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추진 과정에 불법.편법 난무"... 관할 군청, 기관, 사법당국도 외면

귀농부부 “기업의 갑질 횡포”… ‘명의신탁 편법, 관련법 공백 악용’ 주장도

골프장 건설 위해 멀쩡한 하천 용도폐지, 관할 군청 하천 알면서도 ‘구거’ 지정

관련 기관 실태조사도 날림으로, 세안 봐주는 듯한 법원의 재판 진행에 불만

세안 측 ‘법적 절차 거쳐 문제 없다’는 입장…관련 군청, 기관 “법대로 했을 뿐”

부부 “부정하게 빼앗아간 재산 포기 않고 끝까지 싸울 것” 소송, 여론 호소 계속

‘공익사업’이라는 명분으로 귀농부부의 보금자리에 대형 골프 리조트를 세운 세안레져산업㈜이 공분을 사고 있다. 개인 사업자인 세안레져의 ‘영리사업’에 귀농부부는 20년 가까이 가꿔온 농원과 정원수들을 강제로 빼앗겼다. 심지어 세안 측의 사업추진 과정에 불법적 정황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홍천군청과 한국자산관리공사, 사법당국 어느 누구도 부부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다.

18년 전 강원도 홍천군 서면 동막리에 새 터전을 잡은 변정애씨 부부는 세안레져산업으로 인해 산 좋고 물 맑던 동막리에서의 노후 꿈이 산산조각나 버렸다.

세안레져산업은 지난 2011년 홍천 샤인데일 골프장 및 리조트 조성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변정애씨가 살고 있던 동막리 일대를 사업부지로 선정했다.

당시 세안레져 측은 지역사회 관광지 조성과 주민 공동발전 등 공익사업의 취지를 밝히며 동막리 주민들에게 다가왔지만, 이후 사업추진 과정에서 일방적이고 불법ㆍ편법적 행위가 난무했다. 변씨 부부는 사업 동의과정과 사업자지정 자격 획득에서부터 잘못된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변정애씨는 “당시 골프장 사업은 원하는 부지의 80%를 매입하고 그 토지 원소유자 가운데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했는데 세안이 필요했던 것은 총 60명의 토지 소유자 중 30명 이상의 동의자수였다”며 “그런데 황당하게도 동의한 28명을 살펴보니 세안레져 직원과 가족들이었고 토지 명의신탁이라는 법률위반 소지가 분명히 있었지만 재판에서는 이를 중대하지 않은 사항이라며 넘어갔다”고 밝혔다.

현행법 상 부동산 명의신탁ㆍ수탁은 탈세나 위장전입 등의 위험이 있어 명백한 불법행위다. 이를 위반하면 부동산실명법으로 처벌받고, 횡령죄가 가중될 수 있다. 특히 국토계획법 133조 21항에 의해 부정한 방법에 의한 사업자 지정 및 인허가 등은 취소 사유가 된다.

세안레져의 실질적 대표라고 불리는 이 모씨는 골프장 사업을 위해 동막리 주변 수백필지를 개인 농경지로 사들였다.

변정애씨는 “세안레져 측은 농경지로 땅을 샀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평도 농사를 짓지 않았다”며 “아무리 넓은 땅을 가지고 있더라도 골프장 사업 동의자격인 수는 땅 소유자당 1인으로 제한됐기 때문에 이를 늘리려고 직원 명의로 땅을 나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세안레져는 사업자지정 자격 획득 과정에서도 편법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제기됐다.

지난 2011년 6월 헌법재판소는 국토계획법에 따라 골프장 사업자에게 토지 강제수용권을 주는 국토계획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도시계획시설에 해당하는 골프장 등 민간 체육시설의 강제수용권을 기존 80%의 토지 확보에서 100%를 확보해야 획득 가능하도록 개정한 것이다. 그러나 세안레져 측은 이 개정안의 잠정적용 기간 동안 헌법재판소 결정 이전에 주민제안서를 낸 경우 토지 강제수용이 가능하도록 한 점을 이용했다.

헌법재판소의 2011년 개정안은 대중제가 아닌 회원제 골프장 사업은 더 이상 공익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변씨 측에 따르면 세안레져는 잠정적용 이후 개정된 신법이 적용되는 2014년 토지가 수용되기 전까지도 골프장 회원권을 판매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토지수용이 결정되자 세안레저는 기존 회원제 골프장을 대중제로 갑자기 바꾸며 법망을 피해갔다.

특히 홍천군청은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 판단으로 변정애씨를 두 번 울렸다. 사업 동의과정이 끝나자 변씨 부부 집 근처에 있던 동막리 웅골천을 일사천리로 용도폐지시켰다.

