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뉴 블루오션 부상…이통사 소물인터넷 선점 3파전 치열

저비용ㆍ저전력ㆍ저용량 통신모듈로 생활 편리화

튀는 소물인터넷 제품 “다양한 사물 연결될 것”

소물인터넷 전용망 구축 위한 이통사 경쟁 고조

사물인터넷 기술이 단순히 사물과 스마트폰이 연결되는 것을 넘어 일상생활의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더불어 사물 이용의 편의성이 높아지자 보다 작고 저렴한 일상 사물에 대한 적용의 필요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최근 주목받는 것이 ‘소물(小物)인터넷(Internet of small things)’이다. 소물인터넷은 작고 저렴한 사물을 제어하는데 초고속ㆍ대용량의 무선인터넷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착안, 저비용과 저성능으로 저용량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사물인터넷의 틈새 영역이다.

새 먹거리로 부상한 소물인터넷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치열한 경쟁 중이다. 각각 소물인터넷 전용 통신 모듈을 개발하고 전국망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상에서 적용되고 있는 사례와 국내 소물인터넷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한 이동통신사 간의 3파전을 살펴봤다.

3低 특화된 소물인터넷

소물인터넷은 저용량의 데이터 전송과 상시 전원이 필요 없는 저전력의 사물에 특화돼 있다. 스마트 홈,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의료, 자율주행 자동차 등을 구현하는 데 초고속ㆍ대용량의 통신 기기와 그에 따른 회선 사용료가 필요한 것에 대한 역발상이다.

구영균 KT 디바이스본부 융합단말담당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물인터넷의 저용량은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핸들링 정도의 데이터”라며 “저전력은 일반적으로 슈퍼에서 살 수 있는 배터리를 넣었을 경우 2년 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소물인터넷은 데이터와 전력 사용량이 적은 사물에 작은 통신 모듈만 설치하면 된다. 간단한 숫자로 처리된 데이터만 전송하기 때문에 LTE 통신을 위한 모뎀과 고성능의 스마트폰 단말기가 필요 없어 다양한 분야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소물인터넷은 현재 실생활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파킨슨병 환자의 손 떨림을 보정하는 구글의 리프트웨어스푼,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위치 추적이 가능한 블루스마트의 여행용가방, 남은 음료의 양과 칼로리를 측정하는 마크원의 마이베실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외에 사용자의 치아 상태를 분석하는 콜리브리의 스마트칫솔, 원격 조정을 통해 잠금과 해지가 가능한 노크의 전자자물쇠, 유해 음식을 판별하는 바이두의 콰이서우젓가락, 음식을 씹는 속도를 측정하는 하피라브스의 하피포크, 버튼마다 기능을 할당할 수 있는 플릭의 스마트버튼 등도 아이디어 상품으로서 이목을 끌었다.

스포츠 업계에서는 소물인터넷 기술이 제품화된 지 꽤 오래됐다. 킥의 강도와 속도 등을 측정하는 아디다스의 마이코치스마트사커볼, 타구 속도와 각도 등을 분석하는 제프의 스마트배트, 서브와 스매시 정도를 측정하는 바볼랏의 스마트라켓, 발차기 압력을 구분하는 대도의 젠투(gen2) 등이 훈련과 각종 대회에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소물인터넷 기술이 공공부문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장치는 음식물쓰레기의 부피와 무게를 센서로 측정한 뒤 이동통신망을 통해 중앙서버로 전송한다.

서울시가 운영 중인 공공자전거 서비스 ‘따릉이’ 또한 소물인터넷이 적용된 사례다. 사용자가 따릉이 앱에 접속해 무인대여소의 위치와 대여하고 싶은 자전거를 선택하면 해당 무인대여소에서 선택한 자전거의 잠금 장치가 저절로 해제된다.

