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넘은 선산 조상묘 없애… “대명 측 증거ㆍ증언 무시 공사 강행”

대명리조트, 골프장 개발 위해 동의 없이 300년 간 지켜온 선산 파헤쳐

34대 장손 눈앞에서 조상 유골 사라져 "피를 토하는 심정"

대명 측 증거ㆍ증언 외면, 거짓말도… 행정관청도 대명에 유리한 조치

피해자 7년간 법정 다툼…대명 “법적으로 문제 없어” 공사 강행

선산 묘소를 강제로 파헤치는 대명리조트의 무분별한 사업 추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명리조트가 골프장 건설을 하면서 300년 넘는 선산을 파헤쳐 조상묘를 없앴음에도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이에 동조하는 법조인과 행정당국의 행태가 공분을 사고 있어서다.

피해자는 대명리조트를 상대로 7년간 법정 다툼을 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대명은 아랑곳 않고 골프장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명 측 변호인은 다수의 증거ㆍ증언을 무시하고 심지어 거짓말까지 반복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관할 관청은 일방적으로 대명에 유리한 조치를 취한 정황이 제시됐다. 대명리조트 골프장 건설의 문제와 7년 쌓인 피해자의 분노를 추적했다.


대명리조트 골프장 건설로 300년 넘는 선산과 조상묘 피해

강원도 홍천군 서면 두미리에 위치한 300년이 넘은 선산에 조상들의 묘를 모시고 있던 신창철씨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외로운 싸움을 7년 간 이어가고 있다.

신창철씨의 상대는 전국 12개 지역에 리조트와 스키장, 골프장, 워터파크 등의 호화시설을 보유한 대명리조트다.

대명리조트는 지난 2013년 개장한 홍천 소노펠리체 개발을 위해 신씨 조상들의 산소를 그의 동의도 없이 파헤치고 그곳에 골프장을 건설했다. 이 과정에서 대명리조트 측의 위법 사실이 밝혀지고 신씨 측 의견이 옳다는 증거ㆍ증언이 다수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신씨는 “7년 간 싸우며 제기한 행정소송만 20번이다”며 “대명리조트가 골프장 실시 계획을 하던 초기 의견서를 재차 냈지만 대명리조트 측과 홍천군 도시계획과 사람들은 내 주장은 다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대명리조트는 지난 2011년 홍천 소노펠리체 리조트 사업을 추진하며 산지 수용을 위한 지장물 조사서에 신씨 선산에 있는 분묘 6기 중 4기를 무연고 묘소로 신고했다. 이를 알게 된 신씨는 대명 측에서 무연고 묘소라고 주장하는 분묘를 포함해 총 6기의 분묘가 모두 자신의 조상들의 산소라는 민원을 홍천군청에 제기했다.

특히 대명리조트 측에서 주장하는 무연고 묘소 4기가 위치한 곳은 공사 진행에 필요한 장소였던 반면 나머지 2기는 이들의 공사 진행과 무관한 장소에 위치했다. 때문에 신씨는 대명 측에서 공사를 위해 고의적으로 분묘 누락을 했다고 확신했다.

신씨는 해당 내용과 증거를 담은 의견서를 2번이나 홍천군청에 제출했지만, 대기업과 공공기관으로 인해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신씨는 “대명리조트가 지장물 조사에서 우리 쪽 분묘를 2개라고 올렸고, 나는 홍천군청에 즉시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내 이야기는 쏙 빼놨다”며 “도시계획과에서는 자기들이야 인가만 내주면 끝이라는 무책임한 말을 했고, 나와 대명 양측이 공무원 입회 하에 해당 산지로 직접 나가서 확인하고 마을 사람들의 증언을 들었으면 그 때 다 끝났을 일이 여기까지 끌려온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씨의 거듭된 항의에도 불구하고 대명리조트의 사업 진행은 벌써 산지 수용 단계로 들어갔고, 그는 분묘 누락과 관련된 증거 사진과 마을사람들의 증언 등 각종 자료를 보강해 수용위원회에 이의 신청을 했다.

심지어 신씨는 같은 해 9월 8일 대명리조트 관계자인 박 모씨와 대명 측 법률대리인 이 모 변호사가 참석한 소위원회에서 지장물 조사에 분묘를 누락한 것에 대해 항의하며 의견서를 다시 전달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신씨 몰래 동사무소에 무연고 묘지이전 신고 및 개장신고서까지 제출한 상태였고, 다음달 30일 결국 제출안이 수용되며 신씨는 34대 장손으로서 지켜왔던 땅과 조상들의 무덤을 빼앗겼다.

특히 대명리조트는 다음 달 신씨에게 공사방해금지가처분과 분묘굴이소송, 손해배상청구를 걸어왔다. 신씨의 주장과는 반대로 해당 토지는 분묘가 아니며, 그의 방해로 인해 공사가 지연됐다는 내용이었다.

소송과 함께 다음해 대명리조트 측 변호사 이씨와 대명건설 골프장건설공사 관계자 등은 분묘마다 연고자가 있다는 사실과 연락처를 붙인 입간판이 세워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굴삭기를 이용해 신씨 측 분묘 4개를 파헤치고 유골을 강제로 옮겼다.


