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상장 ‘신동빈 시대’ 박차

지배구조 투명화 위해 나서…한ㆍ일 원 리더 굳히는 신동빈

종업원 지주회 및 日 롯데홀딩스 지지로 힘 얻어

신격호 총괄회장 정신 감정 거부, 변수 될까

지난해 롯데가 경영권 분쟁으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을 당시, 신동빈 회장은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롯데의 투명한 경영을 위한 여러 가지 약속을 했다.

약속의 출발은 호텔롯데 상장에서부터 시작한다. 한ㆍ일 양국 롯데 계열사들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기업 공개는 신격호 시대에서 신동빈 시대로 가는 전환점을 상징하기도 한다.

호텔롯데, 日 지분 줄이고 신동빈 영향력 강화하나

지난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배 구조가 드러났다.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총 416개로 국내 대기업 중 제일 복잡한 지배 구조를 갖고 있었다.

신동빈 회장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한창 벌어지던 지난해 8월,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신 회장은 롯데호텔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 계열 회사들의 지분 비율 축소, 순환출자를 비롯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제고 조치 시행,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그룹 내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설치를 약속했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가 전반적으로 약속한 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과제다. 호텔롯데는 지난 19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유가 증권 시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호텔롯데의 공모주식수는 4785만5000주(매출: 1365만5000주, 모집: 3420만주), 공모예정가는 9만7000원~12만원(액면가 5000원), 공모예정금액은 약 4조6419억원~5조7426억원 규모다. 6월 15일과 16일 수요예측에 나선 후 21일부터 22일 이틀 동안 청약을 거쳐 6월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호텔롯데의 상장 추진은 기업공개 시장에서 올해 ‘최대 매물’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상장을 통해 호텔롯데의 일본계 주주의 지분율은 99%에서 65%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현재 호텔롯데의 주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일본 롯데홀딩스, 광윤사, L투자회사 등 일본계 기업들로 이뤄져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로 대주주, 광윤사가 5.45%, 일본 주식회사L 제4투자회사가 15.63%, 제9투자회사 10.41%, 제7투자회사가 9.4%를 소유하고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의 주주들이 일본계 회사들로 이뤄져 있다는 점은 롯데가 결국 일본 기업이 아니냐는 비판의 근거로 작용해 왔다. 신 회장은 지난해 8월 기자회견에서 “롯데는 한국 그룹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드리워진 일본 기업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선 호텔롯데의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는 일본계 기업들의 비중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호텔롯데 상장은 그 첫걸음이라 볼 수 있다.

동시에 신동빈 회장의 영향력 또한 확대할 수 있게 된다. 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우 이미 이사회를 통해 신 회장의 편에 섰음을 확인했다.

한편 호텔롯데의 5.45%의 지분을 갖고 있는 광윤사의 대주주는 신동주 전 부회장으로 지분 과반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광윤사가 신동주 전 부회장의 몫으로 분류된다 하더라도 종업원 지주회가 신동빈 회장 편에 섰음을 확인했고 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 역시 신동빈 회장 편으로 분류되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ㆍ일 ‘원 리더’ 도약한 신동빈 회장

호텔롯데 상장을 시작으로 신 회장은 당시 약속한 복잡한 지배구조 해소와 일본 계열사 지분을 줄이는 방안을 차차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신 회장이 호텔롯데 지분을 직접 갖게 될 것인지에 대한 가능성이다.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를 모두 아우르는 ‘원 리더’가 되기 위해선 탄탄한 지분을 갖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신 회장의 지분은 형 신동주 전 부회장에 비해 ‘압도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신 회장의 호텔롯데 직접 지분은 없으며 롯데제과의 경우 신동빈 회장이 8.78%, 신동주 전 부회장이 3.96%인데 신격호 총괄회장이 6.83%를 갖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롯데쇼핑 역시 신동빈 회장이 13.46%로 대주주이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이 13.45%로 큰 차이가 없다.

지난 1월, 일본 ㈜롯데는 한국 롯데제과 지분 7.8%를 확보했다. 공개매수로 인해 일본 ㈜롯데는 롯데제과의 2대 주주로 등극했다. 현재 롯데 오너가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신격호 총괄회장 6.8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8.78%,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3.96%이다.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지분을 더하면 신동빈 회장의 지분보다 많다. 신 총괄회장 측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국 롯데제과에서 신 회장의 영향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은 당장 지분 매입에 나서진 않더라도 계열사 주식 확보를 통해 롯데그룹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롯데는 당시 약속한 사회 공헌을 실천하기 위한 여러 방안도 실천 중이다. 롯데정책본부는 지난 4월, 사회공헌 활동 관련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사회공헌위원회’를 설립했다. 위원회 회장직은 신동빈 회장이 직접 맡았다. 또 지난해에는 장학ㆍ복지재단 활동과 여성·장애인 등 소외계층 지원, 사회적 인프라 구축 등에 약 1300억 원을 집행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우,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분류됐던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 감정이 신 총괄회장의 거부로 무산되면서 궁지에 몰렸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3월 서울가정법원의 결정에 따라 지난달 말까지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정신 건강 검증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법원의 양해를 구해 한 차례 연기한 후, 지난 5월 16일부터 입원 절차를 진행했다.

그런데 총괄회장이 갑작스레 퇴원을 결정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국내 활동을 도맡고 있는 SDJ 코퍼레이션은 지난 19일 “총괄회장께서 정신 건강 검증을 위해 입원을 하셨으나 강력한 거부의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의료진과의 협의를 거쳐 퇴원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정신감정을 통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판단력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주장해 왔던 “신 총괄회장이 정한 롯데그룹 후계자는 장남”이라는 논리가 어느 정도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의 입원 거부로 정신 건강 검증 기회는 일단 보류됐다.

신 총괄회장의 판단 능력과 상관 없이 이미 롯데그룹 임원들의 지지를 얻은 신동빈 회장 쪽으로 무게추는 기울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신동빈 시대’를 연 롯데그룹이 향후 어떠한 경영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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