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싸게 더 싸게 ‘초저가 전략’ 맞불…커피숍들 제 살 깎아내며 출혈경쟁

1000~2000원 저가 커피숍 급증… 리딩 커피숍 브랜드들 '고전'
빽다방 점포수 24→415→431개 껑충, 저가전략으로 고가 커피숍 맹추격
가격 인하하며 치킨게임 中… 편의점도 저가 커피 시장에 '도전장'
전문가들 "이미 커피 시장 포화상태, 창업 신중해야"

빽다방, 커피에 반하다, 고다방, 더착한커피, 쥬씨… 1000원대의 커피를 판매하는 저가 커피숍이 각광받고 있다. 스타벅스, 탐앤탐스 커피, 카페베네 등 비교적 고가의 프랜차이즈 카페의 커피값이 적게는 4000원대, 많게는 6000원대까지 하면서 고객들이 저렴한 커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가 커피숍들은 가격 경쟁력으로 기존의 커피숍 업계를 이끌던 브랜드들까지 위협하는 모양새다. 저가 커피숍의 커피 가격은 메뉴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1000~2000원 사이다. 소비자들로선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즐길 수 있어 좋지만 판매자 입장에선 많이 팔지 않으면 인건비나 임대료도 건질 수 없다. 그런데 이 같은 박리다매형 커피숍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바람에'시장 나눠먹기'에서 밀려나 폐업하는 업체가 줄을 잇고 있다. 반대로 생존을 위해 출혈을 감수하며 버티는 커피숍들도 존재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리딩 브랜드 턱밑 추격

2015년 국내 커피 전문점의 시장규모는 업계추정 약 3조 5000억 원으로 6년 전인 2009년(약 7000억 원)에 비해 약 5배 껑충 뛰었다. 올해엔 그 규모가 4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가 크다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계속해서 커피전문점 창업에 열을 올리는 추세다. 작년 국내 커피숍 점포수는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숍을 합해 약 4만9600여개에 달했다.

최근에는 저가 커피숍들이 폭발적으로 점포수를 늘리고 있다. 경기 불황에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졌지만 커피가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와 커피소비를 줄일 수는 없어, 그 대안으로 소비자들이 저가 커피숍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저가 커피의 인기로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저가 커피숍의 성공신화를 처음 쓴 브랜드는 '이디야커피'다. 2001년 중앙대점을 처음 오픈한 이디야커피는 작년 1800호점을 돌파하면서 점포수 만을 놓고 봤을 때 고가 브랜드 커피를 포함한 전체 커피숍 시장에서 가장 큰 프랜차이즈 커피숍이다. 이디야커피는 4000원~5000원 사이의 커피를 판매하는 커피숍이 주류인 점을 파고들어 2000원대 커피를 내세운 저가공략을 통해 승승장구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보다 더 저렴한 초저가 커피숍이 이디야커피 성공신화의 패턴을 이어받았다. 2800원에 아메카노를 판매하는 이디야커피의 뒤를 1000원대 커피를 무기로 한 새로운 브랜드들이 매섭게 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 주자는 역시'빽다방(Paik's coffee)'이다. 빽다방은 텔레비전 요리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요리연구가 겸 사업가인 백종원씨의 더본코리아에서 론칭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이다. 백씨의 유명세와 맞물려 빽다방은 저가 커피숍 업계의 새로운 공룡으로 떠올랐다. 빽다방은 2014년 전국에 단 24개의 점포밖에 없었으나 2015년 연말에는 415개로 급격히 늘어나더니 현재는 전국에 431개의 점포를 두고 있다.

또 다른 저가 커피숍인'커피에 반하다'는 전국에 320여 개의 매장이 운영 중이며 공정무역 커피라는 기치를 내세운'더착한커피(The kind coffee)'도 전국 점포수가 117개에 육박한다.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와 생과일주스를 파는 '커피식스(Koffi six)'는 60여 개의 점포가 운영 중이고 커피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독특한 음료와 빙수를 판매하는'그리다 꿈'은 오픈 예정인 매장을 포함해 총 45개점이 있다. 여기에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저가 커피숍까지 가세해 커피숍 업계 리딩 브랜드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리딩 커피숍 브랜드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4년 주요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폐점현황을 보면 '할리스커피'가 전체 매장 460개 중 40개의 폐점 매장을 내며 가장 높은 폐점률(8.6%)을 기록했다. 롯데 계열의 '엔제리너스커피'는 927개 중 47개의 지점(5%)이,'탐앤탐스커피'는 447개 중 23개의 지점(5.1%)이 없어졌다. 대표적인 토종 커피브랜드인 '카페베네'는 932개 매장 중 32개(3.6%)가 폐점했고 '드롭탑'은 220개 매장 중 12개(5.4%)가 문들 닫았다. 반면 커피숍 업계1위이자 저가 커피숍 분야 최강자인'이디야커피'는 1249개점 중 14개가 폐점해 1.1%의 낮은 폐점률을 보였다.

