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PB 바람, 생존 위한 차별화작년 편의점 매출액 최대폭 성장, 1인 가구 증가 덕편의점 도시락 열풍… 가성비 좋아 불티나게 팔려편의점 전국 3만개, PB식품으로 차별화 전략

GS25에서 판매하는 두 종류의 '혜자 도시락'을 살펴보고 있는 편의점 손님.
편의점 업계가 고공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활황의 이유로 1인 가구의 증가와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패턴의 변화 등 소비지형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계속해서 느는 추세다. 지난해 1인 가구 비율은 27.1%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1인 가구 600만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들이 중요한 소비주체로 떠올랐다. 편의점들도 이에 발맞춰 '싱글슈머(single+consumer. 1인 소비자를 뜻하는 신조어)'를 겨냥한 자사만의 차별성 있는 식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편의점 업계 최대 화두는 '도시락'

편의점 업계의 성장세는 몇 년 전부터 꾸준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전체 매출액은 2011년 9조2000억 원, 2012년 10조9000억 원, 2013년 11조7000억원, 2014년 12조 7000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16조 5000억 원(전년대비 29.6%증가)의 매출을 올려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국내 톱3 편의점인 CU, GS25, 세븐일레븐을 각각 살펴보면 CU의 작년 매출은 4조2576억 원으로 전년(3조331억원) 대비 28.9% 늘었다. GS25는 작년 4조6525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 전년도 매출인 3조5021억 원보다 32.8% 증가했다. 세븐일레븐도 전년보다 23.5% 증가한 3조31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 편의점3사의 최대 경쟁무대는 '도시락 시장'이다. 3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 학생, 젊은 직장인뿐만 아니라 홀로 사는 노인이나 중ㆍ장년층들도 선호하고 있다. CU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도시락 품목의 매출이 술ㆍ바나나맛 우유 등 스테디셀러 식품 매출을 제쳤다. CU의 PB(Private Brand, 자체 브랜드 상품)인 '백종원 한판도시락'이 '참이슬(350ml 병)'을 2위로 누르고 매출 품목 1위에 오른 것이다. 3위는 1위인 한판도시락과 반찬종류만 다른 '백종원 매콤 불고기정식 도시락'이었다. '백종원 맛있닭가슴살 도시락'도 매출 7위에 올랐다.

'백종원 도시락'시리즈는 CU와 사업가 겸 요리연구가 백종원씨가 손잡고 출시한 도시락으로 기획과 레시피, 테이스팅 등 전 과정에 백씨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만들어졌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이 도시락은 출시 한 달 만에 200만개가 팔렸다. 백종원 도시락 시리즈 중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인 '한판도시락'의 경우 출시 후 몇 주 간은 진열이 되자마자 팔려나가 품귀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쌀밥, 불고기, 돈가스, 소시지, 달걀말이, 나물, 볶음김치 등으로 구성된 이 도시락은 3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GS25에서 판매하고 있는 PB스낵들.
GS25는 탤런트 김혜자씨를 내세워 2010년 출시한 '혜자 도시락'으로 편의점 도시락 3파전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3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김혜자 진수성찬도시락'은 가격에 비해 반찬의 구성(쌀밥, 떡갈비, 돼지불고기, 치킨, 나물3종, 볶음김치, 계란말이 등 8종 반찬)이 잘 되어 있는데다 양도 넉넉하다. 이 때문에 '혜자스럽다(가격에 비해 양이 많고 품질이 좋다는 뜻의 신조어)', '마더혜레사(김혜자를 테레사 수녀에 비유한 말)'등의 유행어까지 등장했다. 이 도시락은 지금까지 누적판매량이 무려 6000만여 개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1500만여 개가 팔렸다.

세븐일레븐도 걸스데이 혜리 모델로 '혜리 도시락' 시리즈를

지난해 3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출시 9달만인 지난 12월에는 판매 900만개를 돌파했다. 4500원이라는 다소 높은 가격이나 반찬이 11가지나 되고 명품쌀인 '삼광쌀'만을 사용해 가성비(가격대비 성능ㆍ품질)가 좋다는 평이다. 그 덕인지 '혜리 11찬 도시락'은 올 1월부터 2월21일까지 품목별 매출에서 처음으로 10위권 내인 6위를 기록해 효자상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주일에 2~3번은 편의점 도시락을 구입한다는 신동진(25ㆍ서울시 동작구)씨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모두 다 품질이 우수하지만 개인적으로 혜리 도시락, 혜자 도시락, 백종원 도시락 순으로 선호한다"면서 "옛날에 비해 편의점 도시락의 질이 굉장히 향상됐다는 것이 느껴진다. 나 같이 혼자 살아 밥을 자주 해 먹지 않는 사람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생활 필수품"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3사 PB식품 개발로 차별화 시도

전국 편의점 3만개 시대에 생존을 위한 편의점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편의점 3사는 도시락뿐만 아니라 각종 PB식품을 개발해 자사만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리 편의점에서만 살 수 있는 물건' 없이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CU는 자사 PB통합브랜드인 'HEY ROO'를 론칭했다. CU의 지난해 PB상품 매출 신장률이 전년대비 28.9%로 뛴 만큼 PB 띄우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모습이다. CU의 PB상품 매출 향상에는 '콘소메맛팝콘', '자이언트 떡볶이', 'CU파르페', '델라페 아메리카노' 등이 견인차 노릇을 했다. 콘소메맛 팝콘은 '국민과자'의 대명사 '새우깡'의 판매량을 훌쩍 넘기고 스낵류 판매 1위를 유지 중이다. 자이언트떡볶이와 CU파르페 등도 누리꾼들의 입소문을 타며 'CU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 순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GS25도 CU에 뒤지지 않는다. GS25는 지난해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 '야쿠르트 그랜드(280ml)', '위대한 떡볶이'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업계 강자다운 면모를 보였다.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은 지난해 500만개 이상이 판매되며 라면계의 절대강자 '신라면'을 제쳤다. 야쿠르트 그랜드는 지난해 GS25에서 판매되는 모든 품목 중 10번째로 많이 팔렸다. 주류와 생수를 제외한 음료품목에서는 매출이 1위다.

세븐일레븐도 업계 1,2위를 다투는 CU와 GS25에 뒤쳐지지 않으려 애쓰는 중이다. 매출액 중 PB상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35%(2015년 기준)인 세븐일레븐은 약1100여 종의 PB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가정간편식 전문 브랜드 '맛있는 행복'을 론칭하고 '7-SELECT(세븐 셀렉트)'라는 대표 브랜드도 운영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PB식품 중 하나인 '교동짬뽕'은 한때 라면 품목 중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1인 가구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차별화의 일환으로 PB상품 개발에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오보람 인턴기자 boram3428 @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