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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식 계열사 재편 순항할까

삼성SDS 분할 후 삼성물산 합병? …‘이재용 시대’ 여는 초석 마련 중

삼성SDS, 물류 산업 분할로 소액주주 반발 등 걸림돌도

삼성물산 합병 적극 부인하지만… ‘3개월 지나 봐야’

건설 부문 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 존재해

퍼블리시스에 제일기획 매각, ‘사실상 무산’

삼성그룹의 계열사 재편이 연일 재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IT 및 물류 계열사인 삼성SDS가 이번 재편의 주인공이다.

삼성SDS는 공식적으로 물류 사업의 분할을 선언했다. 업계에선 삼성SDS가 떼어낸 물류를 삼성물산과 합병할 것이라 전망한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사장단이 앞서 강한 부인에 나섰다.

삼성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삼성SDS의 합병설이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는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삼성물산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에 더 많은 힘을 실어줄수록 탄탄한 후계 구도 성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계열사 재편에 나서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재용 시대를 열기 위한 포석을 마련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아직 매각 주체가 정해지지 않은 제일기획과 조선업 위기로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삼성중공업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린다. 합병 당시 주식 매매 가격이 저평가됐다는 고등법원의 판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또한 중요한 과제다.

소액주주 반발 불러온 삼성SDS의 분할

삼성SDS는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회사는 향후 글로벌 물류 경쟁력 강화 및 경영역량의 집중을 위해 물류사업 분할을 검토하겠으며, 나머지 사업도 전사 차원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이사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삼성SDS는 분할 이유에 대해 “회사(삼성SDS)는 2012년부터 물류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고 사업개시 4년만인 지난해에 약 2조6000억원의 물류사업 매출을 달성했으나, 2016년 말이면 삼성전자 등 관계사 물동량 대부분을 수행할 예정이어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대외사업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향후 계획에 대해선 “대외사업 확대를 위해서 물류 전문기업으로서의 브랜드 정립, 글로벌 실행력 및 영업네트워크 확충을 위한 인수합병(M&A), 신규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에 대한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을 위해, 물류 전문 경영체계 구축 차원에서 물류사업 분할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SDS는 이날 나머지 사업에 대해서도 전사 차원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이사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향후 삼성SDS는 외부 전문 기관과의 논의를 통해 상세 분할 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분할에 대한 삼성SDS 소액 주주들의 반발은 상당히 거세다. 삼성SDS 소액 주주들은 지난 7일 잠실 삼성SDS 본사를 항의 방문해 소액주주들의 집단 소송 진행 의사를 전달했다. 소액주주들은 “6월 3일, 건실한 기업을 공중분해한 후 삼성SDS 핵심 사업인 물류를 삼성물산에 넘겨주려는 오너 일가의 의도에 따라 주가가 10% 폭락하고 삼성물산 주가는 7% 상승해 손실이 너무 커 일상생활이 안 되는 지경이 됐다”고 밝혔다. 약 50여명이 참석한 항의 방문에서 주주들은 김민식 삼성그룹 경영지원실 재무관리팀장(상무)에게 “물류 부문 분할은 물적 분할이 아닌 주주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방법으로 하겠다, 인적분할로 하겠다”라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액주주들은 이 부회장이 블록딜 전 삼성그룹에서 관여하는 물류 부문 분할을 미리 알았을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대해 내부 정보를 이용한 거래로 보고 형사 고소를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익명의 소액 주주는 “삼성SDS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블록딜 전의 26만원대를 유지해 소액주주가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후 기업 인수합병을 하는 게 정상이다”라고 말했다.

삼성SDS의 분할에 소액 주주들은 인적 분할 방식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물적 분할 방식을 택할지 주목해왔다. 인적 분할이 된다면 주주들은 분할 전 비율대로 주식을 나눠 가질 수 있게 된다. 일단 김민식 상무로부터 인적 분할을 하겠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소액 주주들은 이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는 상태다.

삼성SDS가 분할 의사를 공시하기 전부터 재계에선 삼성SDS 물류 부문과 삼성물산과의 합병설이 불거져 왔다. 삼성물산 상사부문과 합병을 시킬 것이라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삼성물산(주), 삼성SDS(주) 물류부문 합병 추진 검토 보도와 관련해 당사는 현재 삼성SDS(주) 물류부문과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사장단 또한 합병설에 대해 적극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은 지난 8일 수요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삼성SDS 물류부문과 합병은) 현재로서는 전혀 검토한 바 없다”며 “공시한 대로”라고 말했다. 홍원표 삼성SDS 솔루션사업부문 사장 역시 “분할과 관련해 일정을 검토하겠다는 것을 밝힌 단계”라며 “물산과의 합병에 대해선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홍 사장은 ‘주주 반발이 심하면 회사 분할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주주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정유성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은 합병설과 관련한 질문에 “열심히 하겠습니다”고만 밝혔다.