사실 국유재산으로 지정된 소하천은 공익성이 크기 때문에 사업 목적상 매매할 수 없고, 용도폐지 절차를 밟은 뒤 얻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동의와 하천 심위위원회 등을 통해 해당 하천이 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을 증명할 확인절차가 필요하다.

그러나 세안레져와 홍천군청 측은 이런 단계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 변씨 측이 촬영한 공사 직전 웅골천의 사진과 동영상에서 물이 풍부하게 흐르고 하천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청 측은 이곳이 하천의 기능을 상실했다며 간헐천을 뜻하는 ‘구거(溝渠)’로 지정변경했다. 이후인 지난 2012년 7월 용도폐지시킨 뒤 한국자산공사에 국유자산 매각 신청을 통해 세안레져에 매각하는 특혜를 줬다.

변정애씨는 이 부분에 있어서 울분을 터트리며, 홍천군청 건설방재과의 소하천 정비법 검토결론 서류를 제시했다. 이 서류에는 변씨 부부 소유 필지 하천이었던 동막리 450-1번지에 대해 ‘소하천정비법 상 소하천으로 정식 지정된 지역’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또 강원지방기상청 춘천기상대가 발급한 웅골천 기상현상 증명서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이곳의 강수량은 꾸준히 기록돼왔다. 특히 6~9월 사이 강수량이 집중되며 2006년 7월에는 1244mm 이상 비가 내려 하천이 범람한 적도 있었다. 홍수로 군청 하천방재과 사람들도 조치를 취하러 나온 적이 있었기 때문에 군청이 이를 모를 리가 없었고, 무엇보다 물이 마르거나 용도폐지를 시킬 정도로 하천의 기능을 상실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변 씨는 “군청 자신들도 물이 마른 적 없던 하천이란 걸 알고 있음에도 갑자기 구거라고 하기 곤란하니 처음에는 나에게 ‘함부로 할 수 없으니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결국 멀쩡한 하천을 용도폐지시켰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직원들이 얼마 뒤 실태조사를 나와 하천을 조사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국자산관리공사 측의 실태조사 파견은 홍천군청이 하천을 구거로 판단한 것에 대한 보다 명확한 평가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자산관리공사 직원들의 실태조사는 과정이 무의미할 정도의 ‘날림조사’였다.

자산관리공사 측이 제출한 2012년 7월 25일 출장 보고서에 따르면 그들이 조사하고 찍은 하천 사진들은 변씨 부부 소유 필지 하천과는 다른 곳의 것이었다.

변씨의 남편 지용태씨는 “하천 상층부는 중ㆍ하류보다 유량이 많지 않아 실제 간헐천이지 않더라도 사진으로는 그렇게 보일 소지가 있는데, 자산관리공사가 답사한 곳은 우리 땅이 있던 중류가 아니라 상층부 주변뿐이었다”며 “보고서 사진만 보더라도 번지확인도 하지 않은 채 엉뚱한 곳을 조사한 게 분명했고, 하천의 아래 쪽까지 쭉 내려오면서 물이 제대로 흐르는지 아닌지 확인해 봤다면 멀쩡한 하천을 용도폐지까지 가도록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간한국>이 입수한 당시 자산관리공사의 실태조사 대상 재산 목록에 따르면 이들이 용도폐지 재산 실태조사 목적으로 조사한 소재지는 동막리 188-2번지와 450-3번지 그리고 팔봉리와 연봉리 지역 등으로 변 씨 소유 필지 하천인 동막리 450-1번지는 450-3에 포함시켜 조사에 들어갔다. 원래 나눠져 있던 2개의 하천을 450-3번지 하나로만 묶어 조사에 들어가다 보니 하천 아래쪽까지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용태씨는 “홍천군청과 자산관리공사가 이렇게 밥상을 차려주니 세안레져는 기다렸다는 듯이 하천을 묻어버렸다”며 “결국 소송이 들어가고 재판이 진행됐지만, 회복될 수 없을 만큼 공사가 이뤄진 상태에서 ‘공사가 많이 진행됐으니 양해하고 넘어가자’는 식의 말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춘천지방법원은 지난해 10월 ‘피고 회사(세안레져)는 이 사건 처분 당시 이 사건 사업을 상당 부분 진행했고, 이미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 상태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토지에 있던 구거를 대체하기 위하여 인접한 곳에 구거를 새로 설치했다’라고 판결하며 변 씨 측이 제기한 용도폐지 처분 무효확인 청구 소송 등을 모두 각하했다.

