁명의 추진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로봇혁명실현회의를 출범했으며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로봇 올림픽 개최 추진 및 로봇 도입비용을 지원하고 세제혜택을 줘 로봇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제산업성과 로봇업체가 공동으로 산업용 로봇 핵심부품 표준화에 착수했으며 올해에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로봇에 활용되는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부처간 합동 체계를 구축한다. 또 간호로봇 개발 지원을 위한 거점 10곳을 설치한다.

이러한 다양한 지원으로 일본 기업의 로봇 산업은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로봇 ‘페퍼’를 개발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해외 국가들의 로봇 산업 지원 정책은 제조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양분화된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박기한 단장은 “독일이나 스웨덴은 제조 로봇 지원에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과 프랑스는 서비스 로봇에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간병 로봇 등 헬스케어 사업에 로봇을 투입하는 걸 10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로봇 관련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특히 로봇을 활용해 중소 기업의 공정 과정 혁신을 시도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 왔다.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금속 가공이나 용접 등 3D 업종에 로봇을 투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기존 인력들을 좀 더 고도화된 분야로 배치하면서 ‘윈-윈 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로봇 산업이 발달하면 인간의 일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기존의 편견과는 정반대되는 사실이다. 박 단장은 “실제로 일부 중소 기업 공장에 로봇을 투입해 봤는데 생산성이 높아져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설명했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산업 고도화 과정에서 로봇이 할 수 있는 분야는 로봇에게 맡기고 기존 근로자들은 고급화된 업무를 맡아 관리자형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