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 변화·SPA브랜드 ‘이중고’

이랜드 중국 패션사업부문 지난해부터 실적 저하 추세

중국인 소비채널 변화ㆍSPA브랜드 영향력 확대 ‘타격’

이랜드 “지켜봐야…현재 기존 프리미엄ㆍSPA 병행 중”

지난해 11월 이랜드그룹(이랜드)이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연매출 1조원 규모의 대형할인점 킴스클럽을 매각하겠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이랜드의 지난해 3분기 부채비율은 약 370%, 순차입금은 약 46%까지 치솟아 중국에서 잘 나간다던 이랜드가 실제로는 고전 중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나아가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1일 이랜드가 가장 공들이는 중국 패션사업이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랜드가 재무위험에 처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패션사업을 두고 과거의 실적을 재현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한 가운데 이에 대한 근거와 이랜드 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중국 시장서 실적 저하

이랜드는 1996년 중국 패션시장에 진출한 이후 괄목할 만한 위상을 차지해 왔다. 국내 시장에서는 중저가 의류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중국에서는 상위 소비계층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며 매년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이랜드는 현지 백화점을 집중 공략하며 중국인 큰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중국에서 운영하는 44개 브랜드는 2013년과 2014년 연간 12%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고 이 중 인기가 높은 뉴발란스, 티니위니, 이랜드의 경우 20%를 웃도는 수익성을 자랑했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최근 실적은 정체 내지는 역성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 내 매출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이 저하된 가운데 재고자산 등 운영자금부담이 늘어나면서 이랜드의 차임금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의념법인, 의련법인, 위시법인 등 이랜드 중국법인 3사의 합산한 매출액은 ▦2011년 9791억 원 ▦2012년 1조 1729억 원 ▦2013년 1조 3157억 원 ▦2014년 1조 528억 원 ▦2015년E 1조 5025억 원으로 지난해부터 매출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1년 2378억 원 ▦2012년 2969억 원 ▦2013년 3008억 원 ▦2014년 3318억 원 ▦2015년E 2599억 원, 영엽이익률은 ▦2011년 24.3% ▦2012년 25.3% ▦2013년 22.9% ▦2014년 21.7% ▦2015E 17.3% 등으로 하락했다.

특히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빅 3’ 브랜드에서 지난해 실적 저하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 몇 년간 급격하게 성장해온 뉴발란스의 영업이익률은 ▦2012년 -4.3% ▦2013년 13.8% ▦2014년 22.5% ▦2015년 18.0%로 하락세를 보였다.

최대 수익원이었던 티니위니는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수익성의 경우 ▦2011년 26.5% ▦2012년 28.6% ▦2013년 27.6% ▦2014년 24.7% ▦2015년E 21.2%로 2012년 당시 최고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국내보다 중국에서 호응이 높은 이랜드는 2014년부터 눈에 띠는 매출감소 추세가 이어졌다. 영업이익률의 경우 ▦2011년 27.5% ▦2012년 30.7% ▦2013년 28.0% ▦2014년 26.3% ▦2015년E 18.5% 등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외에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여성복 브랜드들도 매출 감소와 수익성 저하가 두드러졌다. 로엠의 경우 ▦2011년 174억 원 ▦2012년 212억 원 ▦2013년 73억 원 ▦2014년 34억 원 ▦2015년E -12억 원 등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중국인 소비 변화 ‘치명타’

중국 내 유통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글로벌 SPA브랜드와의 경쟁 심화 등이 이랜드의 실적저하의 원인으로 꼽혔다. 한국기업평가 측은 “최근의 실적 저하가 중국 패션 유통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글로벌 SPA브랜드들의 고성장에 주로 기인하고 있어 사업적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패션 유통은 지난 몇 년 간 백화점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랜드 또한 이러한 유통 환경에서 국내와는 차별화되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백화점 입점을 확대해 고수익을 창출하는 등 백화점 매출의존도가 절대적인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경제 발전으로 소비계층이 다양화되면서 패션 유통 채널이 백화점 위주에서 쇼핑몰, 아웃렛, 온라인 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백화점은 성장률 둔화로 매출과 수익성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폐점하는 백화점 또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업평가 측은 “중국은 소득수준에 따라 지역별로 유통구조 및 업태의 성장속도가 크게 편차를 보이고 있다”며 “2014년 2.8%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이는 중국 전체 성장률로 이랜드그룹이 주력하고 있는 상해, 북경, 심천, 광주 등에서의 백화점 업태 부진은 중국 전체 실적보다 심하게 나타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백화점 업태의 부진으로 할인행사의 기간이 늘어나고 할인 폭도 증가하고 있다”며 “백화점에 입점한 이랜드그룹의 매장들 역시 백화점 정책에 따른 비자발적인 잦은 할인 행사로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니클로, 자라, H&M 등 글로벌 SPA브랜드와의 경쟁 심화도 이랜드의 수익 저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10년 전후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들 기업들은 중국 패션시장의 질서를 새롭게 재편하면서 중국 내 패션브랜드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중국에서는 2010년을 전후해 SPA브랜드 개념이 도입되고 최근에 고속성장을 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패션 유통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더불어 이러한 흐름은 이랜드그룹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글로벌 SPA로 인한 부담은 여성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실제로 중국 내 여성복 전문업체들은 2014년과 2015년 상반기 기준 매출이 축소되고 영업이익 감소폭은 더욱 크게 나타났다. 이랜드그룹의 여성복 브랜드인 스코여성과 로엠 역시 이러한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반면 글로벌 SPA업체들은 매출 및 영업이익 성장률이 높게 나타나면서 여타 여성복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랜드그룹 패션 브랜드들은 생산구조 및 가격수준에서 SPA와 상당부분 고객층이 겹치고 있어 글로벌 SPA브랜드들의 영향 확대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다”고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 지켜봐야”

한국기업평가의 비관적인 전망에 대해 이랜드 측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랜드 한 관계자는 “문의가 많았는데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 많다”며 “올해 상반기에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시장 경우 ~50%씩 성장하다가 최근 10~20%로 성장하고 있다”며 “중국 시장에서 성장세가 초반부터 높았기 때문에 최근 성장세가 낮아졌다고 하는데 국내 기업 중에서 10% 이상 성장하는 기업이 있는가. 10% 성장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이랜드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저성장으로 많은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랜드는 경쟁력 없는 브랜드를 정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신 약화된 중국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브랜드와의 M&A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SPA브랜드 사업을 확대하는 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는 게 앞선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 40여 개의 SPA브랜드 매장을 중국 내 오픈할 예정이고 상해, 북경 등 대도시에서 중국 내륙 쪽으로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에서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SPA가 상당히 인기있다. 중국에서 유니클로는 매출이 1조원이 넘는 정도”라며 “이랜드도 스파오, 슈펜같은 중저가 SPA브랜드를 중국에 진출시켰다. 이들 브랜드의 성장세가 과거 프리미엄 브랜드를 진행했을 때와 비슷하게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이랜드는 중국 내에서 기존의 프리미엄 브랜드와 신규 SPA브랜드로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글로벌 SPA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랜드는 계속적으로 두 전략을 같이 진행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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