이처럼 소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하는 사물은 더욱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연결성이 확대되면 지금까지 연결을 주도해 온 PC, 스마트폰보다 더 다양한 형태와 특징을 가진 사물들이 연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소물인터넷과 관련된 다양한 시도들은 이미 시작ㆍ전개되고 있다. 소물의 반도체, 네트워크, 플랫폼 그리고 소물인터넷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 등이 그것이다”며 “이러한 가치 사슬 내 영역들은 각각 다른 사업 특징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물 영역 중 특히 소물과 앱은 새로운 아이디어 적용을 통해서 새로운 시장 가치를 만들고 침투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라며 “네트워크와 플랫폼인 클라우드 영역은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것보다는 좀 더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역량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더불어 “안정성뿐만 아니라 체계적으로 운영돼 가격 경쟁력을 가질 때 더 많은 소물과 앱에 적용되고 전체 소물인터넷이 더 높은 가치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일상생활 속 작은 데이터가 모여 다양한 가치를 생성하고 사물인터넷의 지평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용망 구축 나선 이통 3사

초고속ㆍ대용량의 무선인터넷을 강조해왔던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최근 소물인터넷으로 시장몰이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SK텔레콤, KT, LG텔레콤 등이 더 이상 기존의 통신사업으로는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들 3사의 휴대폰 가입자 수는 감소세를 보였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사의 휴대폰 가입자는 전년 동기(4875만2018명) 대비 약 43만 명 감소한 4832만 2239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순수 휴대폰 가입자 수는 계속 감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SK텔레콤, KT, LG텔레콤 등의 순수 휴대폰 가입자 수는 연평균 0.4%씩 줄어들어 오는 2020년에는 4771만 4116명까지 감소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지난해부터 저전력 장거리 통신 기술(LPWA)을 통한 소물인터넷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에 대한 수요가 늘어가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소물인터넷 인프라 구축에 나서면서 시장 선점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이들 3사는 4G, LTE 등 초고속ㆍ대용량 이동통신망에 밀려 가입자가 적어진 기존의 2G와 3G 네트워크를 소물인터넷 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저전력 장거리 통신 기술과 관련해 로라(LORA), LTE-M, 시그폭스(SIGFOX), NB-IoT 등을 각각 표준으로 지정하며 플랫폼을 확대 중이다.

소물인터넷에 가장 먼저 발을 들인 건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16일 ‘IoT 토탈 케어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전 세계 소물인터넷 연합인 로라 얼라이언스를 통해 국내 소물인터넷 전용망을 구축하겠다고 알렸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향후 2년간 10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달부터 국내외 제휴사와 협력해 개발한 스마트홈 가전 13종을 T프리미엄 스토어 매장에서 판매한다고 공식화했다.

SK텔레콤에 맞서 KT도 지난달 29일 LTE-M을 통한 소물인터넷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KT 측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자전거 도난 관제 서비스, 스마트 혈액 박스, 스마트라이팅서비스 등 소물인터넷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들을 공개했다.

KT는 오는 2018년까지 소물인터넷에 연결하는 사물 수를 4000만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진화된 소물인터넷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1500억 원을 NB-IoT 연구개발(R&D)에 투자하겠다고 덧붙였다.

LG텔레콤은 LTE 카테고리1을 소물인터넷 전용망으로 하는 통신기술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27일 LG이노텍과 협업한 소물인터넷 전용의 저비용ㆍ저전력 LTE 통신모듈칩을 개발했으며 이를 탑재한 소물인터넷 제품들을 상반기 내 상용화할 예정이다.

이처럼 이들 3사는 새 먹거리로 부상한 국내 소물인터넷 시장에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저비용ㆍ저전력에 특화된 소물인터넷은 사물인터넷의 범주 안에 들어가 이동통신사들이 접근하기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별도로 구축한 인프라를 확대하고 이후 요금제를 출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또한 많은 ICT기업들과 협력해 추가적인 소물인터넷 서비스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누가 소물인터넷 생태계를 선점하느냐를 두고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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