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7%, 현대차 20% 교체…포스코, LS 절반 넘어
경제 위기 속 ‘안정 경영’ 72% 유임
한진ㆍ현대백화점ㆍ효성 등 9개 그룹 교체율 ‘제로’
퇴임 대표 평균 임기 3.4년, 기본 임기 이상 채워

3월 주총 시즌이 임박한 가운데 30대 그룹 소속 대기업들의 70% 이상이 지난 1년 새 대표이사를 교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표이사 퇴임자들도 대부분 3년 이상 임기를 채워 인사 변동폭이 매우 적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국내 30대 그룹 270개 계열사 359명의 대표이사를 대상으로 2015~2016년 이사 선임 안건을 분석한 결과 100명(27.9%)이 교체됐고 퇴임한 이들의 임기는 평균 3.4년으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위기상황 속에 주요 대기업들이 ‘안정 경영’을 지향한 결과로 해석된다.

전체 3분의 1에 육박하는 9개 그룹은 계열사 대표이사를 단 한 명도 교체하지 않았다. 한진ㆍ동부ㆍ현대ㆍ효성 등 20개 그룹이 대표이사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3분의 2 이상을 유임시켰다. 삼성ㆍ SKㆍ한화 등 재계 상위 그룹의 대표 교체율이 비교적 높았고, 포스코, LS 등은 절반 넘게 교체됐다.

퇴임한 대표들의 임기는 평균 3.4년으로 집계됐다. 상법상 대표이사 임기가 2~3년인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기본 임기 이상을 채운 셈이다. 퇴임자들의 평균 나이는 58.9세, 신규 선임된 대표이사 연령은 56.9세였다. 이번 조사에서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부영은 제외했다.

그룹별로는 대표이사가 1명인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하면 포스코, LS 등이 대표이사 절반 이상을 바꿔 교체율이 높게 나타났다.

포스코는 지난 1년간 61.5%를 교체해 변동폭이 가장 컸다. 12개 계열사 대표이사 13명 중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에너지, 포스코엔지니어링, 포스코플랜텍, 포스코엠텍, 포스코켐텍, 포스코강판, 포스코기술투자 등에서 8명의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LS그룹은 교체율 50%로 뒤를 이었다. 16명의 대표이사 중 LS전선, 가온전선, LS엠트론 등에서 8명의 새 얼굴이 등장했다.

이어 신세계그룹이 11명 중 신세계아이앤씨, 에브리데이리테일, 위드미에프에스 등에서 5명(45.5%), GS그룹은 18명 중 GS리테일을 비롯해 GS에너지, GS E&R, GS EPS, GS파워 등 5개 계열사에서 8명(44.4%)이 새 얼굴로 바뀌어 교체율이 높았다.

SK그룹(39.0%)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C&C 등 주력계열사 대표이사들을 교체했지만 이번 인사에서는 주요 계열사 대표 대부분 유임되며 안정을 꾀했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은 기존 경영진의 경륜을 활용하는 동시에 젊은 전문가들을 전진배치했다. 대표이사 27명 중 10명을 교체(37.0%)했고, 사장으로 승진한 6명중 4명이 60년대생으로 젊어졌다.

한화그룹은 계열사 대표 19명 중 ㈜한화 화약 및 방산, 한화건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7명의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해 36.4%의 교체율을 보였다.

이에 반해 20개 그룹은 대표이사를 3분의 2 이상 유임시키거나 교체하지 않았다. 현대백화점은 계열사 8곳의 대표이사 13명을 교체 없이 그대로 유지했다. 한진(10명), 효성·동부(8명), KCC·현대(4명), 동국제강(3명), 대우건설·S-Oil(1명) 등의 대표이사들도 모두 자리를 지켰다.

11개 그룹은 3분의 2 이상 유임시켰다. OCI는 계열사 8곳의 대표이사 14명 중 단 1명(7.0%)만 교체했다. 미래에셋도 8명 중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만 교체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7명 중 1명(14.3%)을 교체했다.

롯데는 25명 중 4명(16.0%), 금호아시아나는 6명 중 1명(16.7%)을 신규 선임해 교체율이 10%대에 불과했다. 현대차(20.0%), 대림(25.0%), CJ(29.4%), LG(31.6%), 두산·영풍(33.3%) 등이 3분의 2 이상 유임시켜 경영 안정을 기했다.

퇴임 대표이사 100명은 대부분 기본 임기 이상을 채웠다. OCI의 퇴임자 임기가 7년으로 가장 길었고 GS(5.9년), LG(5.4년), 두산(4.9년), 한화(4.4년), LS(4.4년), 금호아시아나(4.0년) 등 평균 4년 이상 재임한 그룹이 7곳이나 됐다.

대림(3.9년), 신세계(3.3년), 대우조선해양(3.2년), 롯데(3.0년)도 3년 이상이었다. 반면 삼성(2.9년), 현대차(2.8년), 현대중공업(2.7년), SK(2.6년), KT(2.6년), 미래에셋(2.5년)은 3년 미만으로 평균보다 짧았다. CJ(1.9년), 포스코(1.8년), 영풍(0.5년)은 2년을 채우지 못했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