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갑질’논란… ‘상생협약’구호 뿐

피자헛, ‘갑질’ 홍역 이어 저가정책으로 도마 위

“신제품 투표대상 아냐” VS “기존제품 묶은 것, 투표해야”

미스터피자도 치즈 폭리… 상생협약 위반 구설수

국내 피자업계 2위와 3위 업체인 미스터피자와 피자헛이 가맹점 점주들과의 갈등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터진 갑질 논란으로 시끄러워진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체결된 ‘상생 협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가맹점주들의 주장 때문이다. 그러나 업체 측은 이 같은 가맹점주들의 주장이 잘못됐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어 이 논란은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가맹점주 의견 묵살한 ‘저가 마케팅’

피자헛이 업계 1위를 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피자헛은 업계 3위 자리에 위치해 있다. 2004년만 해도 매출액 3002억원을 달성하며 최고점을 찍었지만 이후에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2006년에는 매출액이2645억원으로 떨어지더니 2013년에는 1451억을 기록해 매출액이 10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2014년도엔 전년대비 22% 급감한 1142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지난해 피자헛은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피자헛은 작년 한 해 동안 전체 매장 350여 개 중 75곳인 직영점을 모두 가맹점으로 전환했다. 직영점은 매장 매출의 6.8%(미국 본사 3%, 한국 본사 3.8%), 가맹점은 11.8%(미국 본사 6%와 한국 본사 마케팅 명목 5.8%)를 매달 납부한다. 가맹점이 많아야 본사가 거둬들이는 수수료도 많아진다는 말이다. 게다가 본사가 직접 직원을 파견할 필요가 없고 임대료나 인건비도 본사가 아닌 가맹점주가 대는 구조이므로 사측에선 부담이 덜하다.

이에 가맹점주 측은 11.8%에 달하는 수수료가 높고 사측이 지나치게 많은 마케팅비를 책정하고 있다며 지난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것이 ‘갑질 논란’으로 비화되면서 국정감사에까지 오를 뻔했다.

그러나 국정감사가 열리기 이틀 전 사측과 가맹점 측이 ‘상생 협약’을 체결하며 소나기는 피할 수 있었다. 상생협약에는 ‘마케팅 비용 사용처를 공개할 것’ ‘가맹점주 30% 이상이 반대할 시 프로모션 진행 금지’ 등의 내용이 있었다.

상생협약이 체결된 지 6개월 가량이 된 지금 상생협약은 잘 이행되고 있을까. 가맹점주들은 당시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현재 상생협약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항의했다. 가맹점들의 이러한 불만은 현재 피자헛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인 ‘트리플 박스’가 발단이 됐다.

‘트리플박스’는 M사이즈 더 맛있는 피자 2판과 L사이즈 스파게티, 통베이컨포테이토, 치즈모찌볼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구성제품을 따로 판매하면 해당 M사이즈 피자만 해도 3만1800원이고 모든 구성품을 따로 판매했을 때는 5만원을 훌쩍 넘긴다. 실제 판매가의 절반 수준이다. 이렇듯 본래 가격의 반만 받고 제품을 판매하다 보니 가맹점 입장에서는 출혈이 클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맹점 관계자 A씨는 “프리미엄 피자보다 트리플박스에 구성된 피자에 재료값이 덜 들어가는 건 사실이지만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인건비나 임대료는 일정하기 때문에 팔아도 남는 게 거의 없다”고 밝혔다. 노용민 피자헛 가맹점주협의회 회장도 “본사가 트리플박스 프로모션에 지원해 주는 것은 45일 간 판매가의 3% 정도뿐이기 때문에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난다”고 주장했다.

더 문제는 피자헛 가맹점주 측이 트리플박스 판매 여부를 놓고 한 자체투표에서 93% 가량이 반대의견을 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일정을 앞두고 체결한 상생협약의 내용과 배치되는 것으로, 가맹점주 측 주장대로 가맹주 대부분이 판매에 반대했다면 피자헛은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코리아피자헛 측은 “트리플박스는 기존제품이 아니라 신제품이기 때문에 찬반투표 대상이 아니며, 가맹점협의회가 얘기하는 93.7% 반대도 기준과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신제품 트리플박스를 한 달간 시험 판매한 10개 매장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이 높아 정식 판매에 들어간 것이지 가맹점들에게 무조건 부담을 지우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정면 반박했다.

사측의 주장대로 해당 투표가 정식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투표는 트리플박스 출시를 앞두고 250여 명의 가맹점주들이 가입돼 있는 SNS 단체 채팅방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점주 측은 트리플박스가 신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투표대상이 아니라는 사측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트리플박스는 기존 제품을 ‘묶음’으로 묶은 다음 이름만 바꿔 단 것이므로 신제품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다. 때문에 당연히 판매 여부를 두고 투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리플박스가 신제품이냐 아니냐를 놓고 양측의 입장이 상반돼, 앞으로 이와 비슷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 비슷한 패턴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스터피자 가맹점 ‘치즈값 폭리’에 불만폭발

또 다른 피자 프랜자이즈 미스터피자 역시 가맹점주들과의 마찰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피자에 들어가는 핵심 재료인 ‘치즈’가 있다.

미스터피자가맹주협의회는 지난달 15일 서초구의 MPK(미스터피자와 마노핀 보유 외식기업) 본사 앞에서 규탄집회를 갖고 MPK가 치즈를 공급하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가맹점주 측은 유가공업체와 직거래하면 Kg당 7만원이면 구매할 수 있는 치즈를 본사 측은 9만4000원에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우현 MPK 회장의 친인척 동생이 관여하는 ‘J유업’과 물류 자회사 ‘굿타임’을 치즈 거래단계에 추가했기 때문이다. 점주들은 “통상 본사가 치즈공급 유통단계에서 취하는 마진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가져간다”고 지적하면서 “특수관계인을 통해 이익을 취한 명백한 불공정행위”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MPK그룹이 상생협약을 지키지 않은 것도 가맹점주들의 불만에 불을 지폈다. 당시 맺은 상생협약에는 POS(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 업체를 선정할 때 공개입찰로 집행하고, 본사가맹점 측과 충분한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본사가 아무런 합의 없이 기존의 POS업체와 재계약을 했다는 게 가맹점주들의 주장이다. 가맹점주 측은 POS관련 비용을 본사가 아닌 가맹점들이 대고 있는 만큼 본사의 이러한 처사는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MPK그룹은 이 같은 주장을 정면반박하고 나섰다. 한 MPK그룹 관계자는 “치즈값으로 폭리를 취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며 경쟁업체와 비교해도 가장 싼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POS업체 건과 관련해서도 “가맹점주들과 이미 합의를 다 마친 상황인데 일부 가맹점주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오보람 인턴기자 boram3428@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