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폭행, 가맹점 갑질로 ‘뭇매’

경비원 주먹질로 ‘재벌 갑질’비난 여론 들끓어

가맹점주들 과거 갑질 폭로…정 회장 ‘최대 위기’

미스터피자로 유명한 MPK그룹 정우현 회장이 ‘갑질’ 행위로 궁지에 몰렸다. 경비원을 폭행해 ‘재벌의 갑질’이란 비난이 잇따른 가운데 가맹점주들도 정 회장의 과거 갑질까지 폭로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MPK 주가는 연일 하향 곡선을 이어갔다.

MPK그룹은 미스터피자 외에 마노핀, 제시카키친 등이 속해 있으며, 2009년에는 피자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될 정도로 큰 회사다.

경비원 폭행에 ‘재벌 갑질’ 비난 잇따라

정 회장의 ‘추락’은 지난 2일 오후 10시 30분 시작됐다. 이날 정 회장은 개점을 앞둔 MPK그룹 소유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후 나가려다 문이 닫혀 나갈 수 없었다. 경비원 황모씨가 황급히 달려와 문을 열었지만 화가 난 정 회장은 황씨의 얼굴 부위를 두차례 때렸다.

황씨는 경찰조사에서 “밤 10시가 되면 정문을 닫는 것이 원칙이라 셔터를 내린 것임에도 뺨을 맞는 등 모욕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정 회장 측은 “경비원과 언쟁을 하다 어깨를 잡아끄는 행동은 있었으나 얼굴을 때리는 폭행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건물 내부 상황을 담은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폭행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3일 정 회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 회장이 손을 올린 뒤 피해자의 목과 턱 사이를 두 차례 정도 때리는 장면을 확인했다”면서 정 회장에게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정 회장은 지난 5일 미스터피자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 본문에는 “저의 불찰입니다. 피해를 입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립니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분께도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면서 “이번 일의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가맹점주, 정 회장 과거 ‘갑질’공개 비판

정 회장이 미스터피자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발표한 뒤 일부 가맹점주들도 국민에 사과했다.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소속 가맹점주들은 정 회장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며 보도자료를 통해 “정우현 회장을 대신해 피해자와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경제력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폭행하거나 폭언을 하는 '갑질'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고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맹점주협의회는 정 회장이 과거에도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폭언을 일삼는 갑질을 했다고 폭로했다.

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2012년 말 가맹점주가 주측인 ‘미스터피자 발전협의회’가 ‘식자재 대금 신용카드결제’ 주장을 하자 “금치산자가 아니고서 어떻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나”라는 문구가 들어간 답변서를 전국 가맹점주가 볼 수 있는 곳에 공지하기도 했다.

이후 2015년 8월 31일 상생협약 체결 후 식자재 대금 카드결제에 대해 합의했으나 여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게 가맹점주협의회의 주장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정 회장은 술에 취해 최모 가맹점주에게 ‘너는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 ‘넌 패륜아다’라고 폭언을 하기도 했다”며 “이 가맹점주는 이후 심적으로 고민을 하다가 결국 미스터피자 가맹점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가맹점주협의회는 미스터피자가 유가공업체와 직거래 하면 7만원이면 구매할 수 있는 치즈를 9만4000원에 공급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가맹점주들은 정 회장의 친인척 동생이 관여하는 J유업과 G물류회사가 치즈 유통단계에 끼어드는 등 특수관계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불공정행위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협의회는 매장에 판매정보관리시스템(POS)을 설치하는 문제에서도 본사가 협의 과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상생협약 이후 매주 열린 본사와의 회의에서 공개 입찰을 통해 가맹점주들에 혜택이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본사에서 지난 2월에 일방적으로 POS 계약이 끝났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스터피자 본사 관계자는 “POS 계약건에 대해서는 계약체결 통보 이후 가맹점에 양해를 구하고 합의가 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가맹점협의회는 여전히 본사가 상생협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 40여명은 6일 MPK그룹 본사 앞에서 정 회장의 갑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자료를 통해 전술한 정 회장의 과거 갑질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이날 가맹점주들은 정 회장이 쓴 ‘나는 꾼이다’라는 책도 갑질로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지난 2012년 2월 발간된 후 3주 연속 경영분야 베스트셀러로 선정되는 등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만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가맹점주들은 “정 회장은 가맹점이 낸 광고비로 자신의 자서전을 구매해 고객에게 대여했으며, 베스트셀러를 만들어야 한다며 가맹점주들에게 수백 권씩 강매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월 매출 4%씩 가맹점이 내는 광고비로 책을 제작했으며, 매장마다 수십 권씩 비치됐고, 별도로 수백 권씩 강매당한 점주도 있다는 게 가맹점주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미스터피자 관계자는 “어떤 점포에서 자발적으로 몇 권을 구매를 하고 그러다 보니까 옆에서도 부담을 느꼈을 수 있지만 강매를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정 회장 갑질 행위 어떤 처벌받나

경비원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MPK그룹 정우현 회장에 대한 처벌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정 회장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폭행 혐의가 있다고 보고 사법처리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혐의가 단순폭행일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가 관건이다. 단순폭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피해자 황씨가 어떤 입장이냐가 중요하다.

현재 황씨는 ‘합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가 환갑인 황씨는 20년 정도 미국 이민 생활을 접고 귀국해 일자리를 구한 상황인데 “뉴스로만 듣던 갑질 행위가 자신에게 닥칠 줄 몰랐다”며 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황씨는 진단서를 제출하고 형사처벌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정 회장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 회장의 가맹점주들에 대한 갑질도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분야 전문 변호사는 “경비원 폭행사건이 가맹점주들의 그동안의 본사의 갑질에 대한 불만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됐다”며 “향후 가맹본사의 불공정행위 등 가맹사업법 위반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제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에서 승승장구하던 정 회장이 ‘갑질’논란으로 여론의 비판과 형사 처벌 및 불공정행위 시비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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