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카드 신사업‘툴라’ 제조사 선정 과정, 가격 등 사업취지 어긋나

제조사ㆍ상품 선정 과정 소홀…문제 제기에 “영업기밀” 함구

PB 제품 납품가 BC카드 설정, ‘을’의 피해는 중소 제조사 몫

BC카드 임의로 제조사 선정 …‘중소기업과 상생’ 거리 있어

BC카드의 자체유통브랜드(PB) ‘톨라(TORLA)’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제조사 선정 절차와 PB사업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온 부분들을 개선하지 않은 채 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BC카드의 PB제품인 톨라는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PB사업 진행에 대한 정식 인가를 받은 후 지난 4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최고의 제품을 추구(Top Of Real Life Advanced)’라는 영문 약자를 뜻하는 톨라는 우수하지만 판로에 애로를 겪고 있는 곳을 제조사로 선정해 ‘중소기업과의 상생’이라는 목표도 담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라는 사업취지와 BC카드가 가장 먼저 진행한 신사업, 그리고 카드사 최초의 PB제품 출시라는 상징성을 더해 톨라는 출시 1개월 만에 2억원 이상 팔렸고, 6월 현재까지 3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제조사 선정 과정과 기준, 가격 등에서 톨라는 종래 PB제품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은 채출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상품군 선정 소비자 기대와 달라

톨라 출시 초기, BC카드는 언론을 통해 PB 사업을 위해 6개월간의 꼼꼼한 준비과정을 거쳤다고 발표했다.

당시 BC카드는 톨라의 준비과정과 제조사 선정 기준에 대해 “BC카드 쇼핑몰 내 판매되고 있는 상품 매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군을 선정한 뒤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과 함께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이라 설명한 생활용품 9종을 톨라의 판매 상품군으로 정하고 BC카드 쇼핑몰을 포함한 주요 온라인 쇼핑몰과 소셜커머스를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BC카드는 타월(2종)과 섬유유연제, 액체세제, 전기무선주전자, 치약ㆍ칫솔, 프라이팬, 냄비(2종) 그리고 헤어드라이기를 톨라 상품군으로 출시한 상태다.

타월과 세제, 헤어드라이기 등의 생활용품이 소비자 선호 용품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지난 6월 15일부터 21일 약 일주일 간 BC카드 쇼핑몰 ‘탑 쇼핑’ 내 인기순 상위 16개의 제품을 조사한 결과 톨라 상품군은 평균 3개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같은 쇼핑몰에서 공개한 ‘가장 많이 팔린 상품 TOP50’에서 10위 내에 오른 톨라 제품 역시 3개에 불과했다. 30위 안에 있는 톨라 제품 중 드라이기와 칫솔, 냄비의 경우 톨라 외의 제품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에 톨라의 상품군 선정 기준이 실제로 ‘BC카드 쇼핑몰 내 판매되고 있는 상품 매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나온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군’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BC카드 측에 해당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던 톨라 상품군의 매출 비교 통계자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자료에 대해 BC카드 측은 내부방침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대신 BC카드 관계자는 “현재 톨라 제품으로 판매 중인 제품은 BC카드 쇼핑몰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상품들로 이를 근거로 외부 온라인몰에서도 판매하고 있다”며 “다른 쇼핑몰에서 판매량이 높은 화장품이나 의류 등은 BC카드 쇼핑몰에서 취급하는 품목이 적어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PB제품 제조사 선정 과정의 필수 단계 소홀

BC카드의 문제점은 또 있다. BC카드는 우수 중소기업과의 상생이라는 목표와 함께 약 반년이라는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쳤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PB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타 유통업체에 비해 BC카드의 톨라 PB제품 제조사 선정 과정과 기타 계획 단계는 축소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업계 내에서 PB제품 도입 절차 중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는 PB컨설팅 전문 업체 섭외와 추가 유통검사 부분을 BC카드는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대형마트사 관계자에 따르면 PB상품의 도입부터 출시까지 PB컨설팅 전문 업체의 자문을 받게 되고 상품의 트렌드 파악부터 공장 점검, 유통검사까지 약 5단계의 절차를 거친다.

우선 PB상품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상품의 유행성과 시기 적절성 등에 대한 판단과 동시에 판매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이후 제조사를 선택하게 되는데 예비 선정한 제조사들의 공장을 방문, 이곳의 위생상태와 설비 요건 등을 6주간에 걸쳐 평가한다.