변정애씨는 “하천이 상시 물이 흘렀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웅골천 물로 농사를 짓는 주민들도 증인으로 세웠고, 많은 증거를 제시했지만 조사 당시 장마철이라 물이 많아 보였을 뿐이라거나 하천을 묻어버린 후 현장 모습을 보고 간헐천이 맞지 않느냐 판단했다”고 말했다.

변씨 측은 용도폐지 이후 토지수용 과정에서도 세안레져 측의 불법행위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세안레져는 변씨 측과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토지 강제수용 절차에 들어갔다. 그들은 용역을 동원해 변씨 부부의 농원이 있던 곳에 벽을 세워놓고 공사를 시작했다.

세안레져 측의 큰 실수는 여기서 발생했다. 이들은 토지수용 절차 상 말 그대로 토지에 대해서만 처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용개시일 당일 정문을 봉쇄한 채 변 씨 측 소유 지장물인 수목을 강제로 뽑아버렸다.

변정애씨는 “수목은 귀농 이후 18년 간 가꿔온 것으로 우리 부부에게 큰 의미가 있었고, 세안레져에도 토지수용 과정에서 재산가치가 있는 나무는 우리가 처리하겠다고 말했지만 강제로 뽑아 가져가 버렸다”며 “나중에 세안레져는 이걸 재산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변명했고, 지금 그 나무들은 어디로 갔는지 행방도 모른다”고 한숨을 쉬었다.

변씨 측의 주장대로 세안레져 측의 토지수용 과정에서의 불법행위는 명확했다. 토지수용이 됐을지라도 지장물에는 함부로 손을 댈 수 없고, 심지어 변씨가 이미 수목에 대한 재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상태였기 때문에 이 재산은 행정대집행 등의 행정 절차를 통해 처리해야만 했다.

그러나 변씨 부부의 18년 추억과 정성이 뽑히는 동안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변씨는 수목이 뽑히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과 행정기관에 도움을 요청했고 강원도 토지수용위원회에도 진정을 냈지만 전부 소용이 없었다. 남의 땅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신들도 어쩔 수 없고 억울하면 소송을 제기하라는 식의 답변만이 돌아왔다.

심지어 변씨 부부는 감정사들로부터 농원이었던 곳의 본래 현장이 보존되지 않은 상태로 감정이 제대로 되지 않아 세안레져 측으로부터 납득할 만한 보상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변씨 측의 주장에 대한 세안레져 관계자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사건 당시 공사 담당자였던 이 모 과장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그는 전화와 문자메시지에도 답하지 않았다.

또 홍천군청 건설방재과 하천관리 담당 관계자는 “서면 동막리 401-2번지는 현재 하천이 아닌 것으로 나오고 기존에도 하천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변 씨 부부와 세안레져와의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변씨 필지 하천의 용도폐지를 결정했던 김 모씨는 승진을 통한 인사이동으로 인해 연락을 취할 수 없었다.

현재 변정애씨 부부는 생계를 마다하고 2년 넘게 세안레져 측과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변씨 측은 토지 명의신탁과 사업자 지정 무효 소송에서 세안레져 직원 명의로 토지 명의신탁을 했던 이 모씨와 장 모 대표 등 2명의 증인신청을 냈지만 이들은 벌써 법원의 출두 명령을 2번이나 어겼다.

지용태씨는 “안 나가고 벌금을 내면 그만이라는 태도이기 때문에 재판부는 구인장을 발부하는 등 강하게 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반응이 없다”며 “이들이 나와서 증언하지 않아 다른 재판도 판결을 못내고 있고, 재판부는 선고일 잡아놓고 세안레져 측 변론재개를 받아주고 심지어 결정적 변론이 없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 변론재개를 또 받아줘서 시간을 끌며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씨에 따르면 웅골천 하류 지역의 동막리 농민들은 용도폐지와 세안레져의 공사 이후 농업용수가 부족해지거나 오염된 물로 농사를 짓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이 군청에 계속해서 민원을 넣으니 최근에서야 홍천군청은 물이 나오지 않는 주민들을 위해 수도를 놔주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변정애씨는 “멀쩡한 하천을 묻어버린 이후 물로 인한 민원이 나오자 이제 와서 수도공사로 복구하겠다고 말하는 한심한 결정일 뿐”이라며 “그것도 홍천군 비용으로 내겠다는 것으로 자기들이 멋대로 밀어버리고선 군 주민들이 낸 군비로 이를 수습하겠다는 뻔뻔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익목적으로 들어왔으면 지역발전과 주민들과의 상생을 먼저 생각해야지 평화롭게 잘 살고 있던 사람들의 터전을 멋대로 없애놓고 지금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골프장을 만들어놨다”며 “아무리 약자의 입장일지라도 부정하게 남의 재산을 빼앗아간 것에 대해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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