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압박, 불완전판매 위험 커져

업계 최초 크라우드펀딩 시장 진출, 성과 내는데 전력

직원들에 할당량, 임원급엔 펀딩 투자 요구 정황 나와

IBK투자증권이 올해 초 출시한 크라우드펀딩 서비스에 대한 성과 압박에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IBK투자증권 측은 크라우드펀딩 유치과정에서 계좌할당 및 직원 직접 투자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업계 내의 성과제 문화에 대한 반발 움직임과 올초 직원들에 대한 무리한 ISA 유치 압박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좋은 취지에 들리는 잡음

IBK투자증권은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크라우드펀딩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자금 조달이 어려운 소규모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고, 유망기업 발굴 및 투자자들에게 안정적 투자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어 IBK투자증권은 기업은행의 든든한 지지 아래 크라우드펀딩 중개 사이트를 신설하고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산업 분야 기업의 자금 모집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반 반응이 미지근했던 IBK투자증권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는 다음달 개봉예정인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펀딩 중개에 나서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펀딩 상품은 투자 개시 7일만에 5억원의 자금이 모였고, 300명이 넘는 투자자 유치에 성공했다.

좋은 취지와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이 서비스에 최근 잡음이 들리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IBK투자증권이 크라우드펀딩 회원 유치를 위해 직원들에게 수십 계좌의 할당량을 주며 지나친 캠페인을 시켰고, 심지어 임원급들에게 펀딩 투자를 요구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IBK투자증권에 재직 중인 남편의 클라우드펀딩 유치를 홍보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는 IBK투자증권 크라우드펀딩 프로모션 캠페인의 목적을 밝히며, 가입순서 그리고 추천인에 자신의 남편 이름과 사번을 입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는 얼마 전 논란이 된 한 대형 금융사 직원이 신상품 유치를 위해 각종 인터넷 카페 등에 홍보글을 올리며 상품가입을 호소했던 것처럼 직원들에 대한 지나친 영업압박의 소지가 있는 글이었다.

사실확인을 위해 IBK투자증권에 연락을 취해 본 결과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잡음은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IBK투자증권 홍보팀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 프로모션 캠페인은 특정 부서나 지점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직원들에게 해당하고, 계좌유치 할당이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라며 “금융회사 특히 증권회사에서는 상품이 새로 나올 때 직원들에게 상품 유치를 해오라는 것은 처음이 아니고 다른 곳도 다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IBK투자증권의 이런 입장은 최근 금융업계 다수 노조와 임직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지나친 성과압박에 대한 비난과 자제의 목소리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

올해 초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후 비영업부서에도 유치 할당을 부여하는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실적 압박을 거세게 하는 바람에 금융당국과 업계 내외에서 큰 비난이 일었다.

심지어 직원들의 무리한 ISA 유치 경쟁은 불완전판매로 이어져 금융소비자들에 악영향을 끼친 사례도 있었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전 은행 관계자들에게 지나친 유치경쟁을 자제하도록 권고했고, 업계 차원에서도 지나친 성과압박을 자제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실제로 H모 금융그룹은 자사 신상품 유치에 대한 노조와 직원들의 반발이 있자 노사협상을 통해 할당량 부여 등 영업 압박을 즉각 중단하고 앞으로도 신상품 유치에 대한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적극 반영할 것을 약속했다.

반면 IBK투자증권 측은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직원들의 유치행위가 어떤 부분에서 큰 문제가 되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IBK투자증권 관계자에 따르면 ISA를 유치하던 시기에도 직원들에 대한 할당량이 있었고, 이전까지의 캠페인에서도 유치할당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던 직원들이 없었기 때문에 직원 건의사항 역시 수렴한 바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번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회원 유치뿐만 아니라 펀딩에 대한 직원들의 직접 투자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이었다.

그러나 은행권과 크라우드펀딩 전문업체 관계자들은 이 의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크라우드펀딩의 경우도 ISA처럼 무리한 유치할당 요구가 있었다면 직원들에 대한 실적압박의 문제뿐만 아니라 불완전판매의 위험이 있고, 투자자들의 투자판단에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홍보팀 한 관계자는 “사실 신상품이 나오면 유치압박이라는 것이 금융업계 내에서 관행처럼 있어왔고, 신입 때는 휴일을 반납하고 영업에 나가거나 지인들을 가입시켜 실적을 쌓았지만 최근에는 할당유치와 무리한 영업을 자제하자는 분위기”라며 “그런데 이런 것들을 직원들 모두가 자발적으로 하고 있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역시 직원 건의를 들어보면 그 중에 실적압박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중에는 이게 노조와 언론 쪽까지 퍼지며 일이 커진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실적압박이 있다 보면 해당 상품이 고객들에게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권하게 되기 때문에 불완전판매가 일어날 확률이 더 높아진다”며 “다른 회사 상품이라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크라우드펀딩은 가입 이후 거금을 투자하고 원금손실도 날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특히 유치에 조심해야 하며 실적압박을 느껴 무분별한 유치경쟁에 나서는 직원들이 더욱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크라우드펀딩 전문업체 관계자는 직원들에 직접 투자를 요구한 행위가 투자자들의 판단에 혼란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크라우드펀딩 상품 안내란에는 현재까지 투자자수와 투자금액이 나타나게 되는데 만약 펀딩의 실제 투자가 이뤄진다면 이곳의 숫자가 늘어나게 된다”며 “이 부분은 회원들의 투자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현재까지 이 상품에 투자한 사람들과 금액이 많이 몰렸다면 ‘이 상품 믿을 만하고 투자할 만하군’이라는 심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투자를 위한 투자가 아닌 회사의 요구나 실적을 위한 인한 투자라면, 그 직원들의 투자행위로 인해 상품 투자자들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한 채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IBK투자증권 측은 이 역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홍보팀 관계자는 “ISA 때도 그렇고 투자금액도 충분히 상식선에서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 투자에 이뤄졌다”며 “투자는 일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직급별로 나눠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사별로 과당경쟁을 줄이자는 말은 ISA 때부터 꾸준히 나왔지만, 불완전판매 등의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이것에 법적으로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다”며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금융사들도 직원들에 대한 지나친 실적압박 관행을 깨버리는 자체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권 홍보팀 관계자는 “직원들이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더라도 실적압박 스트레스가 대단하다”며 “결국 회사 차원에서 나중에 큰 문제가 되지 않도록 직원들과 자주 대화하고 건의사항을 충분히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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