또 원료의 안정성과 다양한 품질 검증결과를 담은 서류를 검사하고 상품에 대한 시료 채취 후 미생물 검사 등 3차에 걸친 시료검사를 행한다.

이어 생산된 완제품의 매장 입고 전 최종 안정성 검증 단계를 위해 시료 샘플 검사 등 다양한 출시검사를 거치며 제조공정 중 문제가 될 수 있는 항목을 재점검한다. 마지막으로 판매 중인 상품에 대한 무작위 샘플을 선정해 추가로 유통검사를 실시해 통과해야지만 유통사 정식 PB상품으로 인정하게 된다.

BC카드 관계자는 “업체 선정의 우선 원칙은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사로 동일 제품군의 여러 제조사와 미팅을 통해 품질이 가장 뛰어난 제조사를 선정한다”며 “업체 선정 시 생산과정까지 직접 방문해 확인하며 향후 발생 가능한 소비자들의 애프터서비스 부분 등을 고려해 최종업체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BC카드는 PB컨설팅 전문 업체 등의 자문을 얻지 않고, 내부적으로 제조사를 판단해 결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BC카드 관계자는 “비용 상의 문제로 외부 PB컨설팅 전문 업체는 고용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타 유통사의 PB제품 제조사 선정과 계획 단계에 대한 입장은 BC카드 측과 달랐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사내 마케팅이나 영업부 인력만으로는 PB제품 협력사를 찾고 제품까지 평가하는 등 여러 절차가 필요하고 객관성이 결여될 수 있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다”며 “그래서 PB컨설팅 전문 업체를 통해 PB에 관해서는 이들이 다양한 분석과 평가를 내놓으면 우리도 그것을 참고해 사업진행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 대형마트도 PB제품 제조사를 선정하기 위해 PB컨설팅 업체와의 제휴를 초기 기획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필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있었다.

또 제품의 예비 출시 때 무작위 샘플을 선정하는 유통검사 역시 마지막까지 문제를 남기지 않는다는 목표로서 중요한 단계 중 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롯데마트 홍보팀 관계자는 “PB제품을 출시하는 제조사는 메이저 업체부터 중소기업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있는데 메이저 업체의 경우 제품 출시에 따른 자체적인 검사 시스템이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 제조업체들은 유통채널에 판매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식품 안전성과 고객에게 팔릴만한 상품성 등 다양한 분야에 공식적인 인증이 없다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PB컨설팅 전문 업체와의 협력과 유통검사 단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BC카드 측은 제조사 선정을 위한 동종 상품군 내 후보사들의 개수와 ‘향후 발생 가능한 소비자들의 애프터서비스 부분’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영업기밀’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BC카드 관계자는 “이번 PB사업이 다른 유통사와는 달리 신용카드 업계 최초이고 시행 초기이다보니 제조사 입장도 배려하는 등 작은 것이라도 조심히 해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BC카드는 회원사와 고객사 다수의 의견을 나누고 자체 및 외부감사도 받기 때문에 특정 사업자에 이권을 물려주기 위한 구조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톨라는 PB제품으로 출시된 이후 들쭉날쭉한 가격과 유통사와 제조사 간 가격책정 방식 등에서 PB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었다.

BC카드 톨라 제품 가격 피해 중소 제조사 떠안아

사실 PB사업은 유통사와 제조사 간 상생협력의 계기가 되기도 하고, 소비자들에게 있어서는 보다 합리적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합리적 가격이라는 부분으로 인해 일부 유통사와 제조사 간 ‘갑을 관계’가 형성돼 을의 입장인 중소 제조사들은 ‘같은 품질이지만 싼 값을 원하는’ 대형 유통사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제조사들은 대형 유통사와 꾸준히 손을 잡고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원가를 낮추거나 심지어 제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일이 생기며 이러한 관행이 PB사업의 문제점으로 꾸준히 지적돼왔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014년 말 31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와의 불공정 거래에 관한 조사를 벌인 결과 대형마트 PB제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의 3분의 1이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PB제품 납품가격이 적정가격에 훨씬 못 미친다고 답한 중소기업이 4.2%에 달해 유통사와 제조사간 가격 책정에 관한 다양한 문제가 제기돼왔다.

BC카드의 톨라 역시 가격적 측면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용량 또는 크기와 품질, 종류가 같은 제품으로 비교했을 때 제조사가 직접 판매를 하는 경우보다 PB제품으로 톨라 브랜드를 달고 출시됐을 때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해진다는 것이다.

