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위주 사업 재편 …소액주주는 ‘찬밥’

삼성SDS, 물류부문 매각에 소액주주 단체 행동

CJ헬로비전ㆍ대우증권 소액주주들도 소송

최은영, 한진해운 미공개 정보 이용으로 검찰 수사

소액주주 권리 보호, 아직은 멀어

흔히 말하는 ‘개미’, 개인 투자자들은 대기업이 갖는 안정성과 영향력을 믿고 주식을 사곤 한다. 서민들의 주식 보유는 열심히 모은 재산을 불릴 수 있다는 꿈을 사는 것과 다름 없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국내 대기업들은 공격적 사업 재편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엄연한 주주지만 소액주주들의 권리는 무시되고 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집단 소송에 나서며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움직임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 프리미엄’은 임직원의 몫, 소액주주는 아냐

삼성SDS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물류산업 분할을 공론화시켰다. 재계에서는 삼성SDS가 물류 부분을 분할한 후 삼성물산 상사 부분과 합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SDS 측은 이에 대해 부인했다.

삼성SDS의 분할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소액주주들은 삼성SDS 본사 항의 방문을 통해 물류 부문 분할에 전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 14일에는 세 번째 항의 방문을 해 삼성SDS 경영지원실장이자 최고재무책임자인 박성태 전무와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삼성SDS 측은 물류부문의 분할은 검토 단계이며 주주가치가 최대한 훼손이 되지 않은 범위에서 인적 분할을 진행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주 내에 삼성SDS 측이 소액주주들에게 주가 원상 회복을 위한 원상복구 방안을 통보하기로 했다.

소액주주들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측에 블록딜 이전의 가격으로 돌려 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단 소액주주들은 삼성SDS 측의 제안대로 2주 동안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공격적인 계열사 재편을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계속돼 왔다. 삼성그룹은 화학 및 방산 계열사를 매각한 후 전자, 바이오를 축으로 하는 ‘실용주의’ 행보를 진행했다. 지난 2015년에는 화학 계열사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한화에 매각하는 1조9000억원 규모의 빅딜을 단행했다. 삼성은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한 후 실탄을 확보하려 했으며 한화는 그룹의 모태인 방산 및 화학 계열사 강화를 이룬다는 양사의 목표가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했던 빅딜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강한 비판에 부딪혔다. 지난해 6월, 삼성테크윈의 사명을 한화테크윈으로 바꾸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600명이 항의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삼성에서 한화로 매각하는 자체에 대해 격렬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들이 항변에 나서는 와중에 일부 관계자들이 미리 매각 사실을 알고 주식 처분을 한 것이 포착돼 비난이 쏟아졌다. 지난해 8월, 증권선물위원회는 한화그룹의 삼성테크윈 지분 인수 발표 직전, 보유 주식을 전량 처분한 삼성테크윈 기획ㆍ총괄부서 A 상무와 B 부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이들은 2014년 11월 대표이사 주재로 열린 긴급회의에서 한화그룹에 회사가 매각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와 같은 처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들과 고발당한 삼성테크윈 전현직 임원들 모두 삼성테크윈이 한화로 매각되면 이른바 ‘삼성 프리미엄’이 사라져 주가가 하락할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핵심 정보를 알 수 없는 소액주주들은 그저 쏟아지는 기사를 통해 매각 사실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

한날 한시에 열리는 주총, 소액주주는 ‘거수기’ 일 뿐

기업의 합병 및 매각에서 이뤄지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비단 삼성뿐만은 아니다. SK브로드밴드의 CJ헬로비전 인수 합병에서도 소액주주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CJ헬로비전 주식 3만3111주를 보유한 소액주주 17명이 CJ헬로비전과 김진석 대표이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이다.

이들은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게 산정됐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들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음’은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이 합병가액 선정방법에 관한 법령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합병에서 SK브로드밴드의 영업이익률이 과다로 추정돼 있고, 이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의 주식가치가 고평가된 반면 CJ헬로비전 주식가치는 저평가돼 CJ헬로비전 소액주주들이 경제적 손실을 본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소액주주들 역시 뿔이 났다. 대우증권은 오는 11월 미래에셋증권과 합병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대우증권 주식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소액주주들을 대표하고 있는 정종각씨는 “현재 1차 회계 장부 열람을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집단 소송은 변호사와 상담해 결정할 예정”이라 밝혔다. 대우증권 소액주주 모임과 뜻을 같이 하는 소액주주들은 약 10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개미 투자자들은 대기업의 합병 및 매각과 같은 중요한 정보를 일찌감치 접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의 사업 재편이 이뤄질 시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얻게 된다.

반면 기업인들의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주식 거래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수홀딩스 최은영 회장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이 발표되기 전 미공개 정보로 주식 거래를 한 의혹을 받고 검찰에 소환됐다. 최 회장과 그의 두 딸은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 결정이 있기 전인 지난 4월 6일부터 20일까지 보유 중이던 한진해운 주식 전량 66만9248주를 매각했다. 최은영 회장은 남편인 고 조수호 회장 작고 후 한진해운을 경영하다 시숙인 조양호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전직 최고 경영자로서 한진해운의 어려운 상황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있는 최 회장의 부도덕한 행동에 대해 질타가 이어졌다. 검찰은 최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된 상태다. 현재 국내 자본시장법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다 적발되면 10년 이하의 징역,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 손실액의 1∼3배에 달하는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경영진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이른바 ‘먹튀’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소액주주들의 권리 보호에 대한 의식은 약하다. 대표적인 예는 한날 한시에 열리는 대기업의 주주총회다. 소액주주들의 일정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열리는 주총에 소액주주들은 참석은커녕, 제대로 된 목소리도 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회적 지적에 따라 소액주주들의 참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제도도 생겼다. 지난 2010년 예탁결제원은 소액주주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인터넷을 통한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월 9일 기준 전자투표 계약사는 총 764개사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57개사(33.4%), 코스닥 상장사 486개사(41.8%)가 전자투표 계약 체결을 완료했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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