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반격’ 노리는 신동주… 신동빈 위기, 수사에 ‘운명’ 걸려

이달 말 日 롯데홀딩스 주총서 종업원지주회 설득 나서나

신동빈, “주총 결과, 전혀 걱정 안 해”

신동빈 수사 심상찮은 정황, 최악 상황 배제 못해

신격호 총괄회장 시절 비리 신동주에 불리

롯데그룹을 향한 사정기관의 압박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수상한 자금거래와 함께 포착된 비자금 생성 여부, 계열사 부당 지원까지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밝혀지는 ‘롯데의 죄목’은 매우 다양하다.

롯데그룹은 지난해에도 신동주-동빈 형제 간 경영권 분쟁으로 연일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번 검찰 수사 역시 ‘형제의 난’ 에서 촉발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한 신 전 부회장은 이번 달 말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의 경영 과오를 지적하며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형님의 동생 고발, 검찰에게 단서 줬나

창립 50년만에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그룹의 이번 검찰 수사는 ‘형제의 난’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 실적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결정적인 증거를 포착했다는 것이다.

우선 신동주 전 부회장은 고소ㆍ고발 과정에서 검찰에 제출한 자료는 재무제표, 지분 구조 등 공개된 자료 정도에 불과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는 상관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롯데그룹 측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에 대한 소송전을 진행하면서 확보한 롯데 계열사 회계장부 분석 자료 등을 검찰에 제공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의 ‘형제의 난’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 과오를 입증하기 위해 고소를 진행한 적이 있다.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 등이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중국 투자 손실 규모를 축소 보고해 업무 집행을 방해했다는 것이 요지였다. 이를 입장하기 위한 자료로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 지분구조, 한국 롯데 중국투자 손실 규모 관련 회계 자료 등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제출된 롯데 계열사 회계 장부 분석 자료가 증거로 쓰였다는 것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제출한 자료는 이미 나와있는 롯데의 재무재표를 정리한 것이고 현재 검찰 수사와는 관련이 없는 것이라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에선 신 전 부회장이 추가 자료 제출 및 제보를 통해 검찰 수사에 필요한 증거를 제출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검찰 수사 계기를 제공했느냐는 점에선 의견이 엇갈리지만 롯데그룹이 위기에 처하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0일 '롯데 경영정상화를 위한 모임' 일본어 사이트에 관련 성명을 게재하며 한·일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에 경영정상화를 위한 긴급 협의장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신 전 부회장은 성명을 통해 “롯데의 신뢰와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심각한 사태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부당하게 경영에서 배제하고, 신 회장 중심으로 굳어진 현 경영체제의 문제점이 새롭게 표면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사태에 대해서는 “창업 이래 최대의 위기”라고 평가했다. 또 일본 롯데홀딩스에 “이번 사태의 전모를 해명하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해 정기주주총회에 앞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긴급 협의장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형 반격에도 자신 있는 신동빈 회장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이미 신동빈 회장에게 ‘완패’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반전의 기회를 다시 한 번 잡을 수 있을지가 큰 관심사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그 기회를 이달 말 열리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로 보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 19.07% 외에도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인 롯데물산 56.99%, 부산롯데호텔 46.62%, 롯데케미칼 9.3%, 롯데건설 1.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및 일본에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지주 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마음을 잡는 것은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선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통해 여러 번 반격 시도를 했지만 전부 수포로 돌아갔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종업원 지주회가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 비율은 광윤사가 28.1%, 종업원지주회 27.8%, 관계사 20.1%, 임원지주회 6%, LSI(롯데스트레티지인베스트먼트) 10.7%, 오너가 가족 7.1%, 롯데재단이 0.2%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총괄회장의 지분까지 자신의 몫으로 보고 28.1%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주주인 광윤사를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종업원 지주회와 임원 지주회 등이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면서 몇 번의 반격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신동빈 회장이 종업원 지주회의 민심을 꽉 잡고 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이번 대대적 검찰 수사를 예로 들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 부도덕성을 입증할 계획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로 인해 여러 계열사의 사업이 중단될 위기를 겪고 있다. 신영자 이사장의 비리로 6월에서 7월로 미뤄진 호텔롯데 상장은 연말로 더 미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호텔롯데 상장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또 호텔롯데는 최근까지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면세점 인수 협상을 벌였으나 사정당국의 수사 및 호텔롯데 상장 미지수로 실무 협상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제과를 포함한 8개 계열사가 추진중이었던 현대로지스틱스 인수 역시 중단됐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석유화학회사 액시올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게 끝이 아니다. 연말로 예정된 잠실 월드타워면세점의 재허가 심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홀딩스 주주총회까지 해외에 체류할 것으로 알려진 신동빈 회장은 지난 14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미국 액시올사와 합작 사업 기공식 직후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 수사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호텔롯데의 상장 계획과 관련한 질문에는 “호텔롯데의 상장은 무기한 연기가 아니고, 다시 준비해 연말까지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신동주 부회장이 ‘반격의 무대’로 준비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 대해 선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신 회장은 “주총 결과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진이 자신의 편에 섰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형제의 난’엔 어김없이 등장한 검찰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롯데그룹 사태처럼 대기업 ‘형제의 난’은 늘 검찰 수사와 뗄래야 뗄 수 없었다.

두산그룹은 지난 2005년, 두산그룹 박두병 초대회장의 둘째 아들인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이 동생 박용성 두산 전 회장의 회장직 취임에 반대하며 검찰에 그룹의 경영 상태를 비방하는 투서를 제출했다. 이로 인해 두산 오너 일가는 비자금 조성 및 분식회계로 유죄 처분을 받기도 했다.

‘현재진행형’인 대기업도 있다. 지난해 재계 순위 25위인 효성그룹이다. 조석래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2014년부터 세 차례 걸쳐 조현준 사장과 효성의 전〮현직 임원들을 고발해 왔다. 수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형제의 난’이 검찰 수사와 연결되는 것은 경영 능력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회계 자료를 공개하기 때문이다. 오너일가 일원들의 싸움이기 때문에 각 기업의 내부 사정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검찰 수사를 통해 상대방의 경영 과오를 검증하려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스스로 공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반전을 노려봤던 오너가 일원들은 모두 기업의 경영권에서 멀어졌다. 두산그룹의 경우 검찰에게 동생의 비리를 알린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은 가문으로부터 제명당했고 지난 2009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효성 조현문 전 부사장 또한 경영권하고는 멀어진 상태다.

경영권 싸움을 위해 각자의 비리를 밝히고 있는 롯데그룹의 경우 검찰 수사가 두 형제 중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알 수 없다.

검찰의 칼끝은 분명 신동빈 회장을 겨냥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신 회장에 대한 수사, 나아가 구속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신 회장이 회사 경영과 관련해 국내외에서 불법 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롯데와 신 회장 측은 항간의 여러 의혹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오래 준비된 것으로 보이고 전 계열사를 뒤지고 있어 솔직히 불안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만일 신 회장에 대한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형제의난’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있다. 신 회장이 구속되거나 불구속 수사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수사 상황은 신 전 부회장의 입지도 어렵게 하고 있다. 롯데그룹 비리의 상당 부분이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배하고 있던 시절 벌어진 것이라면 줄곧 ‘총괄회장의 지지’를 강조해 왔던 신 전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격 시도가 회의적인 시선을 받는 이유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을 필두로 이번 사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의 뒤집기 시도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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