사장단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삼성SDS와 물류 부문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기정 사실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다. 기업은 공시한 내용을 3개월 동안 지켜야 한다. 따라서 공시한대로 3개월 동안 삼성SDS 물류 부문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추진할 수 없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을 비롯한 합병 반대론자들은 3개월 후를 걱정하고 있다. 이번 합병이 당장 급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 반응을 살핀 후 천천히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증권가도 이와 비슷한 관측을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 시점에서 삼성 앞에 놓여진 급한 과제는 삼성중공업 회생 작업과 매수청구권 이슈를 재점화한 삼성물산 항고심이기 때문에 급진적 개편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삼성SDS의 분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와중에 증권가는 삼성SDS의 청산을 전제로 한 기업가치를 IT사업부 10조5000억원, BPO사업부 8,800억원, 차입금을 배제한 현금성 자산을 1조9000억원으로 총 13조4000억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SDS가 청산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오너일가가 지분 17.0%를 갖고 있는 알짜배기 계열사로 이 부회장 승계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영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SDS는 IT서비스 사업을 삼성전자에 매각해 현금을 확보한 이후 삼성물산과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계열사 합병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현금을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취득과 같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활용할 수 있어 대주주 입장에서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결국 종착점은 ‘물산 힘 실어주기’?

삼성이 주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계열사 분할 및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의 지주회사인 물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최근 삼성물산은 합병 당시 주식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결정이 내려져서 재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서울고등법원은 옛 삼성물산 주주였던 일성신약이 제기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소송에 대해 삼성물산의 주식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결정을 내렸다. 삼성물산의 주가가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돼 주식매수청구가격 결정 때 삼성 총수 일가의 이익이 커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삼성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이미 금융 당국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물론 아직은 2심의 결정이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통합 삼성물산 자체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강화하기 위해 출범한 것으로 여겨지는 와중에 이 부회장 입장에선 합병을 통해 이익을 봤다는 비난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부회장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이 부회장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단 0.57%에 불과하다. 이 부회장 및 오너 일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선 삼성전자의 지분 4.1%를 갖고 있는 삼성물산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 출범을 통해 17.23%를 갖고 있는 대주주로 올라섰다.

삼성 계열사 간 지배 구조를 살펴보면 통합 삼성물산 아래에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SDS,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중공업의 전자 계열사를 지배하고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를 다스리고 있다. 즉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 전체 계열사의 제일 지붕에 위치하고 있는 셈이다. 오너일가, 그 중에서도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통합 삼성물산이 합병 정당성 논란에 휘말린다면 삼성 입장에서도 큰 부담을 떠안게 된다.

삼성SDS 소액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 온 분할을 포함해 삼성그룹의 계열사 합병 및 분할 시나리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선 증권가에서는 삼성SDS가 물류 부문을 분할한 후 남은 IT 부분은 삼성전자에 매각할 것이라 예측한다. 이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후 삼성SDS와 삼성물산의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의 건설 부문을 처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3분기부터 해외 건설시장 부진으로 저조한 실적을 보여왔다. 비주력 계열사를 과감히 매각해 왔던 이 부회장의 그간 행보에 비춰볼 때 건설 부문 또한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합병으로 구 제일모직의 건설 부문과 삼성물산의 건설 부문이 겹치면서 지나치게 조직이 비대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 건설부문 매각 예측은 ‘주택 산업’이라는 구체적인 사업군으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NH투자증권 김동양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 건설 부문 처분에 대해 현금 유입은 긍정적이나 삼성물산의 중장기 성장목표 달성에는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중공업, 그룹 지원 가능성 열려 있나

삼성물산과 삼성SDS 외에도 또 다른 계열사들의 매각이나 합병설 또한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매각 대상자의 이름까지 거론됐던 광고 계열사 제일기획의 매각은 아직까지 지지부진하다. 올 초부터 프랑스 광고회사 퍼블리시스와 제일기획 매각 협상을 벌여왔으나 사실상 협상은 결렬된 것으로 보인다. 가격과 광고물량 승계 등 세부적 조건에 의견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이미 제일기획 매각을 결정한 이상, 새로운 매각 주체를 알아볼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조선업 불황으로 정부의 구조조정 타깃이 된 삼성중공업 역시 합병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4년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추진했으나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들의 반대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유상증자를 통해 급한 불을 껐고, 조선업 불황으로 삼성중공업 또한 자구안을 마련 중이다. 무산됐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통해 중공업 사업을 재편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삼성중공업이 제출한 자구안에 삼성그룹 계열사 등의 유상증자 참여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지난 1일 잠정 승인한 삼성중공업 자구안에는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유상증자 추진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상증자의 규모나 추진 방식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적시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에서의 지원은 아직까지는 가능성은 있지만 미지수라는 것이다.

산업은행 측은 삼성중공업 지원에 삼성그룹이 나설 것을 종용해 왔다. 그러나 삼성그룹 측은 이에 대해 선을 그은 상태다. 삼성중공업의 부채 비율이나 경영 상황이 그룹 차원에서의 지원에 나설 정도는 아니며 동시에 삼성그룹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현재 삼성그룹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동향은 이재용 부회장의 효과적인 승계를 위한 것이다. 어떻게든 상속세를 덜 내는 방법을 택한 후 이 부회장 및 오너 일가가 지분을 차차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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