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부진 등 내우외환 극복할까

호텔신라 실적 부진… 인천공항 높은 입점료 발목

루이비통 용산 면세점 입점 성공시켜 반전 주목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지정으로 경쟁 치열 예고

‘이혼소송’진행중, 부정적 이미지 부담

잘 나가던 호텔신라가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효자로 여겨졌던 면세점 매출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면세점의 높은 임대료가 아직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용산면세점은 정부의 추가 면세점 사업자 지정으로 치열한 경쟁 구도에 몰리게 됐다.

와중에 이부진 사장 주도 하에 용산 면세점은 루이뷔통 입점을 성공시켰다. 이번 명품 입점이 저조한 성적표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높은 입점료, 잘 나가던 호텔신라 발목 잡아

호텔신라의 1분기 실적은 급감했다. 호텔신라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888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3%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당기 순이익은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19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42.6% 하락했으며 당기순이익은 126억원으로 16.4% 감소했다.

손효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부진은 전 분기와 마찬가지로 국내 면세사업의 비용증가 때문”이라면서 “이는 인천공항 3기 선정 이후 초기 매출 감소에 따른 관련 비용 증가와 마케팅 관련 비용 증가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최민하 연구원 또한 “출입국자수 증대에 따른 시내 면세점 성과 확대, 창이공항점 판매 증대, 신규 호텔 오픈 등에 따른 호텔레저 부문 수익 확대로 외형 성장은 지속했지만 이익단에서는 인천 공항 면세점 적자 지속과 시내 면세점의 수익성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앞선 지적처럼 호텔신라의 실적 둔화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는 면세 사업의 부진에서 기인했다. 특히 인천공항 면세점의 경우, 높은 임차료 때문에 적자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인천공항면세점은 입찰부터 높은 임대료 탓에 ‘승자의 저주’에 시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받아 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인천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인천국제공항이 상업시설 임대료로 거둔 수익은 모두 7770억원인데 이 중 호텔신라가 2477억원을 납부해 가장 많은 임대료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신라 역시 공시를 통해 ‘인천국제공항 및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면세점의 경우 면세사업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에 품목별 요율을 적용한 임차료와 최소보장임차료 중 큰 금액을 임차료로 지급하고 있다’고 밝한 바 있다. 높은 입점료가 아직까지 호텔신라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지정 또한 호텔신라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정부가 올 연말까지 서울 시내 면세점을 추가 지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면세점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지난달 29일, 한류 확산 등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특수에 대비하기 위해 서울에 4개 면세점을 신규로 설치하기로 했다. 신규 면세점은 세 곳은 대기업, 1곳은 중소ㆍ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제한 입찰 경쟁을 벌일 것으로 발표됐다.

기존 서울 시내 면세점 운영 기업들 입장에선 경쟁자의 등장이 달갑지 않다. 호텔신라는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용산HDC신라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당시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성공함으로써 경영 능력을 입증 받았다.

루이비통 입점으로 ‘반전 드라마’ 쓸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성공했지만 입점 업체들은 아직까지 정체기를 겪고 있다. 당초 뚜껑을 열어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유커들의 발걸음이 뜸하다는 것 또한 걱정거리지만 이른바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의 입점이 미지수라는 것 또한 불안요소였다.

그런데 최근 용산HDC신라면세점이 루이비통 입점에 성공하면서 이부진 사장의 입지도 한 단계 올라가게 됐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라아이파크몰은 루이비통·디올·펜디·불가리 등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20여개 브랜드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이부진 사장을 비롯한 HDC신라면세점(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합작사)의 임원들의 설득이 있었다. 아르노 LVMH 그룹 회장은 지난달 19~21일 미디어그룹 컨데나스트 인터내셔널행사 참석자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머물면서 용산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직접 방문했다. 당시 이부진 사장, HDC면세점 이길한 공동대표 등 경영진이 아르노 회장을 직접 안내하며 용산 지역의 발전 가능성, 면세점 중심 한국 관광산업의 성장 잠재력 등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KTX로 연결된 용산의 입지적 장점과 함께 가상 배치도와 조형물을 통해 구체적 설득에 나섰다는 점 또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두산의 동대문 면세점, 한화의 갤러리아 면세점 등 신규 입점 업체들은 아직까지 명품 입점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용산면세점은 발 빠른 대응으로 한 단계 앞서갈 수 있게 됐다.

이 사장이 면세점 분야에서 활약을 펼치면서 삼성의 호텔과 유통 분야를 들고 나오지 않을까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지분 맞바꾸기’다. 이부진 사장이 갖고 있는 핵심 계열사 지분과 호텔신라 지분을 바꿔 독립하는 것이다. 최근 신세계그룹 정용진-정유경 남매가 이마트와 신세계 주식을 맞교환함으로써 분리 경영의 서막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가 삼남매에게도 지분 교환을 바탕으로 한 계열 분리설이 흘러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 온 이부진 사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한편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 소송은 오는 16일 첫 변론준비기일이 열린다. 수원지법에 따르면 가사항소2부(부장판사 조미연)는 이 사장과 임 고문의 이혼소송 항소심 변론준비기일을 16일 오후 2시로 정하고 양측에게 통보했다. 변론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소송절차에 앞서 주요 쟁점과 증거관계를 정리하는 자리이다.

이른바 ‘남자 신데렐라의 탄생’으로 주목 받았던 두 사람의 결혼은 지난 2014년 이 사장이 이혼조정과 친권자 지정 신청을 법원에 내면서 파경을 맞게 됐다. 당시 1년간의 심리 끝에 이 사장이 승소했지만 임 고문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직접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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