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최악…3년내 4∼5만 정리'빅3' 업황 악화로 연말까지 1만5000명 정리 예고수주 잔고 소진에 신규물량 줄어 …일본ㆍ중국에 밀려

8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전경. 크레인이 선박 블록을 탑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전날 지난해 매출 12조9733억원, 당기순손실 5조132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조선업계가 업황 악화로 몸집 줄이기에 나섰지만 수주 가뭄이 이어지면서 직원들의 고용위기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에서만 연말까지 약 1만5000명이 현장을 떠나야 할 것으로 파악됐다. 3년 내에 4만∼5만명의 실업자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조선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총 고용인원이 20만명에 달하는 '고용효자' 산업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4~2015년을 정점으로 선박 건조가 급감하면서 고용인원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빅3'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협력업체 포함)은 14만4000여명으로 이 중 빅3가 직접 고용한 직원은 5만3000여명이고, 나머지 9만1000여명은 외주협력사 직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에서 900여명이 줄어든 것을 비롯해 지난 1년간 1600여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 말 조선 3사의 고용인원(협력업체 포함)은 14만5696명이었지만 최근엔 14만4000여명으로 줄었다.

조선업계에서는 올해 말까지 1만5000명가량의 인력이 감축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동안 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한 해양플랜트 건조가 연내 대거 마무리되면서 일감이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이를 대체한 일감 수주도 거의 바닥난 상황이다. 올 들어 국내 조선사의 수주 물량은 21일 현재 현대중공업(현대삼호 포함) 5척과 현대미포조선 1척 등 총 6척, 4억5000만 달러 수준이다. 조선업 전체의 신규 선박 수주가 올 들어 약 5000억 원에 불과한 셈이다.

국내 조선업이 세계 조선업계 '빅3' 자리를 일본에 빼앗기는 등 업황악화는 고용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20일 영국의 조선, 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집계에 따르면 2월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 그룹의 수주잔량은 204척, 882만5000 CGT로 1위였다. 이어 대우조선해양그룹이 139척, 844만4000 CGT로 2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3위를 유지하던 삼성중공업은 101척, 수주잔량 508만1000 CGT로 일본 이마바리 조선그룹의 244척, 696만4000 CGT에 밀려 4위로 내려앉았다.

5위는 중국 양쯔장 홀딩스의 331만1000 CGT, 6위는 현대미포조선으로 297만9000 CGT, 7위는 중국 상하이 와이가오치아오, 8위는 STX 조선, 9위는 중국 후둥 중화였고 일본의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가 10위에 올랐다.

지난 5∼6년 전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3사가 세계 조선 수주시장의 70%를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중국이 40%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를 우리나라와 일본이 30% 정도씩 나눠가져 왔다.

그러나 일본 조선산업이 구조조정 등을 거쳐 세계 빅3에 진입하고, 중국 업체들이 안정적 수주를 늘리면서 국내 조선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곧바로 수주 실적악화로 이어져 실직자를 양산하고 있다.

실제 빅3의 영업이익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 7일 대우조선해양은 공시를 통해 지난해 영업손실 5조505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손실 1조5401억원을 기록했고, 삼성중공업은 1조5019억원의 적자를 냈다. 조선 빅3가 동시에 조원대 적자를 낸 것은 지난해가 사상 처음이며 적자 규모 또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용 인원 또한 큰 폭으로 감소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2014년 초 6만7000명에 달했으나 현재는 6만2000명으로 줄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최대 5만명까지 인력을 운용했으나 현재 4만2000~4만3000명으로 줄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약 3만명이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인력 규모"라고 말해 추가 구조조정을 시사한 바 있다.

조선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수주해놓은 물량이 많아 인원 감축폭이 크지 않았다"며 "그러나 올해 중으로 대규모 선박 인도가 차례로 진행되면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하는 협력업체 인원부터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