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현대상선 노리나…인수설에 합병설도

2M 가입으로 머스크ㆍMSC와 한솥밥

중소 선사 인수하며 몸집 늘린 머스크, 현대상선도?

아직까지 가라앉지 않은 한진해운과의 합병설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주목을 끌 만한 소식은 현대상선이 얼라이언스 ‘2M’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진해운이 속한 ‘디 얼라이언스’ 가입이 지지부진했던 가운데 전해진 2M 가입 가능성은 현대상선이 실로 오랜만에 전하는 낭보였다.

2M 가입 여부를 둘러싸고 현대상선의 향후 운명을 점치기도 한다. 2M을 주도하는 덴마크 선사 머스크라인이 현대상선 인수에 관심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진해운과의 합병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이번엔 사정이 좀 다르다. 초기만 해도 한진해운이 주도하는 합병 형태 시나리오가 돌았지만 이젠 현대상선이 주체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2M 가입 가능성 전하며 안도의 한숨

현대상선은 지난달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얼라이언스 ‘2M’ 가입 논의를 개시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현대상선은 그 동안 얼라이언스 가입을 위해 ‘디 얼라이언스’와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2M과도 가입 의사를 타진해왔다. 최근 2M이 협력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가입을 위한 본격 협상을 진행하게 됐다고 알렸다.

현대상선의 2M 가입은 호재로 여겨진다. 컨테이너선 시장은 몇 년 전부터 수출 물량의 둔화와 운항 비용 절감을 위한 대형 선박 투입으로 선복량(선복 대비 화물 적재량)이 남는다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형 컨테이너 선사들은 ‘얼라이언스’를 구성해 공동 운항을 함으로써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자연스레 얼라이언스에 가입하지 못하는 선사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은 원래 G6 얼라이언스 가입 선사였으나 얼라이언스 재편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얼라이언스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2M은 컨테이너 선복량 기준 세계 1, 2위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과 스위스의 MSC가 결성한 얼라이언스다.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지만 유럽 선사들로만 구성돼 상대적으로 아시아-미주 노선에선 점유율이 낮다는 평을 들어왔다.

당초 현대상선이 가입하려 했던 ‘디 얼라이언스’에는 독일선사 하파그로이드, 일본선사 NYK와 MOL, 그리고 우리나라의 한진해운이 속해 있다. 한진해운 측은 현대상선의 디 얼리이언스 가입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디 얼라이언스의 나머지 선사들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현대상선의 2M 합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현대상선이 더 유리한 고지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세계 얼라이언스 점유율은 2M이 가장 높다. 2M은 전 세계 노선에서 27.7%의 점유율을 갖는데 만약 현대상선이 합류할 경우 30%까지 점유율을 끌어 올릴 수 있다. 또한 머스크와 MSC는 초대형 선박을 토대로 강한 영업력을 자랑한다. 현대상선도 2M에 속함으로써 영업력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과 한 배 탄 머스크, 그 속내는

한편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대상선 측에 따르면 최근 미주와 유럽, 중국, 아시아 등 지역별로 하계 영업전략 회의를 잇달아 열며 하계 영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익 개선 방안을 수립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중장기적으로는 영업력과 비용 경쟁력 제고를 통한 조기 흑자 전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음 달부터 전 세계 지역별로 화주 초청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로써 자산 매각과 사채권자 집회, 용선료 협상, 얼라이언스 가입 등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안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잃게 되면서 과거 재계 2위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전락하게 됐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돼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됐다. 현정은 회장 또한 현대상선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고 현 회장의 두 딸인 정지이씨와 정영이씨도 현대상선에서 맡고 있던 직책을 내려놨다.

산업은행 자회사가 된 현대상선의 운명이 어찌될지 시선이 쏠리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와중에 전해진 2M 얼라이언스 가입 협상 논의 소식에 대해 해운업계는 세계 컨테이너선사 1위인 머스크라인의 의도를 주목하고 있다.

머스크라인이 속한 2M은 아시아-미주 노선에서는 아시아-유럽 노선보다 낮은 점유율을 갖는다. 때문에 2M은 현대상선 영입을 통해 미주 노선 강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머스크가 현대상선 인수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설득력있는 주장일까? 우선 덴마크 선사 머스크의 성장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머스크는 일찌감치 1만8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입, 비용 절감 등 타 선사들보다 발빠른 대응으로 한 발 앞서 왔다. 동시에 중소형 선사 인수를 통해 취약했던 노선을 강화했다. 지난 1999년에는 사프마린과 미국의 시랜드를, 2005년에는 당시 세계 3위였던 네덜란드 피엔오 네들로이드를 인수 합병해 몸집을 불려왔다. 이를 통해 머스크는 취약했던 아프리카, 북미, 대서양 항로의 점유율을 높였다. 이러한 과거 행보로 비춰볼 때 머스크가 현대그룹에서 떨어진 현대상선을 인수하려는 시도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뿐만이 아니라 해외 컨테이너 선사들은 인수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모양새다. 한진해운의 ‘디 얼라이언스’에 속해 있는 독일선사 하파그로이드는 지난달 28일 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통해 중동선사 UASC를 인수안을 승인했다. 하파그로이드는 지난 2014년 칠레선사 CSAV도 인수한 전적을 갖고 있다. 두 차례 인수를 통해 하파그로이드는 세계 5위 선사로 뛰어오르게 된다.

반면 우리 선사들은 아직 인수 합병과 관련된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는다. 이제 겨우 법정관리 위기를 넘긴 우리 선사들이 해외 중소 선사를 인수 합병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다.

다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설은 꾸준히 고개를 들고 있다. 만약 한진해운도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관리된다면 두 회사의 합병을 정부가 다시 한 번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사의 합병설 초반만 해도 상대적으로 실적이 나았던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을 인수할 것으로 보였지만 현대상선이 자구책 마련안을 성공시키며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거꾸로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을 인수하는 방안을 정부가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현대상선은 2M, 한진해운은 디 얼라이언스에 속하며 서로 다른 해운 동맹체에서 영업을 시작하게 됐다. 두 선사가 다른 얼라이언스에 가게 되면서 합병 가능성은 멀어졌다는 것이 해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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