BC카드가 톨라 제품으로 판매 중인 ‘잇몸케어치약’은 치약 전문제조업체인 동일제약에서 생산하는 제품이다. 이 잇몸케어치약과 용량과 성분, 품질 등이 가장 가까운 동일제약의 제품은 ‘뉴트리나 프로폴리스 치약’이다.

치은염ㆍ치주염예방과 구취제거, 치주질환예방 등의 주요 효과와 아미노카프로산과 침강탄산칼슘, 알란토인클로로히드록시알루미늄 등의 주성분은 톨라 잇몸케어치약과 동일제약의 뉴트리나 프로폴리스 치약 모두가 함유하는 등 두 제품은 성분과 품질에 있어 다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가격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톨라 잇몸케어치약은 개당 150g 용량에 15개가 6월 현재 BC카드 쇼핑몰에서 할인가 1만 8000원, 인터넷 쇼핑몰 최저가로 1만 5630원에 판매 중이다. 반면 뉴트리나 프로폴리스 치약의 경우 톨라 제품보다 적은 개당 100g의 용량에 3개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2만 8000원 대로 최저가격이 형성돼있다. 비슷한 제품이 최대 1만 2000원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톨라 제품 제조사 한 관계자는 “PB제품일 때 더욱 저렴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가격에 있어서는 BC카드 쪽에서 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BC카드 측에서는 “제조사가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에 판매할 때와 톨라 브랜드를 붙여 PB형태로 판매할 때의 가격 차이는 발생할 수 있으나 그 가격의 차이에 대해 답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어려움 겪는 중소 제조사와 상생 사실과 달라

특히 톨라 제조사 관계자는 BC카드가 제조사 선정 기준으로 발표한 ‘판로에 애로를 겪고 있는 회사’에 해당하는 지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그가 속한 톨라 제품 제조사는 대형 백화점의 다수 지점과 마트에서도 매장을 내고 판매를 하고 있었기에 판로에 애로를 겪고 있는 회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우리 업체가 대형 백화점 등 여러 군데 입점이 돼있다”며 “단지 온라인 판매 쪽에 있어 판로가 약한 부분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BC카드 관계자는 “제조사가 직접 자체 브랜드로 판매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OEM( 주문자상표부착) 방식 형태로 제조만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톨라 제조사를 조사해본 결과 이들 중 판로에 큰 애로를 겪고 있는 회사는 많지 않았다.

톨라 냄비와 프라이팬 제품의 생산을 담당하는 ‘드림셰프’ 역시 국내외 다수 유통채널과 협약을 맺었고, 21개국에 자사 제품을 수출 중인 주방용품 전문업체로서 다양한 판로를 개척한 회사다.

톨라 전기무선주전자를 제조하는 ‘보국전자’도 배우 김지호를 모델로 다양한 쇼핑몰에서 자사 제품을 판매 중이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해 제품안전의 날 행사에서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고, 선풍기부터 전기주전자 등 210개가 넘는 각종 가전제품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판로를 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심지어 BC카드 측이 톨라 제조사의 대부분이 OEM 방식 형태로만 제조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지만, 조사결과 톨라 총 7개 제조사 중 오히려 OEM 방식으로만 제조를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동일제약의 경우 OEM 외에 개발상품인 ‘오리지에’ 치약 제품을 출시 중이며, 드림셰프는 OEM 방식으로 업계 내 인지도를 높인 뒤 독자 브랜드를 사용해 해외수출 비율을 늘리고 있다. 또 보국전자 역시 오래 전부터 ODM(제조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전환해 자체 개발 상품을 늘리고 있다. 톨라 제품 중 섬유유연제 생산을 담당하는 ‘크린피아’ 역시 OEM 방식으로 제조가 진행되고 있지만, 자사 개발 상품 역시 출시 중으로 OEM으로만 생산하는 회사는 톨라 제조사 전체 중 절반이 되지 않았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들이 PB협력 제조사를 선정할 때 중소기업 위주로 선택하는 것은 이들과의 상생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정이 딱하거나 유통사 구미에 맞추려고 애쓰는 곳보다 여러 제조사를 철저히 비교해서 역시 품질 우선이고 다양한 곳에 납품해 소비자들을 만족 시킨 곳을 협력사로 찾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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