더 싸게 더 싸게…초저가전략 맞불

저가 커피숍의 가장 큰 무기는 당연히'가격'이다. 빽다방 을지로점에서 커피를 사서 나오던 대학생 장윤혜(21ㆍ여)씨는"커피를 자주 먹다 보니 버릇이 돼서 보통 하루에 2~3잔 많게는 4잔도 마신다. 탐탐(탐앤탐스커피)이나 스타벅스 같은 데서 제일 싼 걸 먹어도 4000원이 넘는 것에 비해 빽다방에서는 양이 거의 두 배인데도 가격은 반밖에 안되니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자신을 빽다방의 '충성고객'이라 자칭한 김솔(25ㆍ여)씨도 "예전에 친구들을 기다릴 때는 보통 스타벅스나 파스쿠찌에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기다렸다. 그럴 때마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자주 가는 동네에 빽다방이 생긴 후론 오랜 시간 카페에서 눌러앉아 수다를 떨 목적이 아닌 이상 일반 카페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씨와 김씨의 말처럼 저가 커피숍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커피 한 잔에 4000원 이상의 가격을 매겨놓은 고가 커피숍에 발길을 끊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고가 프랜차이즈 커피숍들도 콧대를 꺾고 파격적인 할인을 감행하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의 사무실 밀집지역에 있는 한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평소 4000원이 조금 넘는 가격에 판매하는 아메리카노를 오전 시간에 한해 2000원에 내놓고 있다. 이 곳의 점장인 김모(42)씨는 이를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했다. 그는 "가게에 오는 손님은 주로 직장인들이라 오전이나 점심시간에 와서 커피를 잠깐 마시고 가거나 출근시간에 들러 커피를 사가지고 간다. 오랜 시간 공부를 하거나 이야기를 하러 오는 손님은 별로 없다"고 설명하면서 "그래서인지 한 잔에 4000~5000원 하는 커피값이 비효율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주위에 저가 커피숍이 3개나 생겼는데 그 이후론 손님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한탄했다. 김씨는 가격을 내려 마진을 덜 남기더라도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겠다는 심산이다. 그는 "인건비와 임대료 대기도 빠듯하지만 가게를 닫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특정 시간대라도 가격을 낮추고 품질로써 저가 커피숍들로부터 경쟁력 우위를 점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저가 커피숍이 절대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가 뭐가 있을까 궁리하다 자신의 가게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생각해냈다. 바로 흡연부스 설치다. 그는 근처에 30~40대 직장인들이 많은 점, 주위 저가 커피숍에 흡연부스가 없는 점, 흡연부스가 합법적인 점 등을 이용해 손님몰이에 나섰다. 흡연부스 설치 후 비록 점심시간만이긴 하지만 손님이 늘었다. 그러나 김씨는 아직 방심하긴 이르다고 했다. 김씨는 "언제 또 근처에 저가 커피숍이 생길지도 모르는데다 기존 저가 커피숍들이 흡연부스까지 설치한다면 우리 가게도 경쟁력을 잃을 것이다. 살얼음판이다"며 걱정했다.

이것은 비단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운영하는 김씨만의 걱정이 아니었다. 용인시 수지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34)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요즘 '죽을 맛'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주위에 커피숍이 많아 불안함을 안고 커피숍 운영을 시작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게 건너편에 프랜차이즈 저가 커피숍까지 오픈한 것이다. 이씨는 "사업을 시작할 때 가격이 우리 가게의 최대 경쟁력이라 생각했다. 당시 주위 카페들의 커피값 반 정도만 받아 테이크아웃 손님을 끌어 올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몇 달 전 유명 프랜차이즈 저가 커피숍이 걸어서 2~3분 거리에 생긴 이후로는 손님이 뚝 끊겼다. 지금은 덜 하지만 처음 해당 커피숍이 오픈했을 때엔 커피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위협을 느낀 그는 원래에도 저렴하던 커피값을 또 내렸다. 테이크아웃해 가는 손님에게는 1500원에 아메리카노를 제공한다.

