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 꺾여…올해 출시 IoT 허브 기능 TV ‘기대 상승’

TV 산업이 성숙 단계에 안착하면서 ‘TV 업계 1위’ 삼성전자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TV의 교체주기가 7~10년임을 고려할 때 불황 속에서 수요가 부진한 데다 중국 TV 제조사들이 향상된 기술력과 함께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어 TV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되자 TV 출하량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 3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TV 출하량은 2억 2625만대로 2014년(2억 3492만대)보다 867만대(약 3.7%) 감소하며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 동유럽(-28%), 중동 및 아프리카(-17%), 서유럽(-6%), 중남미(-6%) 등 글로벌 TV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춘절(중국 최대 명절) 특수를 누린 중국의 TV 시장이 12%의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을 뿐이었다.

이와 같은 TV 시장의 부진 속에서 TV 제조사들의 생존을 건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2016’에서 하이센스, TCL 등 중국 TV 제조사들이 화질, 두께, 음질 면에서 발전된 제품을 삼성전자의 반값에 들고 나와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IHS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TV 출하량은 4750만대로 전년 대비 3%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하이센스(9%)와 TCL(3%)의 성장률과 비교할 때 이미 포화된 TV 시장 속에서 중국 TV 제조사들의 가세로 삼성전자가 TV 사업에 있어서 예전만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이처럼 수요과 경쟁 양쪽에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다수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TV 기반 사물인터넷(IoT) 구현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존의 TV에서는 뚜렷한 성장 모멘텀을 찾을 수 없는 가운데 IoT를 활용한 진화된 TV가 돌파구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가장 큰 전시(CES 2016) 부스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TV가 막상 주인공이 아닌 것은 역성장하는 TV 수요를 통해 확인됐다”며 “TV의 매스 프로덕션(대량생산) 시대에서 IoT(사물인터넷), 드론, 웨어러블, VR(가상현실), 로봇 AI(인공지능) 등으로 관심이 넘어갔다”고 분석했다.

이어 “IoT 사업을 긍정적으로 보고 성장이 가속화된다고 가정하면 가장 큰 수혜는 아마 가전기기의 교체 수요 발생”이라며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TV를 갖기 위해 기존 기기를 교체하는 움직임을 예상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세트업체에 호재다”고 전망했다.

2006년부터 10년 연속 세계 TV 시장에서 최정상 자리를 유지한 삼성전자 또한 이를 고민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앞으로의 TV는 하드웨어의 발전보다는 TV를 사용하는 데 있어 혁명과 같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화되고 자기의 공간을 중요시하는 등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TV가 어떻게 활용되고 소비될지 고민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는 이러한 문제를 고민해왔고 앞으로 더 많은 개발자, 파트너사와 협력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아쉽게도 이번에 공개된 삼성전자의 ‘퀀텀닷 디스플레이 SUHD TV’에는 IoT 기술이 접목되지 못했다. 다만 인터넷 동영상,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TV 화면에서 검색 및 구현 가능하며 2분기부터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제공업체인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수준까지는 왔다.

김현석 사장은 “일반 방송과 인터넷 방송을 하나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화면에 구성하는 것은 많은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전 세계에 없었다”며 “이러한 일을 삼성전자가 최초로 달성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별도의 기기를 옮겨 다니지 않고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TV는 앞으로 종합 엔터테인먼트가 될 것”이라며 “세상에 많은 플랫폼이 있지만 TV 만큼 많은 가정에 있고 사용자들이 매일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는가. 삼성전자의 힘과 전략은 이곳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고 덧붙였다.

이원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이제 모든 TV는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고 (그러면) 사용자들에게 많은 선택권이 생긴다”며 “사용자가 원하는 여러 서비스 중 삼성전자는 다양한 (TV 사용) 경험을 사용자가 편리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통합(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 미션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단순 전달인가 콘텐츠 사업인가는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라며 “다만 티비 플러스 서비스를 하면서 사용자들이 더 쉽게 콘텐츠를 접했다. 티비 플러스를 론칭한 후 2주 만에 삼성전자 TV에서 보고 있는 게 유튜브 사용량보다 많았다”고 자랑했다.

향후 IoT 계획에 대해선 “IoT 사업은 TV 사업 차원에서 삼성전자에게 특별한 의미”라며 “IoT 사업이 되기 위해선 집안에 IoT 허브가 될 수 있는 제품이 설치돼야 한다. 집안에서 IoT 허브를 할 수 있는 기기로 TV가 가장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집안에서의 위치, 판매 대수 등을 고려해보면 IoT 허브를 단일 제품으로 출시하는 것보다 TV에 해당 기능을 탑재하는 것이 보급 속도 면에서 이상적인 기기”라며 “IoT 허브 기능을 할 수 있는 삼성전자 TV가 올해 내에 출시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김현석 사장은 “TV 제조사들은 더 크고, 얇고, 밝은 TV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그게 라이프스타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삼성전자는 어떠한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CES 2016’을 통해 상용화 전 단계의 TV 기반 IoT를 선공개한 바 있다. 집안의 가전제품부터 조명장치, 잠금장치, 보안카메라 등을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스마트한 삼성전자 TV가 침체된 삼성전자의 TV 사업에 구원투수가 될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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