대명 상대로 7년간 법정 다툼 ‘벽’ 높아

결국 신씨는 하루아침에 조상들의 묘와 땅도 빼앗긴 것에 모자라 피고인 신분으로 춘천지법 법정에 들어섰다. 소송 제기 한 달 뒤 진행된 재판의 흐름은 우선 신씨 쪽으로 진행됐다. 특히 그는 두미리 지역민들과 묘지기 등의 증언을 수집해 재판부에 제출했고, 대명 측의 위법 사례와 말 바꾸기를 지적했다.

신씨는 “나는 재판에서 판사에게 조상들 산소라고 주장했고, 판사는 ‘산소는 형법상 당사자랑 합의를 해서 파야지 함부로 파면 안 된다’라고 이야기 했다”며 “그러나 대명 측 변호사는 묘지가 없었고 분묘가 아니라며 대명 관계자들만 데리고 3월 22일 함부로 우리 조상들의 산소를 팠다”고 말했다.

오랜 공방이 계속된 이후 신창철씨와 대명건설 조 모 상무, 대명건설 직원, 이 변호사 그리고 춘천지법 판사가 입회한 현장검증에서 신씨 조상들의 분묘와 유골 그리고 목관이 자리했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신씨는 “분묘가 아니라고 하더니 유골이 확인되니까 춘천지법 판사가 대명 측과 변호사 이 씨를 불러놓고 ‘인정합니까’라고 물었고 이들 모두 ‘예’라고 답했다”며 “그리고 판사가 고인에 대한 묵념을 하자고 하니 전부 다 묵념을 했다. 사진 증거자료도 다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씨는 대명리조트 조현철 대표를 고소했지만 담당판사가 바뀌자 이들의 태도도 바뀌었다. 특히 신씨는 변호인 이씨가 “분묘는 맞지만 신씨의 것은 아니다” “신씨 선조 분묘는 맞는데 신씨 집안은 아니다”라고 거듭 말을 바꾸며 8차례나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신씨가 대명 측에게만큼 분노한 것은 바로 검찰과 법조인들의 태도였다. 그는 조현철 대표를 ‘분묘발굴죄’와 ‘유골오욕죄’를 묶어 서울고등법원에 고소했지만, 검찰은 이 하나의 사건을 분리했다. 때문에 담당 검사가 따로 사건을 맡게 됐고 그만큼 신씨의 수고와 소송 기간이 늘어나게 됐다.

소송 초기에는 2개의 건이 모두 무혐의 처리됐지만, 변호사 이씨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신씨 측 공분을 파고 있는 사진을 준비서면에 첨부하는 실수를 범했다. 이에 신씨와 재판부도 이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확인했고, 결국 분묘발굴죄를 적용할 수 있었다.

사실 대명리조트 측의 위법적 정황들은 여러가지 확인됐고 상세한 법률해석이 없더라도 이들 행위의 위법성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실제로 2011년 11월 대명리조트 측이 분묘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신씨에게 공사방해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지만, 이미 이들은 그해 9월 해당 토지에 대해 무연고 묘지 이전 신고를 해놓은 상태였다. 때문에 묘지라고 신고를 해놓고, 묘지가 아니라며 소송을 낸 것이다.

특히 골프장 인허가와 토지수용, 지장물조사 실무 책임자였던 대명리조트 개발사업부 박 모 차장은 오랜 지역주민인 반 모씨와 골프장 부지 내 모든 무연분묘를 조사해 신씨 측 분묘가 위치한 두미리 쪽에는 분묘가 없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씨는 2014년 10월 반씨에게 직접 찾아가 확인한 결과 전혀 다른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반 씨는 자신이 팔봉리 사람이고 두미리 쪽에 있는 분묘 주인이 누구인지 몰라 그 지역 무연분묘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결국 박 차장은 홍천군수의 개장허가를 받은 팔봉리 지역 14기만 조사했지 두미리 지역은 하지도 않았으면서 개장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한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개장신고를 한 이유에 대해 “양심에 부담이 갔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법정에서는 “개장신고를 한 것은 행정 착오”였다고 말을 바꿔 신씨는 그를 위증혐의로 고소했다.

장사법(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만약 공사 중 땅속에서 관이나 유골이 발견됐을 때 이것이 분묘인지 여부와 누구의 것인지에 대해 정확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우선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이후 해당 관청 공무원 입회와 동시에 개장신고서를 작성한 뒤 유골 등을 다른 곳에 옮긴 뒤 공사를 재개할 수 있고, 약 6개월 간 신문이나 방송 등을 통해 이에 대해 고지를 해야 한다.

