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패턴 변화에 온라인몰 강화 이마트·롯데마트, 기저귀·분유 최저가 내놓아'소셜커머스 대응' 공식적으로 선포당일 배송·온라인몰 강화로 유통 환경 변화

사진=연합
대형 마트들이 소셜커머스와 최저 가격 전쟁을 벌이겠다고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얼핏 보면 의아한 대목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규모로 따지만 ‘반의 반’도 되지 않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을 왜 겨냥했을까?

해답은 ‘온라인’에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 형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대형 마트들 또한 온라인 강화에 나서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시작은 최저가에서 출발했으나 배송 시스템 및 모바일몰 강화를 통해 소셜 커머스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기저귀ㆍ분유 최저가 내놓으며 경쟁 중

지난주 국내 유통 대기업들은 잇달아 ‘소셜 커머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전쟁의 포문은 이마트가 먼저 열었다. 이마트는 육아용품 할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마트는 하기스 매직팬티 박스형과 마미포코 360핏 팬티 박스형을 최저가로 판매하며 이에 대해 “일부 업체가 한정된 적은 수량을 최저가로 내세워 소비자를 현혹해 가격 질서를 흔드는 관행에서 탈피해 정상적인 가격 경쟁 체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23일에는 기저귀에 이어 분유 또한 최저가로 판매할 것을 발표했다. 이마트는 분유 15개 제품을 기존 판매가에서 최고 35%까지 낮춘 온·오프라인 최저가로 판매한다.

롯데마트 또한 소셜커머스와의 전쟁에 동참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18일부터 분유를 상시 최저가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남양 임페리얼 XO 3단계를 5만5600원에, 4단계는 5만6600원에 판매한다. 이러한 가격은 온ㆍ오프라인을 합친 전체 유통채널에서 가장 낮은 가격이다. 롯데마트 송승선 유아용품부문장은 “추후 조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유아용품을 판매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25일부터는 ‘파스퇴르 귀한 산양분유 및 유아식’의 유통 채널을 롯데닷컴, 롯데아이몰(롯데홈쇼핑)로 확대한다. 롯데마트 측은 “유아동 품목 위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는 소셜 커머스에 대항하기 위해 롯데닷컴, 롯데아이몰 등 그룹 내 온라인 유통 채널을 적극 활용해 상시 판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유통 대기업들이 전면적으로 소셜커머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배경에는 날로 하락중인 매출액이 있다. 이마트의 지난해 기저귀 매출액은 전년비 26.3% 하락했다. 분유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대비 17% 하락했다. 유통업계는 매출액 하락의 원인을 소셜커머스 성장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저귀와 분유 등 유아 용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젊은 주부층이 주 구매 소비자다. 이들은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도 하고, 유아를 키우기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온라인에서 한 번에 많은 양을 구매하는 방법을 택하므로 모바일 구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소셜커머스로 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

“가격 내려도 납품업체는 손해 보지 않게 할 것”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대형 마트와 소셜커머스의 전쟁이 단순히 가격 인하에만 집중돼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최저 가격을 내세우며 소셜커머스를 잡기 위한 진짜 목적은 온라인 구매 강화라는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소셜커머스를 통한 상품 구매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 때문이 아니라 모바일 구매에 적합한 서비스, 빠른 배송 등 강점이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실제로 쿠팡의 ‘총알 배송’은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3월 ‘총알 배송’을 시작했다. 전국에 1000명 넘는 배달 전문 사원 ‘쿠팡맨’들이 9800원 이상 제품을 구입하면 24시간 이내 배송을 완료하는 서비스다. 빠른 배송과 친절한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 기존 물류 업계를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 여기다 소셜커머스가 모바일 상거래를 중심으로 성장한 만큼 모바일에 있어선 대형 마트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자체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대형 마트 역시 이번 마케팅이 최저가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제조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지만 저가 위주의 유통 정책이 될 경우, 납품 업체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때문에 무작정 낮추지 않고 어느 정도의 제한선을 두고 가격을 내릴 것”이라 밝혔다. 이마트 또한 납품업체가 손해를 보지 않게끔 가격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선보인 기저귀와 분유의 경우, 납품업체와는 1원도 가격 조정을 하지 않았다. 납품 가격에 대해선 향후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만약 이번 최저가 경쟁으로 타 업체들이 가격을 내려 불가피하게 더 가격을 내려야 할 경우, 마진 손해를 보더라도 납품업체에겐 전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저가 정책으로 납품업체에게 부담이 갈 수 있다는 지적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형마트들은 납품업체들과 갑질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었다. 롯데마트의 경우 ‘삼겹살 갑질’을 통해 구설수에 오른 전력이 있다.

온라인 쇼핑 강화를 위해 배송에도 신경을 쓸 전망이다. 이마트는 마트 최초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재작년 6월 용인 보정 물류센터를 열어 수도권 남부 지역에 빠른 배송을 제공하고 2월 마지막 주부터는 김포에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설치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점포 배송의 경우 당일 배송 비율이 30%이나 온라인 전용 물류 센터를 통해 당일 배송 비율을 70%까지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을 선두로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배송을 강화한 만큼 이를 따라잡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이마트는 2020년까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여섯 곳 늘릴 예정이다.

유통업계는 이번 경쟁을 쉽사리 끝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유아용품에 집중돼 있지만 향후 시장 조사를 통해 소셜커머스의 판매 비중이 높은 제품군에 한해 최저가 정책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예상 품목으로는 세제, 휴지, 생수 등 생필품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유통 업계가 소셜커머스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소셜커머스 업계는 의아한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모기업을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로 두고 있는 마트 계열사들이 나서면서 오히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죽이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소셜커머스 관계자는 “기존에 하던 대로 모바일 구매에 강점을 두고 배송 또한 강화하면 별다른 타격은 없을 것이라 전망한다”고 밝혔다.

마트 업계의 궁극적 목표는 ‘온라인몰 강화’이다. 최저가 구매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뿐만이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제공함으로써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마트 온라인몰로 소비자가 올 수 있게끔 유도하려는 것이다. 소셜커머스 전쟁의 이면에는 유통 업계의 절실한 변화의 필요성이 있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