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샐러리맨 신화… 결혼 17년 만에 이혼, 아들 놓고 쟁송"부모님 손자 9년간 못 봐"vs"터무니 없는 얘기" 갑론을박"아들에게 평범한 삶 가르쳐주고 싶어"vs"재판에서 가려질 것"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이 4일 경기도 성남시의 성남지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규연 기자
지난달 14일 이부진(46)호텔신라 사장과 이혼한 임우재(48)삼성전기 상임고문이 이혼 및 친권자 지정 등 소송 선고에서 패소한 것에 불복해 지난 4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임 고문은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가정과 아이를 지키고 싶다며 항소심에서는 사실관계에 입각해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항소의 이유를 밝힌 글을 언론에 배포했다. 이 글에는 그간 "이부진 사장 측의 양육환경이 좋으니 아이 엄마가 아들을 키우는 게 맞다"던 1심 판결 이유를 뒤집을 만한 이야기들이 적혀 있다.

임 고문은 글에서 자신의 부모님은 손자가 태어난 후 한 차례도 보지 못하다가 지난 2015년이 돼서야 만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장 측은 임 고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아이를 둘러싼 부모 양측의 주장이 상반돼 친권과 양육권을 둘러싼 진실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부모 반대에도 결혼…결국 이혼 법정에

임 고문이 이 사장과 결혼한 1999년 세간에서는 임 고문을 '남자판 신데렐라'라 표현했다. 재벌가의 아들도 아니고 뛰어난 외모나 학벌을 갖추지 않은 임 고문이 삼성가(家) 장녀와 결혼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이들이 이혼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재벌들의 '끼리끼리 혼맥(婚脈)'이 당연시되던 시절, 평범한 남자를 선택한 이 사장의 이야기는 늘 화젯거리가 됐다.

임 고문과 이 사장은 1995년 사내 봉사활동을 하며 처음 만났고 교제를 시작했다. 당시 이 사장은 삼성복지재단 기획지원팀의 평사원이었고 임 고문은 삼성 계열사 보안업체 에스원의 신입사원이었다. 4년간의 연애 후 결혼하기까지 양가의 극심한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이 사장의 적극적인 설득 끝에 마침내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둘은 1999년 웨딩마치를 올렸다. 결혼 8년만인 2007년에는 아들을 낳아 단란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득남 이후 성격차이로 인해 둘의 관계는 소원해졌고 2012년부터는 별거에 들어갔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결국 2014년 10월 이 사장이 임 고문을 상대로 이혼 및 친권자 지정 등의 조정 신청을 냈다. 그러나 조정에 이르지 못했고 소송으로까지 번졌다. 1심은 이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14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가사단독2부(판사 주진오)는 '원고(이부진)와 피고(이우재)는 이혼한다', '친권과 양육권은 원고로 지정한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에 대한 (피고측의) 면접교섭권은 월 1회로 한다'고 판결했다. 선고 직후 임 고문 측은 "가정을 지키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자녀 친권과 양육권을 이 사장이 다 가져간 것은 일반적인 판결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를 예고했다.

2라운드 시작, 임우재 '항소 이유' 공개

지난 4일 임 고문은 항소장을 들고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의 성남지원을 찾았다. 1심 과정에서는 모습을 감췄던 임 고문이 이날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이따금씩 미소를 보였지만 표정은 어두웠고 걸음걸이는 무거웠다. 항소장을 제출한 뒤 임 고문은 기자들의 질문에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간의 입장과 결이 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말과 함께 "가정을 지키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재산분할과 관련된 사항에는 선을 그었다. 또 "2심에서는 사실관계에 입각해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임 고문은 언론에 항소 이유를 밝힌 글을 배포했다. A4용지 2장 분량의 글에서 그가 처한 상황과 심경을 엿볼 수 있었다.

임 고문은 우선 가정을 지키고 싶다고 했으며 1심에서의 판결이 편파적이기 때문에 이에 승복할 수 없다고 했다. 가장 큰 쟁점은 아들에 대한 권리다. 1심에서는 이 사장에게 친권과 양육권 모두를 줬다. 면접교섭권도 월 1회로 제한했다. 임 고문은 한 달에 딱 한 번 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결과에 반발해 2심으로까지 끌고 가게 된 것이다. 그는 아들과 면접교섭을 하기 전까지 밖에서 아들과 둘만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했으며 심지어 그의 가족들도 아이를 만나지 못하다가 작년이 돼서야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아이가 태어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9년간 임 고문 측 가족들은 아이를 단 한차례도 보지 못한 것이다. 그는 항소 이유를 밝힌 글에서 "아버님을 비롯해 집안 내 대부분의 식구들은 아들이 태어나서 면접교섭 허가를 받기 전까지 단 한 번도 보질 못했다"며 "2015년 3월 14일 첫 만남에서 눈물을 보이신 부모님께 아들로서 크나큰 불효를 저질렀다. 지금까지 이토록 한 번도 못 만나던 아들을 누가 무슨 이유로 앞으로도 한 달에 한번씩 만나게 하나"라고 술회했다.

이에 이부진 사장 측은 "임 고문 가족이 아들을 9세 때까지 보지 못했다는 주장 등 임 고문 주장 대부분은 1심에서 이미 다뤄졌던 내용이며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이에 대한 진실공방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의 깁스에 아들이 낙서한 것으로 보이는‘엄마 사랑해’/=연합뉴스
임씨 "아들에게 평범한 삶 가르쳐 주고 싶어"

임 고문은 자신의 9살 난 아들이 얼마 전 자신을 만났을 때 태어나서 처음 라면을 먹어 봤다고 했다. 또 떡볶이, 오뎅, 순대가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임 고문의 이 같은 말을 들은 누리꾼들은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재벌가 모습이 과장이나 허구인줄 알았는데 진짜였다"며 삼성가의 양육환경에 대해 놀라움을 표현했다. 임 고문은 "일반인들에게 자연스러운 일들이 아들에게는 일부러 알려주어야 하는 일이었다"면서 "아들과의 자유로운 만남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지 일반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가 하는 경험을 하고 느끼게 해 주고 싶다"고 했다.

아들에게 평범한 삶은 어떤 것인지 가르쳐주면서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게 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누구도 아빠의 빈 자리는 채울 수 없다며 자신만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있음을 주장하면서 친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 표명했다. 임 고문은 "아들의 양육환경은 일반인들과는 매우 다르며, 아이는 많은 수행원과 수많은 인력의 보호 속에 있다"고 했다.

이부진 사장 측은 "임씨가 사적인 문제를 공개적으로 밝힌 점이 매우 유감스러우며 모든 사실 관계는 재판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반응했다.



오보람 인턴기자 boram3428@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