그러나 대명 측은 묘소에 공분이 있어 분묘인지를 알 수 있었고 이후 현장검증에서 유골까지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개장신고를 했고 조현철 대표 역시 이에 도장을 찍었다. 신씨는 “‘빠른 공사진행’을 원했을 대명리조트 측이 6개월이라는 시간이 신경 쓰였기 때문에 고의성이 있고 무리한 공사를 강행했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이에 재판부 역시 신씨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 2014년 6월에는 조현철 대표 일행과 이 변호사는 춘천지검 회의실에서 신씨와 만나 분묘발굴에 대한 사과 및 보상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고, 잘못된 행정절차를 인정했다. 특히 그 자리에서 이 변호사는 “분묘인지 몰랐다”고 고백해 검사 측으로부터 질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는 이 변호사에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담당 판사 역시 형사재판이 2년 동안 진행된 점을 지적하며 신속한 결심공판을 약속했다. 또 신씨에게 최종 증거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전부다 말할 수 있도록 발언권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선고가 진행되기 바로 전 이 변호사 측은 변론재개를 신청했다. 특히 담당 판사는 사건에 대한 서류가 방대해 증거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검사 측에 중요 증거만 골라 설명해줄 것을 요청해 결심은 또 연기됐다.

신씨는 “이 변호사는 처음에 분묘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하다가 변론재개 때 대명리조트 대표이사를 보호하기 위해 ‘(분묘는) 내가 직접 주도해 팠다’고 당당하게 말하니 기가 찼다”며 “판사도 변호인 측에 변론 요지서와 나에게 고소인 진술서를 제출하라고 해서 진정서와 증거 사진 등을 다 첨부해 냈는데 몇 달이 지나서 하는 소리가 선고는 안하고 증거파악 타령이나 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대명 “다 끝난 일”, 홍천군청 담당자 연락 곤란

신창철씨는 현재 연고도 없이 생계를 마다하고 대명리조트 그리고 이 변호사 측과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동안 소송을 위해 많은 돈을 썼고, 흰머리도 더욱 늘었다. 아쉽게도 판사가 요청한 증거목록 서류에서 두미리 마을 주민들과 어렸을 때부터 분묘지기를 해왔던 신씨 사촌형의 증언 등에는 ‘X’자 표시가 새겨졌다. 신씨가 반드시 필요하다 주장한 사항들이 담당 판사가 요청한 증거파악 목록에서 제외되며 그의 한숨소리는 더욱 짙어졌다.

신씨는 “원래 이 지역 하천과 구거 등 국유지가 계획관리지역으로 인정받아 골프장을 만들면 본래 공시지가보다 10배 가까운 금액이 오른다”며 “그 얻은 땅을 공사해서 50% 이상 완료되면 신탁을 할 수 있는 혜택이 생기고 결국 국유지가 개인 사업자를 위한 돈으로 변하며 국가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골프장이 불황이다 푸념해도 대명리조트같은 업체들이 기를 쓰고 들어오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4년 공포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투자 활성화를 위한 상업 계획관리지역에서의 건축제한이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됐고, 관광과 숙박시설 등의 입지규제가 완화됐다.

신씨는 “홍천군청에 골프장 부지 무연분묘에 대한 정보공개를 신청했지만 3년 동안 끈질기게 요구한 끝에 숨겨진 사실들을 밝혀냈다”며 “이 변호사는 강원지방변호사회 회장도 했고 강원대 겸임교수도 한 직함이 여러 개 되는 법조인인데 그런 사람이 말을 몇 번이나 바꾸다가 피고인으로 기소까지 됐다. 이건 사법부의 수치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한 홍천군청의 입장을 들어보기로 했지만, 당시 대명리조트의 인허가를 담당했던 공무원들은 이미 승진 등을 통해 인사이동을 한 상태로 연락을 취할 수 없었다.

연락이 닿은 대명리조트 관계자는 “신창철 씨와 대명리조트와의 소송은 거의 끝난 것으로 알고 있고, 신씨가 소송을 11건 정도 냈다”라며 “땅에 대해서는 다른 팀에서 이미 토지수용위원회 절차를 거쳤고, 땅 대금도 지급해 본인이 땅값을 가지고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 변호사가 말을 여러 번 바꾸었고 8번의 거짓말을 했다는 신씨의 주장에 대해 “소송을 이 변호사뿐만 아니라 법무법인 여러 군데에 의뢰를 한 것이기 때문에 신씨 개인적으로 봤을 때 말이 바뀌었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며 “이 변호사가 맡은 소송은 단 1건으로 신씨가 워낙 자신과 의견이 부딪히면 소송을 계속 걸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또 타 언론사의 신창철씨와 관련된 보도에 대해서도 대명리조트에 대한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다수 있다고 했지만, 그는 사실과 다른 내용에 대해 구체적 반박을 하지 않았다.

이에 신창철씨는 “소송과 관련된 대명 측 법무법인이 여럿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건의 쟁점인 분묘와 관련된 것은 이 변호사 한 명뿐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말이 중첩된 것을 오해할 리 없다”며 “땅값을 받았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자신들의 감정사들을 불러 3억원의 공탁을 법원에 걸어놓은 것뿐 난 돈 받은 적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원래부터 내 조상들의 분묘였고, 그것이 맞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데 그 사람들은 자꾸 아니라고 해서 생긴 일로 어떻게 그 사람들과 의견이 부딪히지 않을 수 없고 소송을 걸지 않을 수 없는가”라고 주장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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