이씨는 "이대로 가다간 손님을 모두 빼앗기겠다 싶어 가격을 내리긴 했지만 얼마나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이미 내린 가격을 다시 올릴 수는 없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의 커피숍 주위 4~5분 거리 내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저가 커피숍이 4개 더 있었고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3개, 고급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3개 더 있었다. 2개의 개인 카페는 커피숍 전쟁에서 패배해 지난해 문을 닫았다. 이씨는 "고급 커피숍과의 경쟁에서는 낮은 가격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꽤 수익을 올릴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저가 커피숍이 너무 많아서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의 저가 커피숍 가격경쟁을 'PC방 가격경쟁'에 비유했다. 이씨는 "PC방 가격을 200원, 300원으로 책정해 놓은 곳 본 적 있지 않느냐. 그건 누가 더 오래 망하지 않고 버티는지 두고 보자는 의미"라며 "지금 우리 심정이 그렇다"고 설명했다.

편의점까지…전문가들 저가 커피숍 창업에 '경고'

국내 편의점 업계 탑3인 CU, GS25, 세븐일레븐도 저가 커피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사는 각각 원두커피 브랜드를 론칭해 저가 커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CU의 원두커피 PB '카페 GET'은 작년 12월부터 원두커피 한 잔에 1200원을 받고 있다. 다른 편의점들의 원두커피 브랜드들도 모두 천 원대다. 세븐일레븐의 '세븐카페'는 아메리카노 작은 컵 한 잔에 1000원을, 큰 컵 한 잔에 1500원을 받고 있다. GS25의 커피 브랜드인 'CAFÉ 25'는 아메리카노 작은 컵 한 잔을 1000원에, 큰 컵은 12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1200원이다. 용량이 다르기는 하지만 빽다방에서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2000원에 파는 것과 비교해봐도 500~1000원 가량 더 저렴하다.

반응도 괜찮다. 카페 GET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41%오르며 올 연말까지 2000호점까지 내겠다는 목표다. 세븐카페도 마찬가지로 원두커피 분야에서 활황을 맞고 있다. 1년여 만에 매출액이 전년대비 86%가량 수직 상승했다. CAFE25는 전년대비 127.8% 뛰어 현재 1000여개 정도 있는 지점을 올해 안에 3000개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안국역 근처 GS25에 들러 CAFE25의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받아 든 이한희(28ㆍ여)씨는 이곳에서 커피를 사 먹는 것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씨는 "편의점 원두커피를 마셔보는 건 처음이다. 앞 사람이 사길래 나도 한번 따라 사봤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다. 눈 감고 맛 보면 편의점 커피인지 모를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종종 사먹을 의향이 있다"고 했다. 얼굴이 빨개진 채로 들어온 중년 남성 4명도 GS25의 원두커피를 주문했다. 일행 중 한 명은"종종 술을 마신 뒤에 커피를 마시곤 하는데 요즘은 카페보다는 편의점을 이용한다. 번거롭지 않고 다른 물건 사는 김에 같이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저가 커피시장에 프랜차이즈, 개인 커피숍, 편의점까지 뛰어들다 보니 관련 시장이 포화상태에 온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저가 커피숍 성공의 핵심은 가격이 낮은 대신 '무조건 많이 파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가 매출액보다 높아 폐업하는 저가 커피숍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시장은 한정돼 있는데 경쟁업체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저가 커피숍 사업을 계획하던 퇴직자나 주부, 청년들도 행여 빈손으로 털고 나오게 될까 창업을 포기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계속되는 취업 실패로 저가 커피숍을 차릴까 고민하던 취업준비생 임모(28)씨는 저가 커피숍 업계가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판단에 생각을 접었다. 임씨는 "부모님이 빌려주신 돈으로 사업을 시작하려 했지만 한 건물에도 저가 커피숍이 2~3개가 몰려있는 것을 보고 커피 몇 잔 팔아서는 남는 게 없을 거라 판단했다"면서 "이 상황에서 저가 커피숍을 차리는 건 도박 같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창업 전문가들도 임씨와 같은 목소리를 낸다. 한 창업전문가는 "커피숍 분야가 이미 성숙기에 진입했고 곳곳에 저가 커피숍들까지 생겨나 몇 걸음 안 걸어도 커피숍 3~4개씩은 볼 수 있는 상황에 와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쟁자가 많으면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박리다매가 필수인 저가 커피숍 업종은 타격이 더 크다"며 "창업을 하기에 앞서 주위에 비슷한 가격을 내세운 커피숍이 없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고급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비해 저가 커피숍 창업비용이 적게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평수(가게 크기)를 고려했을 때 꼭 창업비용이 낮다고 만은 할 수 없다. 1억 원 이상의 큰 돈이 드는 만큼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보람 인턴기자 boram3428 @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