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리더십ㆍ승계ㆍ미래먹거리 관건

‘선택과 집중’통해 사업 재편…조직문화 혁신 시도

대외 활동 활발, 승계 안정적…신성장동력 발굴 과제

10일 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만 2년이 된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 10일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쓰러진 뒤 아직 서울 삼성병원에 누워 있다.

이 회장의 갑작스러운 부재 이후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오너 공백이 경영 차질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삼성그룹은 여전히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 안정적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년간 삼성은 적지 않은 변화를 했고, 또 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있다. 이 부 회장은 부친의 부재라는 공백을 메우는데 그치지 않고 ‘이재용의 삼성’으로 나아가는데 전력했다.

계열사 매각과 합병, 선제적 구조조정, 수평적 기업문화 혁신, 신성장동력 사업 강화 등을 추진하며 ‘이재용식(式) 경영’ 스타일을 보여줬다.

지난 2년의 변화하고 있는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현재까지 ‘이재용의 삼성’에 대한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반면 ‘미래 삼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준 게 부족하고, 미래 비전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 부회장이 받아 든 과제이기도 하다.

실용주의에 기반한 ‘선택과 집중’

삼성그룹은 지난 2년 간 이재용 부회장의 주도 아래 많은 변화를 겪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계열사 매각과 합병을 통한 재편이다. 2013년 말 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양수한 것을 시작으로 10여차례가 넘는 계열사 재편작업을 벌였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입원한 이후 진행됐던 에버랜드 상장, 중공업과 엔지니어링 합병도 예정된 대로 진행됐다. 그해 11월에는 삼성그룹의 석유화학부문인 삼성종합화학ㆍ삼성토탈과 방산부문인 삼성테크윈ㆍ삼성탈레스를 한화그룹에 넘기는 초대형 양수도 계약을 실행했다. 2015년 10월에는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삼성SDI의 케미칼사업 부문을 롯데그룹에 팔았다.

지난해 9월 옛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을 합병한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한 것은 삼성그룹 재편의 하이라이트였다. 이는 이 부회장이 에버랜드 상장에 이어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핵심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의 지주회사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17.2%에 달했다. 이 부회장이 올해 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삼성SDI가 추가로 보유하게 된 삼성물산 주식 2000억원어치를 매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서는 태평로 본관을 부영그룹에 넘긴 데 이어 태평로빌딩, 제일기획 매각을 진행 중이다. 호암아트홀 매각설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삼성이 비주력 계열사와 건물들을 내다 판 것에 대해 재계와 전문가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효율성을 줄이고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으로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래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축소지향적 개혁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김상조 한성대(무역학과) 교수는 “이 부회장이 아버지 이건희 회장과 달리 모든 계열사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빠르게 진행하는 것은 평가할 만한 변화”라고 했다. 그는 “이 부회장의 미래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불확실하며 축소지향적 개혁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지경”이라고 했다.

재계 일부에서는 매각한 계열사가 성과를 내고 있는 반면, 통합 삼성물산이 기대했던 실적을 내지 못한 것을 근거로 이 부회장의 과도한 삼성그룹 재편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한다.

실제 한화와 롯데로 넘어간 비핵심 계열사들이 저마다 선전하며 고른 실적을 올렸다. 이에 반해 삼성물산은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등 4개의 사업군을 운영 중이지만 통합 후 첫 분기인 작년 4분기에 890억원 적자를 낸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434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리더십과 경영권 승계, 미래먹거리 발굴이 관건

지난 2년간 이재용 부회장이 변화시켜 온 삼성이 이건희 회장 시대를 넘어 한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이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고,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 미래먹거리 발굴 등이 요구되고 있다.

윤덕균 한양대 교수(산업공학)는 “이재용 체제의 후계구도는 현재진행형"이라며 "자신만의 리더십을 온전히 보여줘야 명실상부한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이건희 회장과는 달리 현장을 직접 뛰어다니는 신선한 모습을 보였다. 세계를 돌며 글로벌 기업 대표와 국가 정상들을 만나 현안을 논의하는가 하면, 반도체사업장 백혈병 논란을 해결하고 메르스 사태 때는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관행과 권위를 걷어내고 일하는 문화로 혁신하자는 삼성의 ‘컬처혁신’ 선포도 이 부회장의 새 면모다. 삼성은 ‘글로벌 인사 혁신 로드맵’을 통해 직급 단순화, 수평적 호칭, 선발형 승격, 성과형 보상 등 사내 문화를 개선하는 한편, 실적에 따른 엄격한 신상필벌 원칙도 적용한다. 이 또한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는 ‘현재진행형’이다. 삼성그룹 사업 재편이 승계 과정의 일환이지만 아직은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승계 방식에 대해서는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상조 교수는 “이 부회장의 승계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더 이상 지분 확장을 통한 승계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이 부회장이 주력해야 할 것은 자신만의 경영 능력과 비전을 통해 우리 사회로부터 승계에 대한 승인을 받는 절차”라고 말했다.

재계와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의 최대 관건은 삼성의 미래를 담보할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반도체-스마트폰을 이을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이 부회장 시대 삼성의 주력 분야는 전자ㆍ바이오ㆍ금융의 3대 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 전장사업부는 작년말 팀을 꾸렸고, 바이오사업 역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IT에 기반한 금융은 초기 수준이다.

삼성의 신사업들이 성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요구되는 것들이다. 이에따라 향후 미래 먹거리 사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주력사업과 조화를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한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이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 사업의 경우, 릴레이하듯 주력사업과 조화를 꾀하면서 R&D(연구개발) 투자도 늘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재용의 삼성’이 지난 2년을 거치면서 향후 어떻게 나아갈지 재계 안팎의 시선이 이재용 부회장에 집중되고 있다.

이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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